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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Feb 26. 2023

탄소강 칼이란?

칼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칼

 만일 본인이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요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리도구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생긴다.  이런저런 팬도 사보고 이쁜 주걱등도 구매하면서 요리를 하다 보면 너무 즐겁다. 그리고 좋은 칼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칼을 구입하려고 칼을 전문적으로 파는 스토어의 칼을 검색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된다.  몇몇 칼에 ‘칼에 녹이 쓸 수 있으니 관리에 주의를 필요합니다’ 등의 경고문구가 있는 제품이 있는 것이다. 


출처: 칼이쓰마) 탄소강으로 만든 칼에는 녹에 대한 경고문구가 있을 수 있다.


 일반 마트나 홈쇼핑에서 사는 칼이나, 아니면 단순히 디자인에 끌려서 칼을 사는 경우 저런 문구를 보기 힘들다. 심지어 전문 샵에서도 상대적으로 저가 칼을 고를 때는 이러한 문구를 볼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비싼(보통 20만원 이상대)의 칼을 구입하는 순간부터 이러한 경고를 볼 수 있다. 




칼 금속의 2개의 큰 카테고리 - 스테인리스 합금/ 탄소강 


 칼을 금속별로 나누자면 크게 스테인리스합금 - 탄소강 2가지 카테고리가 된다. 

스테인리스 강재는 녹이 쉽게 슬지 않는 재질로 가정 및 프로 요리사들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분들이 사용하고 있을 칼이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칼은 녹의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금속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큰 문제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출처: 행켈 홈페이지) 스테인리스 스틸은 많은 칼에 사용된다. 녹이 슬지 않는다는 점은 큰 이점이다.


 하지만 탄소강으로 만든 칼은 수분이 많은 일반 주방 환경에서 녹이 너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관리가 힘들다. 그러면 탄소강을 굳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절삭력이 비교도 안되게 좋고, 두 번째는 숫돌로 갈아내서 다시 절삭력을 살리는 과정이 비교적 편하다.  뭔가 칼이라는 본질에 더 접근해 있는 느낌이 든다. 

출처: 구글) 탄소강과 녹은 땔래야 땔 수 없다. 하지만 절삭력이라는 관점에서는 어떠한 스테인리스 칼도 비교할 수 없다. 


 탄소강 나이프는 요리를 단순히 취미의 영역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구경하기 힘든 기물이다. 재미있게도 오히려 캠핑등을 즐겨하는 분들이 탄소강 나이프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실정이다. 캠핑을 할 때 나뭇가지 등을 자르거나 하는 데 사용하는 용도이다. 저런 용도라면 수분에 대한 칼의 녹슴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절삭력이 우수한 탄소강이 대중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탄소강 칼에 대한 끔찍한 경험 


 내 첫 탄소강 칼은 일식조리사 수업용으로 구매한 야나기였다. 20년 전 학생 기준으로 15만 원 정도의 거금을 들여서 구입했는데, 그 당시에는 탄소강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칼 판매자도 그러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탄소강 칼에 대한 기억은 끔찍하다. 분명 수업 중간에 양파 몇 개 썰었는데 수업이 끝날 때쯤 되니 녹이 슬어있다! 과일 하나 썰었는데 과일이 닿은 칼날의 색이 변한다. 행주로 분명히 닦았는데 행주의 살짝 젖은 부분이 조그마한 물방울이 남아 칼이 녹이 쓴다. 심지어 칼을 숫돌에 갈고 있는 중간에도 녹이 올라오는 걸 보고 정말 기겁했었다.  


출처: 구글) 탄소강을 산성이 강한 식재료를 썰면 패티나라는 얼룩이 생긴다.


