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던 첫날, 옆집 할머니가 오셨다. 원래 살던 분이 친척이라는데 강력한 사투리를 쓰셔서 60% 정도만 알아들었다. 대강 알아들은 바로 마을로 잘 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동네에 대한 이야기, 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던 중 ‘이곳의 박쥐가 있지 않냐’ 하셨는데 사투리 때문에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들쥐나 집쥐나 시골 쥐나 그런 걸 잘못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쥐똥의 흔적이 있긴 하니깐… 그런데 오늘 똭 박쥐를 봤다. 그것도 밤새 광란의 파티를 한 뒤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노숙 중인 것처럼 보이는 박쥐! 워우~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크기인데 잠에 취해서 꼼짝도 안 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집박쥐라는데 해 질 녘에 어디선가 나와 헤비메탈에 심취한 듯 미친 듯이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이 녀석들인 것이다. 선입견이 있어서 꺼려졌는데 우리나라에는 흡혈박쥐는 없을뿐더러 박쥐 한 마리가 하루 저녁에 모기 3000마리를 먹는다 한다. 아직 집을 고치는 중이고 일할 때 모기 때문에 엄청 짜증 난 상태라 일시적인 공생하기로 했다. 이 녀석들의 주거지가 서까래나 처마 사이 흙이 마르며 생긴 틈인데 단열 때문에 공사 중 언젠가는 틈을 매워야 할 텐데 고민이다. 우리집도 못 고쳤는데 박쥐집을 걱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