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나의 벗
가을이 온다. 아니다. 벌써 겨울 같다. 다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언제냐 물어보면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쌀쌀한 봄이나 가을의 비율이 높을 것 같은데 어쩌고 저쩌고 때문에 봄이나 가을은 이제 점점 짧아지고 있다.
가을이 오면 미식가도 아닌데 고독해진다. 산책로에 있는 벤치마다 잠깐씩이라도 앉아 있어야 할 것 같다. 좋아하지도 않는 낚시터에 가서 캠핑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할 것 같다. 등산을 갔다가 정상 비석 옆에서 사진을 찍고도 한참을 더 내려다보고 하산해야 할 것 같다. 아 – 고독하여라. 고독이란 무엇인가. 고독이라는 것은 ‘내가 아는 가장 높은 곳 절벽 끝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내가 아는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둘도 없이 근사하다. 세상이 내 발아래에 있다. 저렇게 많은 조명과 불빛들을 누가 필요해서 왜 설치한 걸까. 사람이 개미보다 더 작아 보인다. 왜 저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할까. 어떤 생각을 하다 보면 멍 – 해지는 때가 온다. 그때 돌아 내려가야 한다. 고독이라는 절벽 끝에서 발 한 발자국 잘못 더 디디면 고독사로 이어진다.
[고독사 3분의 1, 집주인‧택배기사가 발견]
작년 고독사 사망자 3661명, 4년째 증가.
남성 84.1%(3053명) 여성 15.9%(579명) 성별미상자 29명
20대(59.5%) 30대(43.4%) 50대(14.1%) 60대(8.3%)
가족끼리 저녁을 먹다가, 나는, 사람이 싫고 그래서 만나는 친구도 잘 없다. 인생이 원래 혼자인 것 같은데 혼자 노는 방법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책 읽고 사진 찍고 일기 쓰고 난 그런 게 좋다. 따위의 이야기를 했더니 아버지가 지난주 신문기사 이야기를 하셨다. 나도 본 기사다. 덧붙여 주위에 고독사로 돌아가신 분 이야기도 했다. 네가 젊은 혈기에 그럴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위에 사람도 필요하단다.
내가 아는 가장 높은 곳 절벽 끝에 서면 정말 거기서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착각을 받는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 가보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같은 가을이지만 송림사가 주는 가을과 갓바위가 주는 가을이 다른 것처럼. 나는 다시 돌아내려 가야 한다. 다른 고독을 만나러.
* 가을방학 -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