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상 Jul 08. 2024

걱정없이 떠나는 너에게

걱정많은 내가

#걱정많은내가#편지같은노래#걱정말아요그대#부디행복하기를#학교밖청소년


학교밖 청소년과 만나서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친구들 대부분은 진정으로 보호자 노릇을 못해주는 부모님 곁을 떠나거나 아예 보호자가 없어  세상으로 뛰쳐나온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가정은 이미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곳이 아니다. 상처를 입히고 편안함을 주지 못하는 벗어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아이들은 경제적 정신적으로 자립할 힘이 없고 마음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독립하겠다, 잘 살아갈 자신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월요일 아침. 일주일간 잘 지냈냐는 나의 인사말에 아이들은 늘상 많은 사건이 있었고 여기서 더이상 못살겠노라 말하곤 했다. 어른에 대한 불신이 많은 아이들로서는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훈시가 유독히 싫고 규율에 따르는 기숙학교 시스템을 답답해 했다. 알바를 자유롭게 못한다느니, 저녁에 일찍 들어와야 한다느니 하는 것도 답답해했다. 또 벌써부터 돈걱정이나 앞날 걱정을 하며 인생살이의 고단함에 찌들어가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과 그림책을 함께 읽자니 풍성한 감정을 요구할 수도 없었고 치열한 성찰을 바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필요할 때 그림책의 한 장면이 영감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수업하는 월요일 아침마다 아이들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별을 준비하며 가곤 했다. 오늘 이별인사를 한 친구도 세상에 나가 당당하게 일어서고 돈도 많이 벌겠다며 거침없이 말했다. 그 친구에겐 안온한 기숙생활과 보살핌도 답답하고 떠나야할 공간이었다. 특히 어른들의 간섭과 훈계말씀에 치를 떨었다. 부모님의 폭력적인 양육으로 인해 이미 많은 상처가 있는 친구이기에 나이가 많다고 자신을 간섭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학교를 떠나겠노라 했다. 아무에게도 사랑을 기대하지 않고 다만 자신을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나는 용감하다고 칭찬하며 너의 앞길을 축복한다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치구가 싫어했던 명상이었지만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기를 축복하며 자애명상을 나누었다. 나는 다른 누구가 아니라도 자신만은 사랑하라고 말했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작은 조각>을 함께 읽었다. 자신이 너무 작아 누군가의 조각이라 생각했던 하나라는 주인공은 사실 자신도 작지만 온전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주인공처럼  부족하지만 그대로 온전한 존재라는 걸 느낀 순간은 언제였냐고 물으니 자신의 말을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친구를 만날 때였다고 한다. 나의 부족함은 늘상 느끼겠지만 한 사람의 존재만 있다면 친구들의 강팍한 마음에도 따스한 온기가 생기는 것 같다.


친구는 세상에 나가기를 겁내지 않는다. 의연하고 단단하다. 그 아이가 떠나가는 뒤에서 나는 노래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너의 앞날을 축복하노라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인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너를 걱정해서라며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만난 시간은 축복이지만 이별도 축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보살핌을 벗어나 훨훨 떠나는 용감한 너에게 난 그저 앞날을 축복하며 편지같은 노래를 전해본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작가의 이전글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