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좋아했던 나의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한 가지 빠져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절제’라는 것이다.
절제는 하나의 능력이다. 우리가 ‘보통 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다. ‘조절’과 ‘제한’이 만나 절제가 된다. 우리 모두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컨트롤러를 가진 셈이다. 하지만 절제는 좋아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깊게 빠져드는 사람들에게 모자란 능력이라 부족함이 지속되고 쾌락이 오래되면 ‘중독’이 되어버린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어느 정도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놓을 줄 아는 것도, 내일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 오늘 친구와 술을 더 마시고는 싶으나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도 ‘절제’다.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며 나의 행동이 ‘보통’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행해질 수 있도록 하는 테두리의 역할 수행한다.
나는 심각한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원하는 물건에 있어서 어려서도 나의 욕망을 절제하고 통제할 줄을 몰랐다. 이미 아홉 살 때부터 집 근처 쇼핑센터에 걸려있던 청치마가 사고 싶어 아빠를 울며 졸라댔고 외삼촌에게 받은 용돈으로는 곧장 문구점에 들러 새로운 학용품을 샀다. 훗날을 대비해 용돈을 아낄 줄을 몰랐고 내 마음에 들어온 물건에 대한 욕구를 항상 충동적으로만 대면했다.
자기 통제 능력
자기 통제력(self-control)은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바로 앞의 유혹이나 충동을 억제하거나 그것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이는 단기적인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을 말하며 때로는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라고 한다. 이 능력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가 어려서부터 제대로 발달시키지 못한 자기 통제능력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말썽이었다. 이 능력이 발달 데에는 기질과 환경, 생물학적 요인이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나의 기질과 소비성향에 충동적인 모습을 보였던 엄마, 명백하게는 알 수 없는 생물학적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성인이 되어 나의 삶을 돌아보았을 때 그것들을 회상하고 반성할 수는 있겠으나 다시 만들고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자 통제는 요단강을 건너갔다.
본격적인 문제는 내가 수입이라는 것을 창출하면서 시작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 통장에 돈이라는 것이 들어왔다. 신이 났다. 이 돈으로 무얼 하지? 사고 싶었던 것들이 머리 위에 구름처럼 떠다녔다. 예쁘게 차려입고 출근을 하는 날이면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 직장에서의 외모에 대한 칭찬, 친구들의 부러움. 그런 것들로 나를 채웠고 즐겼다. 예뻐질수록 더 예뻐지고 싶었고 좋은 물건을 몸에 두를수록 더 좋은 것을 찾았다. 나의 외모는 진보를 거듭했지만, 통장은 그렇지가 않았다. 십수 년이 넘게 회사 생활을 했건만.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내가 월급을 관리하자 차곡차곡 돈이 쌓일 리가 없었다. 오히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이미지출처 다음백과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그 유명한 마시멜로우 실험의 혼란
1960년대 후반 스탠퍼드대학교 부설 빙 유아원에서 처음 시행된 마시멜로 테스트는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며 15분 동안 이걸 먹지 않고 잘 참으면 15분이 지난 후 1개를 더 주겠다고 제안하는 내용의 실험이었다. 처음 이 실험은 일회적인 연구 방법으로 시작되었지만, 우연히 원래 참가자 3분의 1 이상 어린이의 생애를 추적하는 장기적인 연구로 바뀌었다. 첫 실험 이후 40년이 지나 이루어진 수많은 후속 연구를 통해, 어린 나이에 욕구 충족을 미룰 수 있는 능력으로 성인이 된 이후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음이 알려졌다.
탁자 위에 놓인 마시멜로를 바로 먹었던 아이의 성적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의 성적이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오래 기다리며 마시멜로뿐 아니라 선물까지 받은 아이는 나중에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많은 이들이 이 실험에 열광했고 역시 인내와 성공이란 함께하는 것이라는 증거가 되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사실 스탠퍼드 부설 유치원이라는 부유한 교육기관에 다니는 소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던 것이 밝혀졌고 이후 보통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한 결과, 아이들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이들의 인내심이 아닌 아이들을 가르치고 길러낸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능력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가지의 실험에 우리는 오락가락 헷갈린다. 그래서 성공이라는 것이 개인의 인내로 쌓아 올리는 공든 탑인가, 부모의 후광으로 얻는 낙하산인가. 어느 쪽에도 정답은 없다. 나의 경우만 보아도 반은 내 탓, 반은 환경 탓이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으니.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게 없으면 인내라도 해야 한다는 것.
자기 통제를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인내다. 소비에 대한 욕망을 1차로 누르고 반짝하는 쾌락을 2차로 꾹꾹 더 눌러야 한다. 그러려면 내 안에 무거운, 아주 무거운 인내라는 돌을 하나 얹어야 한다.
내 마음의 리모컨은 나에게 있다.
쇼핑이란 것이 하면 할수록 새롭고 재미가 있다. 낮은 굽의 신발을 사면 하이힐도 눈에 들어오고 하늘거리는 치마를 사면 타이트한 청바지도 하나 입고 싶다. 세상에는 늘 예쁘고 멋진 물건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많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널렸다. 그렇지, 나도 그러잖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잖아.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상품이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있을까, 많이 팔 수 있을까, 지금 십 년이 넘게 궁리하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이 나 같은 생각을. 얼마나 더 많이 하겠는가.
이런 세상에서 적은 월급으로 우리가 살아가려면 나를 잘 움직여야 한다. 쓸모없는 소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나를 멈추어 세우고 돌아서도록. 이 방향, 저 방향에서 소비의 신호가 잡히더라도 그쪽으로 내가 가도록 두면 안 된다. 내 마음의 리모컨은 내가 쥐고 있다. 그 리모컨으로 자기 통제를 시작해야 한다.
슈퍼히어로가 되자, 나라는 세계에서.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을 떠올려 보자. 주인공은 처음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기까지 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저런 사건 끝에 자신의 신기한 능력을 잘 컨트롤하게 되면 그는 비로소 히어로가 되어 사람들을 구하고 영웅이 된다.
히어로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능력을 조절함’에 있다. 헐크는 괴수가 되었다가 똑똑한 박사가 되었다가 하는 조절을 하며 영웅이 되었고 울버린은 손에서 칼날을 튀어나오게 하는 능력과 상처가 회복되는 재생능력을 잘 조절하여 나쁜 놈들을 혼내 준다.
꼭 세상을 구하고 타인 앞에서 우뚝 서야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나라는 세계에서 영웅이 되는 방법도 있다. 더럽고 치사한 사회생활이란 곳에서 내가 나를 구하는 방법. 그건 내가 힘들게 번 돈을 소비라는 악마에게 갖다 바치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해 쓰고 모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가진 능력과 감정, 타인과의 관계 이 모든 것 속에서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남들이 일러 주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의 리모컨을 내가 쥐고 있는데, 정답도 내 안에 있는데 자꾸 밖에서 찾으면 뭘 하겠는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나만 알고 있다. 나의 월급, 나의 통장, 그동안 내가 샀던 물건들. 정답은 당신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