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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자 Jan 02. 2020

건빵을 먹으며

자주 '발효보리건빵'

오후 11시 25분.

건빵을 먹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합니다

나는 치즈맛 크래커보다는, 초콜릿 맛 비스킷보다는 건빵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건빵봉지를 뜯을 때는 가위로 자르는 사람입니다.

나는 2-3번의 밤에 걸쳐 한 봉지의 건빵을 끝내는 사람입니다.

나는 먹다 남은 건빵은 봉지 끝을 돌돌 접어 나무집게로 집어 놓는 사람입니다.

나는 이 고소한 맛을 강아지와 나누고 싶지만 애써 참는 사람입니다.

나는 어젯밤엔 책상에서 일을 하면서, 오늘은 전기장판에 누워 TV를 보며 건빵을 먹은 사람입니다.

나는 내일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에 드라마를 재차 일시 정지하고,

뻑뻑한 입 속을 달래기 위해 500ml의 뜨거운 물에 티백 하나를 넣어 우리고,

머릿속 가득한 이 걱정이 차와 함께 꿀떡 꿀떡 넘어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차의 첫 입이 뜨거워 '하뜨하뜨' 소리를 내며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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