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인스타를 지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인스타는 PC로만 들어가기로 했고, 모바일 어플이 없으면 스토리를 올리지 못하는 불편이 있긴 하지만 그냥 감수하기로 했다. 나는 솔로 시청자 커뮤니티에도 안 들어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것들이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방송에 나갈 생각을 했냐고, 정말 대단하다고, 자긴 죽어도 그런 건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막상 나가 보면 당신도 즐기게 될 거라고, 세상에 관심 받는 거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당신은 관심에 수반되는 악플이나 신상 털이를 싫어하는 것이지 관심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겪어봤기 때문이다. 나는 인기 없는 남자였다. 늘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를 바꿨다고 알아봐주는 사람도 없었고, SNS에 글이나 사진을 올린다고 댓글 달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월화수목금토일 중에 약속있는 날이 하루도 없고, 업무적인 대화가 아니면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안하고 사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방송을 나가고 변했다. 내 주변에 가장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보다 팔로워가 많아졌고,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와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옛날 친구들로부터 방송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연락이 왔고, 회사 사람들은 내가 출근하면 연예인 왔냐며 놀리기도 했다. 과거에 블로그에 남녀 관계에 대해 썼던 글들이 무려 여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사람들이 댓글로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내가 뭐라도 된 줄 알았다. 마침 페미니즘에 대한 책 출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여세를 몰아가면 포스트 이준석이라도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유명한 시사 유튜브 채널들에서 몇 차례 섭외가 들어오고, 공중파 토론에까지 나가면서 연예인병은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그 인기는 다음 기수가 시작되자마자 눈 녹듯 사그라든다. 자기소개(보통 매기수 2회차에 한다.) 전까지는 그래도 종종 댓글도 달리고, 팔로워도 늘어나지만 이후에는 정말 끝이다. 사진을 올려도 반응이 없고, 라이브 방송을 켜도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 전설적인 707 베이비 영철조차도 이제는 언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보 같은 짓들을 하기 시작한다. 현실이 아니라 허상을 좇기 시작한다. 직장에서는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SNS만 보고 있고, 인터넷 여론에 일희일비하다가 출연자들끼리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여성시대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의 네티즌이 나는 솔로 4기 출연자들에 대한 뒷담화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글에는 여성 출연자들이 내가 블로그에 올린 남녀 관계에 대한 글들을 보고 손절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 글을 보고 후다닥 팔로워 목록을 뒤졌고, 나와 맞팔이 되어있지 않은 출연자들을 언팔했다. 나중에 그분들이 팔로우 안 되어있는 걸 몰랐다며 내게 먼저 팔로우를 걸어주어서 오해는 풀렸지만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짓이었다. 내가 조금 더 대담한 사람이었다면 더 많은 흑역사를 생성했을 것이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그래서 지웠다. 나만의 이야기를 언젠가 세상에 펼치고 싶은 사람으로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이만큼 모아놓은 게 아쉽긴 했지만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기업인 김승호의 저서 [돈의 속성]에 따르면 사람에겐 돈그릇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사람은 그릇과 같아서 그 그릇에 넘치는 돈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로또를 맞거나, 코인이나 주식이 떡상해서 갑작스럽게 큰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개 사치를 하거나 무리한 투자, 사업을 벌여서 그 돈을 날리고 만다. 그릇에 넘치는 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다. 관심도 비슷한 것 같다. 분수에 넘치는 관심은 해롭다. 내실을 다지고 그 내실에 걸맞은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설익은 관심을 받게 되면 내실이 아니라 관심만을 좇게 된다. 그러다보면 사람이 망가진다.
그래서 한걸음 씩 다시 나아가보기로 했다.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고, 선정이 되었다. 글을 30개 넘게 올렸는데 이제 겨우 구독자가 10명이다. 유튜브 채널은 아직 구상 단계다. 내년부터 자취를 시작하면 좀 더 편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갈 길이 멀지만, 어쩌면 영원히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다려보기로 했다. 내 관심 그릇이 그에 걸맞게 커질 때까지.
그런데 여기서 웃긴 거 하나. 그 와중에 인스타를 그냥 지우지 않고 비공개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 내 휴대폰에서 인스타 어플을 지웠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비공개로 돌리면 내 계정에 들어온 사람들이 알게 되니까, 혹시나 나한테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건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관심이 이렇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