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형 모솔과 자책형 모솔
앞서 나는 모태솔로의 유형을 자율적 모솔과 타율적 모솔로 분류했다. 그리고 여자 모솔은 보통 자율적 모솔, 남자 모솔은 타율적 모솔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남자는 여자보다 성욕이 강하기 때문에 여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를 만나기가 쉽다. 뚱뚱하거나 못생겼어도, 성격이 지랄맞아도 다 자기 좋다는 남자가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연애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면 그건 자기 자신의 뜻으로 모태솔로가 되길 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앞으로의 논의는 타율적 남자 모태솔로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율적 여자 모태솔로들은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더 행복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지금 상태 그대로 행복할 것이다. 그들의 삶에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하지만 타율적 남자 모태솔로들은 연애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들이다. 여자를 만나서 더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에 대해선 할 얘기가 많다.
여기서 나는 타율적 남자 모태솔로의 유형을 한 번 더 세분화하려 한다. 그건 돌격형 모솔과 자책형 모솔이다. 돌격형 모솔은 여자만 보면 냅다 고백을 박아버리는 유형이다. 고백을 했는데 거절당해서 모태솔로를 탈출하지 못한 남자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문제점은 객관적 지표의 부족함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키가 크고 돈이 많고 잘 생기고 말빨이 좋은 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인생에는 뽀록이라는 게 있다. 여자들은 때로 모든 게 완벽한 남자를 두고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당첨율 1%의 제비라도 100번을 뽑으면 한 번은 당첨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뽀록조차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못난 것이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의 우연조차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외모나 키, 직업, 사회성 등 객관적인 지표에서 심각하게 평균을 밑도는 것이다. 그렇다면 능력치를 높이면 된다. 피부과에 가서 레이저 시술을 받고, 헬스장에 가서 살을 빼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사회성을 기르면 된다. 물론 그렇게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자란 그렇게 만만한 족속들이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뽀록이 터질 것이다. 언젠가는 모태솔로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자책형 모솔은 좀 더 골때리는 유형이다. 그들은 고백 자체를 하지 못한다. 이들은 극도로 여린 심성의 소유자들인 경우가 많다. 인생의 모든 것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비트 코인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원금을 몽땅 날려버릴 수 있고, 예금이나 적금은 원금 손실의 우려가 없지만 수익율이 매우 낮다. 보험이나 중고차 영업은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매출을 내지 못하면 한 푼도 벌지 못할 수 있고, 공무원은 65세까지 안정적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월급이 적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여자와 손도 잡고 키스도 하고 가슴도 만지고 섹스도 하려면 고백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리스크를 수반한다. 고백을 받은 상대방이 부담감 내지는 ('이 따위 남자가 나를 넘봐? 내가 그 정도로 별로인가?'하는)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고, 거절당한 내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자책형 모솔들은 그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도, 자기가 상처를 받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자기의 가치를 끊임없이 깎아내린다. 10점 만점에 10점은 못되어도 7점 정도는 되는 사람이 '나는 0점이니까 어차피 고백해봐야 안 될 거야. 그냥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지 말고 나 혼자 살아야지.'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한다. 결국 그의 삶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역시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었어.'라며 그는 또 한번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준다. 낮아진 자존감으로 인해 그는 다음번에도 그 다음번에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 악순환에 갇혀서 평생 괴로워한다.
이들의 문제는 돌격형 모솔들처럼 단순하지 않다. 돌격형 모솔들이 연애를 못하는 이유는 객관적 지표가 미달되어서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걸 개선하면 된다. 해결책이 명확하다. 하지만 자책형 모솔들은 다르다. 이들은 자존감이라는 극도로 주관적인 요소 때문에 연애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외모를 가꾸고 커리어를 쌓는다고 해도 부정적인 자아상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면 삶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자존감이란 건 실체가 없다. 학원에 가서 배울 수도 없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도 없고, 백화점에 가서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자책형 모솔들은 골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