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립스틱으로 시작하고 가방이 될지어다.
손님이 왕이라니, 너희가 좋아하는 그 가방을 만드는 우리가 왕이다.
샤넬은 그런 한국 여성들의 심리를 정말 잘 파고들어 왔다. 매년, 혹은 해를 걸러 가격을 줄곧 인상해 온 샤넬은 ‘환율’의 요인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들은 그냥 너무 잘 아는 것이다. 자기들이 이 업계에선 왕이라는 것을.
샤넬이 가격을 올리는데 해마다 그리도 성실하건만, 여전히 인기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이 말은 베블런이(Thorstein Bunde Veblen)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행해진다 ‘고 말한 데서 유래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를 일삼는 것을 꼬집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샤넬 가방을 그렇게 사고 싶어 했던 나는 상류층이 아니며, 지금 샤넬 가방을 소유하고 있는 상당수의 사람도 상류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자들의 변명
대한민국 여성으로 살아가는 상당수의 여자들이 샤넬 가방에 집착한다.(물론 아주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친구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서, 예물 가방의 기본이자 정석으로 여겨져서, 그냥 뭐 단순하게 예뻐서. 각자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한 변명쯤은 가슴에 한 마디씩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좀 솔직해져 보자. 샤넬 가방을 가지고 있는 저 아래 밑바닥 본심에는 ‘이거 메고 밖에 나가면 내가 더 돋보일 거야’라고 하는 마음 한 조각은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나만 그랬던 거 아니라고 제발 동의해 주세요!) 만일 그렇다면 베블런에게 ‘상류층 사람들이’라는 말은 좀 빼 달라고 해야겠다. 지금은 2020년인데 상류층이 아닌 나 같은 사람도 과시와 허영심을 위해 샤넬 가방을 사고 있다고 설명을 좀 덧붙이며.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더니 정말 찢어졌다.
립스틱부터 시작하여 명품 가방까지 이른 나의 가장 큰 잘못은 바로. 내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도 부자가 사고, 좋아하는 가방을 ’똑같이‘ 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찍부터 늘 막대한 카드값에 시달렸다. 정해진 월급을 받는데도 비싼 가방을 사다 보니 늘 카드 할부는 끊이지가 않았고 할부가 끝나면 또 다른 할부를 시작하는 격이었다. 그것은 21세기형 신노예라고 생각한다. 소비의 노예가 카드라는 주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