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를 10번 하는 것...한 번에 한 번 하는 것
#천배#절명상#절운동#절삼매#의식이절하게하라
지인들이 1000배를 한다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오늘은 4번째로 함께 절을 하였다. 첫날은 맛보기로 300배를 했고 일주일 후는 1000배를 하였다. 다소 호기로 한 것이기에 이어서 계속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또 한 주 후 다시 1000배를 하였고 일주일 간 몸살을 앓았다. 그래서 오늘 다시 절을 하러 가기전 여러 변명거리를 찾으며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나이도 많은데 절운동을 무려 1000번이나 한다는 게 무리가 아니겠어? '하는 상식적인 생각으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오늘도 1000배를 마쳤다.
절이라는 게 불교식의 수행이긴 하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명상을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첫날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올라왔다. 복잡한 감정들과 더불어 무수한 생각들이 스쳤다. 서러움에 울기도 했다. 둘째 주에는 생각이 줄어들었다. 대신 동안 답답했던 일들을 해결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처님과 예수님께 동시에 청원하기를 남발하였다. 이것도 해주세요. 저것도 해주세요. 자비를 청하나이다... 세째 주에는 나를 넘어서기를 바라며 나와 이어진 인연들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청하였다. 내가 정화되고 사랑이 내 안에 머물기를 청하며 절을 이어갔다. 이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나하는 생각은 부질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내가 설정한 한계와는 달리 큰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고 더군다가 절하다 죽는 일은 없었다. 그런 생각은 망상이었다.
오늘 절 하러 가기전 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몸살이 나서 일주일간 제대로 할 일도 못하고 힘들었기에 이번 주는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되었다. 힘도 없고 의욕도 없고 자신도 없고 목표도 막연하다. 그래도 포기하기는 너무 빠르다 싶었다. 그냥 하는 데까지 해보자하며 나를 내려놓자는 마음을 먹었다. 나의 고집스런 생각으로는 미리 한계를 지으려고 할뿐 아니라 지친 몸뚱아리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니 내 힘을 빼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침밥을 굶었다. 나는 없고 의식이 절하게 하는 것, 내 힘은 포기하고 불성이 움직이시게 하는 것을 생각했다.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며 스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몇 차례 경험 때문인지 500배까지는 내리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고집과 부정적인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없애주시라고 청하였다. 욕심, 두려움, 걱정, 분노, 집착, 게으름, 분별심... 늘상 부처님과 예수님을 번갈아 부르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하나의 단어에 절 하나를 바치며 내려놓음을 떠올렸다. 그러다 이런 청함들마저 비우고 그저 부처님과 예수님의 손바닥에 바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대신 부처님과 예수님의 손바닥에 올라가 가장 자연스런 순리의 강물을 따라 흘러가기를 청하였다.
절을 잘 하려면 요령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 동작에 한 번의 들숨과 날숨을 쉬고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잡아야 한다. 생각을 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호흡은 흩어져 버린다. 그러기에 절을 하다보면 생각이 조금씩 줄어들고 정성스레 하게 된다. 절을 하다 점점 힘들어지면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절지옥에 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올라 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다 절삼매에 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절을 하다 저절로 삼매에 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절명상을 몇 번 한다고 삼매가 찾아오진 않을 것이다. 또 한 숨에는 한 동작밖에 할 수 없기에 한 순간은 하나의 모습으로 채워질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매사가 그런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아무리 급하게 무얼 하려 하여도 지금 이 순간만을 살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매 주마다 경험하는 것들이 달라진다. 감정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진다. 청원기도를 남발하고 이런 저런 과거사를 떠올리며 복잡했던 마음들도 고요해진다. 그리고 가장 크게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다. 주변 사람들이 1000배하는 여자라고 추켜세울 때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말이다. "천배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냥 하면 돼요." 나를 한계짓던 마음 속 감옥에서 한 발자국을 나오게 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 그 여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