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건강검진 후 받은 결과빈혈 수치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마침 산부인과 진료도 본 김에 추천받은 호르몬 루프 미레나 시술은 나 같은 사람에게 딱 좋은 치료방법이었고, 또 나이가 들며 생긴 자궁의 작은 물혹도 함께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적응기간이 지나 미레나의 가장 큰 장점인 무월경이 내게도 찾아왔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한 달에 한번 약간의 생리통이 느껴지는 것 외에는 다른 증상은 없었다. 시술을 받은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걸 왜 이제야 했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난 너무 만족하고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월경을 하며 느꼈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생리통은 기본이고 생리대 값만 해도 얼마가 들었는지. 딸이 있는 집은 아마도 더 할 것이다. 우리 친정 엄마도 그러셨다. 딸 둘 결혼시키고 나니 생리대 값안 나가서 너무 좋다고.
한 달의 한번, 그 기간을 거치지 않는 삶의 질은 단연코 높다 말할 수 있다. 어떤 운동도 할 수 있고 어디도 갈 수 있다. 바지나 이불에 생리혈이 새어 나오는 참사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 한 달에 한번 아주 끙끙 앓고 난 뒤의 그 개운함이 그립긴 하다. 월경 기간이 끝나고 난 뒤의 그 상쾌함은 여자만 알 수 있는 말끔한 기분이 아닌가.
이 좋은걸 왜 마흔이 넘어서야 했을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은 좀 때가 있기 마련. 출산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월경이라는 것이 지긋지긋 해졌을 마흔 무렵이 어쩌면 내게는 딱 적당한 나이였을지도모르겠다.
아마 십 년 후에는 폐경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월경을 할 때가 좋았다는 친정 엄마의 그리움이 내게도 전해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스스로 월경을 중단할 수 있는 이 선택권이 주어지는 사십 대란 나이가 나는 좋다. 출산도 생리통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이 사랑스러운 나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