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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Dec 29. 2021

메리 크리스마스~

아이들 동심은 지켜져야합니다.

아파트가 워낙 대단지이다 보니 단지 내 진행되는 행사나 프로그램에서 선착순 인원에 들어가기가 참 어렵기만 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리 부모가 선물을 사서 보내주면 보안팀에서 산타 복장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는 산타행사를 진행했는데, 작년에는 입주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이고 홍보가 다 안되었던 탓인지 운 좋게 가능했던 것 같다.

너무나 신나 하던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올해도 부지런히 손을 놀렸으나 결국엔 실패 ㅡㅡ

시작 1분 만에 선착순 인원이 마감되었다니 그 빠른 손놀림을 내가 어찌 따라가겠나 쉬이 마음을 내려놓게 되더란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각자 산타행사가 있어 신나게 놀고먹고 선물도 한 개씩 들고 오다 보니 한껏 신이 난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가 결혼기념일인 내 부모님을 함께 축하하는 자리에서도 산타 얘기와 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잘거리며 앞으로도 착한 일을 많이 할 거고 엄마 말을 잘 들을 거라며 내년에도 꼭 산타 선물을 받을 거란다.


“얘들아 산타 선물이 하나 더 남았데~”

“응???”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이 쳐다본다.


“원에 다녀가신 산타 말고 우리 집에도 어쩌면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실지 몰라~ 엄마 말 잘 들으라고 계속 말했었지? 어때~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다녀가실까?”


큰애는 잘 모르겠다고 엄마한테 짜증을 좀 냈었다고 급 고해성사를 하고 마냥 해맑은 둘째는 무조건 받을 거란다.


“이제 자야 해~ 너희들이 깨어 있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주려고 했던 선물도 몰래 놓고 갈 수가 없잖아. 얼른 자고 낼 아침에 일어나서 선물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얼른 잠이 오질 않는지 둘이 쫑알쫑알 대더니 큰애가 엄마를 부른다.


“근데 산타할아버지가 어떻게 전 세계를 다 돌아다니면서 선물을 주지?”


여섯 살이 되면 저런 생각이 가능하구나. 요즘 세계지도에 관심을 보이고 땅의 크기나 거리에 관한 질문도 많이 하더니 그새 이런 생각을 했는가 보다.


“산타 할아버지가 한분만 있는 게 아니야. 아까 유치원이랑 어린이집에 다녀간 산타도 아마 다른 분이셨을걸? 그리고 우리 집엔 또 다른 분이 오실 거야. 한분이 전 세계에 많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다 줄 수가 없으니까 그 밑에 많은 산타들이 있어서 나라마다 지역마다 나눠서 선물을 놓고 가신대~”


이 정도면 통했겠지? 나름 임기응변에 뿌듯해하며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준비한 선물을 몰래 놓아두었다. 품목 선택에서부터 주문, 택배, 포장, 보관의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고생고생 들키지 않으려 했던 수고가 빛을 발하는 시간이 곧 다가오겠지. 내가 다 떨리네~


아침이 오고 늘 깨던 시간이지만 정말 언제 잤냐는 듯 벌떡 일어난 두 녀석이 늘 하던 엄마한테 치댐도 없이 거실로 뛰쳐나간다.


두리번두리번 벽 트리 밑 금세 찾아낸 선물은 우와~하는 환호성과 몇 번의 폴짝거림과 함께 벌써 포장지가 뜯기고 맨살을 드러낸다.


둘째 아이는 진작부터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은 선물로 장난감 피아노를 외쳐대고 있었다. 곧 오빠에게 진짜 피아노가 필요치 않을까 싶고 장난감 피아노는 좀 늦은 감이 있는듯해 다른 선물을 유도해봤지만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도 왜 산타할아버지가 내가 원하는걸 안 주셨지? 했다는 소리를 들은 터라 아이가 원하는 핑크 핑크 한 장난감 피아노를 선물로 준비하지 않았으면 큰일이었겠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며칠 지난 오늘까지도 애지중지 일어나자마자 찾아대고 잘 때까지 자주 잘 가지고 노는 걸 보니 가성비 따지는 엄마 뜻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걸 준비하기 잘했구나 싶다.


큰아이는 아직까지도 총칼이나 다른 장난감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동차와 공룡인 아이라 조작하는 포클레인을 선택했는데 다행히 만족스러워하고 동생에게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잘 가지고 논다.


잘했네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는데 서늘한 아들의 한마디


“아무래도 이거 엄마가 사놓은 거 같은데~”


어디서 그런 낌새를 챈 거지?


“아니아~ 아닌데? 산타할아버지가 두고 가셨어~”


당황스러움에 왜 그리 생각한 건지 따져 묻지도 못하고 얼버무리는데


자꾸만 같은 말을 한다.


제발 믿어주라 아들~

엄마가 우리 아이들 동심을 지켜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아직은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시는 걸로 믿어주면 좋겠어. 그래야 엄마가 힘들 때 한 번씩 써먹고 그러지 않겠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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