 도저히 관리가 안됨을 느끼고 녹이 올라온 겉면만 최대한 갈아내 버리고 물기를 제거한 후 칼박스에 넣어놨는데... 일 년쯤 후에 지인이 관심을 가지어 선물로 주려고 다시 열어보니 보니 거기에도 녹이 슬어있어서 맨탈이 와장창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의 나는 탄소강을 사용하기에 너무나도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였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나의 주변사람들도 탄소강 칼이라는 것 자체를 몰라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없었고 인터넷등으로 이런 내용을 검색이 가능하였던 시대도 아니었다. 



탄소강을 사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지식


 탄소강은 기본적으로 과일 등의 산성이 있으면서 물기가 많은 재료를 써는 행위는 금물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썰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직후 패티나로 인하여 색상이 변하는 칼날에 무덤덤해져야 한다. 재료를 썬후 마른행주로 물기 제거가 기본이다. 사용 후에는 물기를 최대한 제거 후 기름을 발라 보관해야 한다. 녹이나 패티나가 심하다면 녹 제거제나 숫돌등을 이용하여 전부 제거해야 한다. 


출처: 구글) 탄소강을 사용하다 보면 한 번쯤 구입하게 되는 녹지우개


 문제는 이론을 알고 있다고 해서 관리가 손쉽게 될 정도로 만만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업장에서 자신의 위치가 낮은 편에 속해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선배들이 갑자기 시키는 업무 때문에 물기에 방치되거나, 말도 없이 선배들이 레몬 써는데 등에 사용하는 경우 칼 관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후배들이 첫 칼을 구매할 경우 절대 탄소강을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식업장이나 부처(고기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는 조금 예외이다. 탄소강으로 만들어진 잘 갈린 일식용 칼은 사시미라는 요리 그 맛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 그 때문에 탄소강 칼을 유지하려는 지식의 이해도와 의지가 높으며, 그 노력이 쉽게 무시당하거나 폄하당하지 않는다. 부처에서는 하루종일 고기만 잡는데, 고기를 잡는 칼에는 기름이 잔뜩 껴서 별도의 관리 없이도 탄소강 칼이 유지가 잘 된다. 




탄소강 칼에 대한 열정


이런저런 칼들을 구매한 후에 갑자기 탄소강 나이프에 대한 열정이 끓어올라왔다. 예전의 악몽이 트라우마처럼 올라오면서 '어차피 골칫덩어리가 될 거야'라는 생각에 2년 이상 고민을 하였지만 결국 요리덕후의 본능을 참지 못하고 질러버렸다.  


 언박싱 후 칼로 식재료를 썰어보니 왜 탄소강에 일식요리사들이 열광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당근이 소리하나 없이 두부처럼 밀리는 경험은 스테인리스 칼로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질긴 소고기가 저항 없이 슥슥 잘리는 기분도 마찬가지다. 또한 내 많은 걱정과 다르게 10년이 넘은 내 요리에 대한 세월은 탄소강 나이프를 케어하기에는 크게 문제없는 듯했다. 

나름 신경 쓰지만 패티나와 녹이 살짝씩 올라온다. 하지만 더 이상 스트레스는 없다


 물론 문제가 없진 않다. 몇 번 채소 썰었더니 올라오는 녹과 패티나는 역시나 탄소강은 탄소강이구나 싶었다. 작업이 끝난 후 물기제거 및 오일을 바르는 작업이 그렇게 편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케어가 가능하다는 점이 너무 행복하였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나?




탄소강 칼의 확실한 장단점



  본인이 칼이라는 물건의 극강의 절삭력을 느끼고 싶다면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칼이다. 하지만 그만한 각오가 필요한 칼이다. 본인이 가벼운 흥미로 사고 싶다면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녹이 쉽게 쓴다는 점은 왜 대부분의 쿡웨어가 스테인리스로 이루어지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엄청난 단점이다.

 하지만 본인이 많은 스테인리스 칼을 겪어보았다. 또 숫돌에 의한 연마가 자신이 있으며, 탄소강을 케어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 결정적으로 가정에서라도 회를 많이 뜨거나 고기를 많이 잡는 등의 극강의 절삭력을 느낄 수 있고, 또 필요한 환경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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