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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시 Dec 03. 2023

왜 우리는 타인이 필요할까

 최근 읽은 (혹은 읽고있는) 여러 책에서 우연인지 운명인지 자꾸만 비슷한 구절을 반복해서 만났다.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

 사람의 가치는 타인으로부터만 얻을 수 있다는 것.

 확인사살을 당하듯 혼자 있는 시간의 공허함이 수십 수백배가 됐다. 나는 현재 누군가에게 그만큼의 의미가 되지 못하기에 살아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배도 든든하고 등도 따뜻한데 이것만으론 부족한지, 쉴새없이 울리는 모르는 이들과의 단톡방에 들락날락 숫자를 없애본다.

 다들 무얼 하며 그리 복작복작 바쁘게들 사는 걸까. 인생에 바쁨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 스스로 선택하여 만든 것이다. 허한 마음에 일정을 그득그득 채워도 결국 잠들기 전 짧은 적막을 못 견뎌 영상을 틀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괴로울 거면서 혼자 있는 것도 견딤의 연속이라니 참 모순인 것이다.


 스로를 가엾게 여겨 삶의 이유라도 만들어주려고 바쁘게 사는 거겠지만, <월든>을 쓴 소로도 엄마 집에 번질나게 드나들었다는 일화를 떠올려 보면 결국 비빌 구석이 있어야 힘들다는 투정이 나오는 것이다. 외로움에 대한 호소와 찰나의 평화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회색이 참 잘 어울린다. 딱 회색같은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온전히 끼지 못하고 중간 지대에 맴돌며 그저 쓸쓸하게 바래있는 색. 이도 저도 되지 않고 그저 그곳에 가만히 멈춰있는 색. 차라리 휘발해버리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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