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진실된 편지는 카드 고지서입니다.

계획을 품은 소비

by 단팥

무작정 벌더라도 단계적으로 나아가라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이 가장 고민하는 주제는 단연코 ‘이 월급을 어떻게 쓰고 모을까’라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이 없던 나 또한 그 정도의 생각을 한 번쯤은 했던 것 같다. 나야 물욕의 20년 세월 동안 쓴 일이 모은 일보다 더 많았으니 지금 그런 고민을 갖는 그들이 참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저축의 목표는 ‘종잣돈 만들기’다. 종잣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돈의 일부를 떼어 일정 기간 동안 묵혀 둔 것’으로 더 나은 투자나 구매를 위해 밑천이 되는 돈이다. 그리고 일단 종잣돈이 생기면 그 돈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재테크를 꿈꿀 수가 있다.

처음부터 돈을 무작정 모으는 것은 그리 의미가 없다. 무조건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적당히 쓰고 많이 모으기란 더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일단 계획을 세워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 수영을 잘하려면 먼저 숨 쉬는 법을 배워야 하듯.

나에게 묻는다. 계획이 있느냐고.

많은 재정 전문가들은 돈을 모으는 데도 목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뜻하지 않은 지출을 위한 비상 예비자금과 앞으로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자금을 나눠 관리하면 목돈을 마련하기가 좀 더 쉽다는 것이다.

자신의 월급에 관리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분명한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실제로 돈을 모으는 데 별다른 목적이 없다. 미혼 여성의 경우 안정된 주거를 위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도 깊이 하지 않는다. 기혼 여성도 그렇다고 해서 모두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육아와 맞벌이를 병행하느라 돈을 굴릴 여유조차 없는 가정도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노후를 위한 대비도 너무 막막하다. 하지만 막상 결혼이라는 제도를 접하거나 자녀의 출가나 혼인을 마주하게 되면 주택 마련이 직간접적인 현실이 될 수도 있고 결국 모두 나이를 들어 ‘노년’이라는 현실을 마주한다.

우리가 지금 돈을 버는 이 모든 활동은 현재의 내가 먹고사는 급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는 이 시점은 달리 보면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의 고작 중반부에도 미치지 못한 지점에서 더 긴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과정일 뿐이기도 하다.

한번, 당신에게 물어보라. 난 과연 계획이 있는가?라고.

가장 진실된 종이는 슬프게도,

돈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면 이제는 소비에게 그 물음을 던질 차례다. 여성이라면 그래. 한번 자신의 서랍장과 옷장에서 썩어가는 가방에게 그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한 날은 나도 소비를 줄이고자 굳센 다짐을 하고 유행도 지나고 쓸모가 없는 낡은 가방과 옷들을 줄 세웠다. 그리고는 그것들의 총합계를 내 보았다. 그랬더니 세상에나 500만 원이 넘는 돈이 핸드폰 계산기에 떡 하니 찍히는 것이 아닌가. 당시 내 통장의 잔고는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숫자였는데 말이다.

그 돈을 물건에 허비하지 않았으면 다 모았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서 잠이 오질 않았다. 만일 내 통장에 한 천만 원쯤 넘는 돈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날은 옷장에 있는 비싼 외투까지 합계를 내 나의 뇌에 강한 충격을 주리라 마음먹었던 날이지만 나는 도저히 그 이상은 하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면 내 뇌가 주인의 한심함을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소비의 계획을 세우기 전 그동안 자신이 했던 물건들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카드 고지서도 모두 모아 하나하나 체크해 보면 더 좋다. 눈물이 앞을 가려 슬프지만, 무지하게 슬프지만 말이다. 내가 아는 짠순이 언니 한 명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진실된 편지가 뭔 줄 알아? 바로 내가 쓴 카드 고지서야.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카드 고지서는 거짓말을 안 하더라고.


나의 소비를 먼저 파악하면 그다음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 처절한 반성의 시간을 가진 후 성찰의 문을 통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는 첫발을 딛는다.



다음 편에 계획을 품은 소비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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