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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반짝 Dec 14. 2020

170505

201115

 어린이날이다. 더 이상 집에 어린이는 없지만 쉬는날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어린이의 마음으로 쉰다.

 엄마와 둘이 집에 있었다. 아빠도 S도 나가야해서 내가 엄마 곁을 지키고 있었다. 거실에서 졸며 쉬며 계시는 엄마를 보고 있는데 오후의 햇볕이 따뜻했다. 그 때의 모습은 다시 생각해도 금방 떠오른다. 나는 오후의 우리집 풍경을 사랑한다.

 엄마는 팥죽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아프기 전에도 입이 짧으셨던 엄마는 아프시면서 찾아온 식욕 저하로 이전보다 더 입이 짧아지셨다. 식욕이 없다보니 드시고 싶은 것도 잘 없었다. 그런 엄마가 드시고 싶으시다니 당장 사다드리고 싶은데 엄마를 혼자 두고 사러 갈 수가 없었다. 드시고 싶어 하시는데 사다드리지 못 하는 상황이 아쉬웠다. 아빠와 S가 집에 오려면 시간이 걸릴 듯 해서 말도 못 꺼냈다. 어쩔수 없이 다음에 사다드리겠다고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또 다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신 아빠가 돌아오셨다. 한 손에는 검은 봉투를 들고 오셨는데, 받아보니 팥죽이었다. 갑자기 왠 팥죽이냐고 했더니 그냥 엄마 생각이 나서 팥죽을 사오셨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신 엄마는 팥죽을 받아들고 펑펑 우셨다. 이런게 텔레파시인가 싶었는데 그건 그냥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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