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두 명이 있었다. 한 친구는 머리가 똑똑해 꽤 좋은 직장에 취업해 동기보다 좋은 연봉을 받았다. 굳이 종잣돈을 모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월급이 들어와서 저절로 쌓이니 몇 년이 되지 않아 수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생겼다. 그는 이 돈으로 월세 보증금을 마련해 부모님의 집에서 독립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혼자 사는 싱글족이라 월급이 많으니 생활에 부족함이 없었다. 뇌는 점점 지출의 부담을 망각하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신 유행 아이템으로 장착했다. 스쿠버 다이빙에 해외여행이라는 멋진 취미가 생겼고 바다로 나가기에 폼나는 수입 SUV 리스도 계약했다. 하지만 직장인 12년 차, 그는 아직도 원룸에서 살고 있다.
한 친구는 중소기업에 겨우 취업했다. 착실하게 저축을 해 종잣돈을 모았다. 동기는 대기업에 취업해 멋진 취미를 갖고 수입차도 탔지만, 자신은 그럴 능력이 없기에 더욱 열심히 저축했다. 10년간 모은 돈과 꾸준히 부어놓은 아파트 청약저축으로 경기도 인근에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중소 건설사에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이었지만 분양가가 저렴했고 조금만 더 부지런히 걸어 마을버스를 갈아타면 직장까지 이동이할만했다. 아파트 입주시기에 프리미엄이 붙고 입주 2년 뒤, 집 근처에 전철역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자 아파트값이 두 배로 뛰었다. 착실하게 종잣돈을 모은 그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 준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알아서 쌓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곳간에 있는 쌀의 반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좋은 기업에 취업해 돈을 많이 버는 이는 버는 만큼 많이 소비했다. 소비의 계획이 없었으며 자신의 삶을 즐기는 데만 급급해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쓰는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적게 버니 그만큼 열심히 모아야 한다는 계획이 있었던 친구는 달랐다. 일단 계획을 세웠고 지키기 위해 소비도 절제할 수 있었다. 종잣돈을 마련했고 부동산 공부도 퇴근 후 틈틈이 하며 청약저축을 10년 동안 성실하게 부었다.
평범한 우리로서는 잘난 사람을 아무리 따라가려고 해도 따라잡기는 힘들다. 하지만 내가 잘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노력하면 그를 따라잡기는 힘들어도 ‘나의 베스트’는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또 알아? 언젠가 나의 이런 베스트가 모여 ‘평범함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도.
행운이 따르는 사람
지인의 아버지는 한 직장에서 40년간 성실하게 일을 하시고 퇴직을 한 후에도 그는 늘 밖에서 소소한 일을 해 돈을 벌어오셨다. 검소하고 성실한 아버지가 이제는 좀 쉬셔도 좋겠는데 좀처럼 쉬지를 않으시니 지인은 마음이 아프고 건강도 염려가 된다고 했다.
최근 그런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주식 계좌를 하나를 보여주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동안 연말에 회사에서 보너스 대신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받아왔는데 최근 회사가 특허를 내면서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이다. 살아오며 힘든 일이 있어도 언젠가 이 주식이 도움이 될 날이 있을 것이라 견디며 절대 팔지 않았던 것이 참 잘한 일이었다고 아버지는 축하의 소주를 드시며 눈물을 흘리셨단다.
누군가 잘되면 우리는 흔히들 ‘그 사람은 운이 좋아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 말은 반은 알고 반은 모르는 말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그 운을 들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오랜 기간 그 운이 오는 때를 잡기 위해 준비했다는 것이다.
행운에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 바로 자기가 가야 할 사람을 알아보는 것. 물론 복권 당첨자나 무명이 없는 벼락스타가 생기는 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행운’에는 눈이 달렸다. 그리고 그 행운은 우리가 준비한 만큼, 열심히 계획했던 것만큼 우리를 저 멀리 서라도 알아보고 찾아온다. 그러니 부모로부터 받을 것이 없다고, 지금 내 처지가 저 밑바닥이라고 비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일어날 ‘평범한 행운’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