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고급 의류 상점에서 쇼핑을 하기 위해 상점 문으로 들어갈 때 나쁜 냄새를 맡은 사람이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은은한 꽃향기나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기. 적어도 좀 ‘판다’는 곳에서는 그런 향기가 난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설렌다. 왜지? 그건 바로 마케팅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의 감각을 이용한 마케팅을 ‘감각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물질적인 필요가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통해 구매를 유발하여 감성에 따라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기업의 이미지와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총체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향기를 마케팅의 도구로 사용하는 이유는 향기 특성이 소비자를 유인하고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며 실제 마케팅 도구로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자는 수입 고가 패션 사용자의 특성에 관해 연구한 결과, 고가의 수입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제품 구매 시 구매의 효용적인 측면보다는 구매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구매 후의 결과로 경험하는 것들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이미 나는 프롤로그에서 백화점에 가 마치 커피숍에라도 온 듯 수다를 떨던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녀들에게 백화점에서의 소비란 그런 것이었다. 대접을 받는 것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 고가의 브랜드들은 좋은 품질, 차별화된 디자인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고객이 자신들의 물품을 구매하기까지 거치는 여러 단계를 분석하고 파악한다.
당신은 매일 티브이를 보고 인터넷을 본다. 그곳에서 보는 수만 가지의 물건들, 그중 나의 뇌는 나의 기호와 기억 들을 조합하여 나와 어울리는 물건들을 기억하고 각인시킨다. 뇌과학자 에릭 켄델은 ‘우리 마음은 선천적으로 정해진 틀 속에서 감각 경험을 받아들이고 해석한다.’라고 했다. 나는 선천적으로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옷장 속의 수많은 물건과 넘칠듯한 화장대를 보며 내가 내린 결론은 ’ 나는 참 많이도 사긴 샀지만, 그것 중 예쁘지 않은 것은 한 가지도 없다 ‘라는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예쁜 것을 보면 갖고 싶어 안달을 냈던 내가 성인이 되어 가방을 사겠다고 가졌던 욕망은 그간 내가 보았던 브랜드의 광고를 통해 구체화되었을 뿐이었다.
브랜드 전략은 우리를 ‘어려서부터’ 지배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 자산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사와 구별 짓기 위해 브랜드를 사용한다. 미국 마케팅협회(AMA,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는 소비자로 하여금 판매자(집단)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구별하도록 이름 짓고, 용어를 사용하고, 기호나 심벌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것, 또는 조합하는 행위를 브랜드라고 정의하고 있다.
내가 립스틱을 산 뒤 가방을 사겠다 마음먹은 것도 이러한 브랜드의 전략에 속아(?) 넘어간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 갑자기 남의 탓하냐고, 스무 살이 그렇게 허영 가득한 건 네 탓이 아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때. 프롤로그부터 셀프디스로 쭉 이어왔지만, 이제는 남의 탓도 한번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