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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리 May 06. 2023

카카오톡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거절하고 싶은 선물도 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발신인은 생각지  못했던 사람이다. 유쾌하고 불쾌하고를 떠나서 잠시 멍한 상태로 바라만 보던 메시지.

순간 이 선물을 받아야 하나 거절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내 주변은 고요해졌고 메시지 하나에 몰입이 되는 순간. 답신의 글을 보내야 할지도 망설여지는 10분 같은 3초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서 메일이 온다.

구구절절 긴 문장으로 쓰인 그 글의 끝은 연인이었다면 '우리 헤어져'나 다름없는 통보.

어? 이 시간에 이건 뭐지?

카톡도 있고 전화도 되는데 굳이 밤늦게 메일이라.....

나는 그동안 쏟아부은 내 시간과 노력이 이렇게 허무하게 대접받았단 생각에 얼굴만 붉힌 채 조용히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 능력의 보상이 이거였던가? 내가 이렇게 하찮은 사람이었나? 내가? 나란 사람이?



3년 전.

책을 읽던 내게 책으로 알게 된 분이 계셨다. 나름 출판 일을 열심히 하고 계셨고 만나자는 제안을 주셨었다.

첫 만남에서 그분은 가족 이야기와 일 이야기 그리고 나름의 비전을 이야기하시고 취미도 이야기하시며 유쾌한 웃음과 대화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셨고 그 장단에 예의 바르게 맞추어 함께 했던 그때의 나


"쥬리쌤, 제안 하나 해도 돼요?"

"아 그럼요, 대표님~ 얼마든지요~"


대표님의 제안은 본인 출판사의 sns계정을 브랜딩 해달라는 것. 나는 나의 계정을 키우고 있었고 나름 북스타그래머로 진심으로 읽고 쓰며 소통하고 있던 인스타그래머였다.

인플루언서는 아니었고 이제 막 독서모임을 작게 시작하는 초보 운영자. 그런 나에게 그런 제안은 실로 부담이자 희망이었다. 누군가 이제야 나의 재능을 알아주는구나~ 감사했고 원하는 방향으로 해 드리겠다며 제안을 수락했었다. 물론 계약사항이 있었고 그 조항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더욱 신경 쓰며 하겠노라고 실제로도 정말 그렇게 시간을 쓰며 만들어 나갔다.



기본적인 아우트라인을 잡고 이미지를 만들고 계정의 컨셉을 찾아가고 있을 즈음.

한 통의 메일로 그 계약은 무효가 되었고 여타부타 어떤 사유도 듣지 못한 채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맘에 안 들었으면 애기라도 하지 않으셨을까? 수정할 부분이 있었다면 고쳐달라 말하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말도 없이 그만하겠다니! 어떤 사유도 듣지 못한 채 나는 내 능력의 부족이라 생각했고 허무해진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짐을 하였다.


'반드시 나의 계정을 1만 이상 키워 놓을 것이다!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나는 뭔가 나의 브랜딩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 후 나의 생각이 담긴 그 계정을 들어가 보면 변한 게 거의 없다. 그리고 그 대표님은 다른 인플루언서와 활발히 협업을 하며 프로젝트도 결성하시고 사업을 진행해 나가셨다. 


씁쓸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나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일. 그만 생각하자며 나의 일에 매진하였고 그렇게 시간이 몇 년 지난 지금 그분의 출판사에서 신간 도서가 나온 것이다.

그동안 메시지 한번 하지 않고 지내던 내게 날아든 선물과 메시지. 인스타로 잘 보고 있다며 신간 도서가 나와 늦게나마 보내드린다는 메시지. 서평을 인독기 멤버님들이 많이 해 주셔서 반가웠다는 메시지.

멤버님들 피드를 돌면서 보았었다. 예쁜 표지의 새 책. 많은 분들의 댓글로 책이 알려지고 있는 것도 보았었다. 그 책을 선물로 보내셨다. 몇 년 만에 카카오톡 선물로..


답장을 드렸다. 정중하게.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열심히 글을 쓴 작가님의 책을 거부하는 건 예의가 아니어서 염치불구하고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쉽사리 책을 넘기진 못한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넘기지 못하는 책도 있게 되었다. 처음이었다. 


마음이 편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본다. 분명 성장이란 것을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게 그동안 나온 신간이 아닌 이번 책을 보내준 마음이 궁금하다.  무척 궁금해졌다.




사람을 미워하진 않는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어떤 때는 '예의'란 것도 잊는다. 살기 바쁘면 사소함의 예의는 잊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게 아니라 가슴 한켠 남겨둠에 꺼내 보지 않는 것이다. 일부러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며 사는 것이다. 그 입장이면 그럴 수 있고, 어쩌면 상처 주는 말을 안 하신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다 저렇다 이유 없이 '계약 해지'를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떠랴.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닌데.

그래도 그렇게 선물 보내기 안의 편지로 메시지를 써서 보내는 건....

아직 이해가 안 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는 순간순간에

나와 같은 생각의 사람도 있고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남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찰나가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아픔을 주었으리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능력의 부족함을 말했으리라.

나도 누군가에게 노력보다 결과만 보고 판단했으리라.


경험에서 배움을 얻는다.

그런 경험에서 나는 악착같이 인플루언서로, 모임장으로 쉼 없이 해 나갔다.

아직도 목마르다.

나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새로운 도전도 해 나갈 것이기에.


최소한의 예의.

사소함의 예의.

그런 예의들을 갖추는 어른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선물을 받았는데 깊은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다.

카카오톡 선물이 이럴 때도 있구나.... 반갑지 않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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