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 가면
“안녕하세요 소방점검 나왔습니다.” 매달 점검하는 소방점검 대상 중 정신병동도 있다. 일정 면적 이상이 되면 필요한 시설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불이 났을 때 작동해야 하는 시설이, 불이 안 났을 때 작동하고 있어야 하는 시설이 별 탈 없는지. 중요하지 않은 소방시설은 없지만, 특히나 병원 요양원 등은 노약자들이 계시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점검을 한다.
담당자분은 말씀도 유려하게 잘하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종종 도움을 받는 때가 있는데(말씀이 너무 많으시긴 하다…) 그날도 커피를 받고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병원에서 사건이 좀 있었습니다….”
라고 하셨다. 병원이야 매일 사건 사고가 있는 곳 아닌가? 심지어 그곳이 정신병원이라면 더…
“환자 한 명이 변기를 뜯었습니다….”
“?! 예?? 변기요??”
그렇다 쉬야나 응아를 하는 변기를 맨손으로 그냥 뜯었다는 것이다. 탈출을 해야겠다며 변기를 뜯으면 그 밑으로 공간이 생겨서 도망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환자가 변기를 뜯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환자들은 건장한 남성 네댓이 붙어도 그 힘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탈출해야겠다는 일념 하나 때문에 그 힘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하셨다. 침대를 부순다든지 벽을 계속 때린다든지.
똑똑한 환자들은,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자동문이 소방시설의 ‘발신기’를 누르면 화재 대피를 위해 건물의 모든 문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종종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환자들이 CCTV 사각지대의 발신기를 눌렀다가 탈출에 실패하고 다시 잡혀가고는 한다고 했다.
정신병원은 직계가족 2명의 동의가 있다면 강제입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신병동에 100명이 있다면 그중 98명은 누구로부터 도망쳐야 하니까 이곳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2명은 나는 정신에 이상이 없고 문제가 없는데 왜 나를 붙잡아 놓는지 매번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정신의학적으로 환자와 비환자를 구분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분들도 직계가족 2명의 동의가 있다면 강제로 입원을 시킨다는 건가요?라는 내 질문에 관계자분은 고개를 갸우뚱 어깨를 으쓱하셨다.
故이외수 님의 소설 ‘장외인간’에서 주인공은 자진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다. 삶이 고되고 힘들 때마다 하늘에 있는 달을 보는데 어느 날부터 달이 뜨지 않는다. 친구나 동생, 닭갈비집 손님에게 “달을 아십니까” 물어도 ‘달? … 달이요?’ 주인공을 정신병자 쳐다보듯 본다. ‘일월(月) 화수목금토’가 아니고 ‘일인(人) 화수목금토’라고 한다. 미칠 노릇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 달을 모른다고 하면, 나는 며칠 몇 달을 고민하다가 정신병원에 갈 용기가 있을까?
길거리를 걷다 보면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편찮으신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보통은 조현병을 앓고 계시는 분들이다. 조현병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 호전이 되지만 약을 끊으면 다시 증세가 나타난다. 약 가격이 싼 편도 아니라고 한다. 경제의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이 지원을 받아 약을 꾸준히 드시고 호전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