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컴퍼스 May 27. 2020

#23. 예전처럼 우리 크루징 할 수 있을까?

코로나 이후, 크루즈 선사들의 움직임

코로나는 국가 간의 이동을 제한시키고, 각국의 국경을 단단히 걸어 잠그게 만들었다. 이 모든 상황이 마치 몇 년은 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 시간적으로 따지고 보면 4개월 아니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너무나 큰 나머지 우리네 인생에서 코로나 이전의 시간이 이후의 시간보다 더 길고 풍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후의 이 짧은 시간이  그 풍성했던 모든 시간을 싸 글이 다 집어삼켜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인터파크,  트립 닷컴과 같은 항공권 조회서비스를 매일신문 기사를 확인하듯 열어보며 오늘은 어떤 항공권이 특가상품으로 떴나,  올해 여름에는 어디로 휴가를 가볼까 하고 고민했던 그 시간이 앞으로도 올 수 있을지 의문이고 행여나 그런 시간이 온다 해도 잠깐만 스쳐 지나가진 않을까 의심스러울 것 같다.


코로나 이후로 하늘길은 물론 바닷길 역시 막혔다.


부두들도 빗장을 치고 정박을 꺼려한다.  화물선, 유조선은 물론 페리, 크루즈선 모두 운항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나마 필요한 물자를 실어 나르는 선박들은 점진적으로 제제가 풀리고 운항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레저를 위해 운항하는 그리고 다수의 승객들이 모여있을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닌 크루즈선의 운항 제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Photo by Arun Sharma on Unsplash


그렇다면 크루즈 선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2월 초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안에서의 대규모 감염 소식을 시작으로 호주, 미국, 유럽을 항해 중인 크루즈 선에서의 크고 작은 규모의 감염 소식이 전해지자  크루즈 선사들은 자체적으로 운항을 중단, 취소하기로 결정 내리고 점차적으로 크루즈선의 정박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3월 13일  US CDC (미국 질병관리본부,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로부터 30일간 크루즈 선 운항중지명령이 떨어졌고, 그 시점으로 미국 출발 모든 선박들은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그 후 운항 중지 명령이 떨어진 지 30일이 되지 않은 4월 9일 US CDC는 운항 중단 기간을 100일로 연장했고,  그렇게 전 세계 300척이 넘는 크루즈선들은  갈 곳 없는 바다 위에 방랑선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선사들은 7월 말까지 운항을 취소하겠다는 공지를 올린 상황이며  그중 카니발 크루즈 라인은 8월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공지를 올렸으나 과연 8월에 운항을 재개를 할 수 있을지는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그렇다면 300척이 넘는 갈 곳 없는 방랑선들을 두고 지금 현재 크루즈 선사들이 무엇을 준비 하고 있고, 가장 포커스를 두고 있는 부분이 뭘까?   


바로 크루(crew:선원)들의 이동, 비용 삭감 그리고 안전수칙 강화


이 세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 같다.


300척의 크루즈선이 떠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수의 크루들이 바다 위에서 일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금 낡은 자료이긴 하지만 3년 전의 기록만 봐도 약 25만 명의 크루들이 크루즈선에서 근무한다는 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다. 정말 많은 수의 크루들이지만 평소에는 크루즈 선마다 스케줄이 다 다르고, 크루들도 각자 승, 하선 스케줄이 다르니,  크루들의 움직임을 크게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갑자기 모든 선사에서 운항 중지 통보를 받았으니 이  많은 수의 크루들이 한꺼번에 하선을 해야 했고, 코로나 이후  하늘길도 막혀 버린 상황이 엎친데 겹쳐 이들이 쉽게 자국으로 돌아가질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상 운항하는 항공편이 없어 크루즈 선사에서 전세기를 띄워 집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크루즈선을 교통수단으로 삼아 배에 태워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운영도 선사마다 한계가 있고,  부두를 열어주지 않는 곳도 있으며, 전세기를  띄울 수 없는 곳도 있다 보니 아직도 약 10만 명 가까이 되는 크루들이 집으로 가지 못하고 크루즈 선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선사들은 매일 크루들을 집으로 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부두, 각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모든 크루가 집으로 갈 수 있을 때 업무가 마무리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도 일하고 있다.  


비용 삭감은 크루즈 선사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 경영자들이 고려하고 시행하고 있는 부분이다.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바로 현금이 나가는 것을 막는 일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마련했던 선사들은 그 프로젝트들을 당분간 멈추고,  현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묶어두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이 바로 연봉 삭감 그리고 인원 감축이다.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라인의 회장이자 대표인 리처드 폐인은 4월 초, 자신은  9월까지 임금을 받지 않으며,  코로나 사태가 회복될 때까지 임원들의 월급의 25 %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카니발 크루즈 라인 역시 연말까지 전 임원의 월급의 25%를 삭감하고,  전 직원의 월급은 20% 삭감할 것이라 발표했다.  인원 감축과 일시해고도 함께 진행됐다.  카니발 크루즈 라인은 3월 중순 플로리다 오피스에서 근무 중인 1300명이 넘는 직원을 일시 해고했다.  45%가 넘는 인원이다.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도 20% 가까이 되는 직원을 해고했으며, 미국에 5000명이 넘는 사무실 직원을 둔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라인 역시 26% 가까이 되는 직원을 해고했다.


크루즈 선사들은 선원들을 집에 보내고, 현금 보유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크루즈 운항 재개를 바라고 있지는 않다.  과거 911 사태, 타히니 허리케인, 일본 쓰나미처럼 상황이 진정되고 안정기에 접어든다고 바로 운항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을 이 코로나는 그때와 다르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선사들이 어떻게 해야 승객들이 걱정 없이 크루즈선을 오르고,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을지 ‘안심, 안전 크루즈’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사들은 기존의 안전수칙을 점검하고, 노로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집중되어있는 위생안전 체계를 호흡기 질환과 코로나 바이러스에 적용될 수 있게끔 업데이트하며 실행 가능성 여부를 논의하고 점검하고 있다.

Photo by James Yarema on Unsplash


대다수의 기업들도 이 어려운 시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크루즈 선사들 역시 지금 이 상황을 세상의 끝이라 보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승객들이, 크루즈 마니아들은 크루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또 느끼고 싶어 한다. 7월까지 크루즈 운항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8월 이후의 예약률은 큰 변화가 없는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서비스가 뉴 노멀(새로운 일상)의 노멀 현상이 되면 크루즈에서의 많은 서비스들은 제대로 제공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사람과의 거리를 두면 둘수록 사람과의 접촉이 소중해지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문화 교류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며 그리고 사람만이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함께 변화하면서 크루즈 문화의 핵심 필러(주축:pillar)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 말로 앞으로 크루즈 선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자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곧 크루즈선에서 립스 잉크의 펑키 타운에 몸을 흔드는 그 날을 그리며!  

Photo by Haley Lawrence on Unsplash


Written by Kim

@bakkumkim

매거진의 이전글 #21. 모던 크루즈산업의 아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