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다
하늘에 계신 친정엄마에게 못한 말들을 남겨보려고 한다. 엄마에게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편지글을 통해서.
살아계실 때 좀 더 과감히 열렬하게 속내를 비치고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부모에게 그렇다. 내가 규정한 자식으로 역할은 걱정 끼쳐드리지 않는 게 처음이자 끝이었으니깐. 그 규정 안에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사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혹시 누군가 이 편지글을 보면서 '나도 좀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좋겠다.
엄마!
저녁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 늘 사람들이 따닥따닥 붙어서 가야만 하는 좌석버스에 타고 있어. 몸은 피곤하고 배도 고프다. 집에 가면 먹을만한 게 있을까? 그래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다. 엄마가 하늘나라에 간지 많은 시간이 흘렀네. 하루 종일 엄마 생각이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일을 쉬고 있거나 공허한 시간이 흐를 때면 어김없이 엄마 생각이 나네.
그러다가 버스 안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싶었어. 엄마 전화번호를 당연히 지우질 않았지. 절대 받을 수 없는 번호인 줄 알면서도 지워지질 않네. 내 핸드폰에 남겨진 엄마 번호도 엄마에 대한 자국이니깐.
그냥 무심코 단축번호를 눌렀어.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엄마 핸드폰은 해지했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통화연결음도 나오질 않을 거라 여겼지. 그런데 '띠띠띠~~~' 하는 연결음이 들리는 거야.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지금 생각하면 통화연결음이 나온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만 난 그때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
'진짜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나?'
라는 동화 같은 상상력을 잠시 했지 뭐야.
살면서 심장이 두근두근 대는 경험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그때 기억만은 지금도 생생해. 누군가 전화를 받는 것도 무서웠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짧은 순간에 흐르더라. 잠시 후~~~
"여보세요?"
라고 어떤 남자가 전화를 받았어. 난 아무 말도 안 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지.
단 몇 초 동안 이뤄진 일이었어. 웃기지?
전화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로 엄마인지 아닌지 당연히 구분할 수 있잖아. 그런데 지금 엄마 목소리를 떠올려보려는데 잘 기억이 안 나네. 기억을 더 파내려 하면 울컥 가슴에서 무슨 덩어리가 올라올 듯해. 결혼 이후에도 늘 엄마랑 매일 통화를 했지만 그다지 애틋한 통화는 아니었을 거야. 진짜 안부전화지. 밥 세끼 잘 드셨는지. 별일 없는지 확인용이지. 그 단순하고 밋밋한 대화가 이리도 그립네. 별 대단한 통화를 하진 않더라고 아무 때나 말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순간이었네.
그냥 엄마 목소리가 그립네. 라이브로 생생하게 엄마 숨통을 통해서 전달되는 그 목소리가 듣고 싶을 뿐이야.
편지 또 쓸게. 잘 지내~~~~.
착한 막내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