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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컴퍼스 Mar 19. 2020

#13. 나는 브로드웨이 공연 보러 맨해튼 안 가고

크루즈 탄다! 

크루즈 안에서 즐기는 공연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 하는 공연을 전부 브로드 웨이 공연이라고 하는 건지, 웨스트엔드 공연은 무조건 런던 서쪽에만 있는 공연을 지칭하는 건지 잘 모른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진 출처: pixabay

그렇다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공연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 


브로드웨이는 반드시 뉴욕 맨해튼 지구 브로드웨이 7,8번 에비뉴 사이 그리고 웨스트 42번가와 54번가 사이에 위치해야 하고 좌석수 500석 이상의 객석을 가진 공연장에서 연출되는 공연을 브로드웨이라고 한다. 그리고 뉴욕의 어느 지역, 거리에 위치해 있던 관계없이 객석수가 최소 100석에서 499석 사이의 공연장에서 연출되는 공연은 오프 브로드웨이라고 하며, 최대 객석 98석의 극장에서 연출되는 공연은 오프-오프 브로드웨이라고 한다. 웨스트엔드는 범위가 좀 더 넓다. 피카딜리 서커스, 트래펄가 광장, 토트넘 코트 로드 그리고 코벤트 가든까지 동남서북 사각형으로 넓게 퍼진 구역 안에서의 공연을 웨스트엔드라고 한다.




극장의 규모와 설립 역사를 살펴보면 웨스트엔드 극장은 1663년 처음 극장이 설립되어 약 40여 개의 극장이 있고, 브로드웨이 극장은 1904년 1919년 사이에 극장들이 설립되기 시작해 역시 약 40여 개의 극장이 있다고 한다. 극장의 평균 티켓값과 공연 관람자 수를 살펴보면 웨스트엔드 극장의 평균 티켓값은 2016년 기준 44.99파운드로 그 해 1430만 명이 공연을 관람하여했으며 약 6.4억 파운드의 수입을 창출했으며, 브로드웨이 극장의 평균 티켓값은 같은 해 기준 109달러로 1327만 명이 공연을 관람하고, 약 14.5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크루즈 잡학사전에서 왜 엉뚱하게 극장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Royal caribbean press center

이처럼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흔히 세계 연극, 뮤지컬의 양대산맥이라고 부르지만, 세상 사람들은 모르는 또 다른 뮤지컬 명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바로 바다 위 크루즈이다. 


미국 마이애미의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교 비스케인 캠퍼스에 약 3700평의 넓이의 3층짜리 유리 건물이 있다. 그곳에는 14개의 춤 연습실, 15개의 보컬 연습실, 2개의 서커스 연습실 그리고 300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600평의 무대의상 작업실과 500명의 공연자들의 숙박시설도 있다. 


그곳은 바로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선사가 운영하며, 프로덕션팀이 자체적으로 공연을 기획, 제작하고 공연자들을 훈련하는 “로열 프로덕션 스튜디오(The Royal Production Studio)”이다. 그리고 1600명가량의 공연자들이 바로 이곳을 거쳐 크루즈 안의 공연장에서 한 해 150개가 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로열캐리비안 크루즈의 가장 작은 톤수인 4만 8천 톤의 엠프레스호(Empree of the seas)부터 가장 큰 23만 톤의 심포니호(Symphony of the seas)까지 모든 크루즈에는 흔히 대극장이라고 부르는 메인 극장(Main Theater)이 있다. 이 메인 극장 이외에 톤수에 따라 Two70 극장, 아쿠아 극장, 아이스 스케이트 공연장 등 공연장의 수가 늘어난다. 톤수가 커질수록 승객 수도 늘어나며, 승객수가 늘어나는 만큼 공연 횟수도 증가해야 하겠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다수에게 동등한 공연 관람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공연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로열캐리비안 크루즈는 <맘마미아 Mamma Mia>, <헤어스프레이 Hair Spray>, <캣츠 Cats>, <세터데이 나이트 피버 Saturday Night Fever>, <시카고 Chicago>, <We will rock you.> 등, 브로드웨이 리그, 토니어워즈와의 파트너 쉽을 맺음으로써 브로드웨이 공연을 맨해튼이 아닌 바다 위 크루즈 안의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승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다도 더 놀라운 점은 로열캐리비안 프로덕션팀이 자체적으로 기획, 제작한 공연 역시 만만치 않게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퀀텀호(Quantum of the Seas)의 Two70에서 선보이는 <스타 워터 Star Water>, 메인극장의 <소닉 오디세이 Sonic Odyssey>, 오아시스호의 <더 플라이트 The Flight> , 스펙트럼호(Spectrum of the Seas)의 <실크 The Silk>, <이 펙터스 Effectors> 등 매 크루즈선 위의 공연들은 그야말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비교하고 그 어느 곳에 내어 놓아도 손색없는 퀄리티의 공연들이다. 게다가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크루즈가 총 27척이고, 평균적으로 크루즈선마다 2-3개의 공연장이 있다고 한다면 매일 저녁 적어도 10만 명이 넘는 승객들이 공연을 관람한다는 계산이 나오며 한 해 기준 3만 명의 관람객이 발생한다. 이는 공연의 규모를 보아도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비교했을 때 지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물론 로열캐리비안 크루즈만 프로덕션팀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카니발 크루즈 라인 역시 플레이리스트 프로덕션(Playlist Productions)이라는 팀이 있고, 메인 극장 내의 쇼를 기획, 제작합니다. 주로 30-35분 정도의 짧은 쇼이나 하이테크 요소를 가미하여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공연,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유명한 노래, 특정 음악에 중점을 두어 짧지만 공연 관람 후에도 가락을 흥얼거리는 여운을 남기는 공연을 만들기로 잘 알려져 있다. 브로드웨이 공연 또한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 (Norwegian Cruise Line: NCL)에는 토니 어워즈 노미네이트 쇼에서 5번이나 공연을 선보인 <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를 NCL의 브레이크 어웨이호의 극장에서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루즈 승객들 사이에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토니어워즈 수상 공연, 프로덕션팀의 공연 등 아무리 명성 높은 공연이라 하더라도 아마 이 공연만큼은 넘보지 못할 공연이 있다. 바로 디즈니 크루즈 라인의 <프로즌 Frozen>이다. 디즈니의 팬층은 모든 연령대에 걸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마니아 층도 있지만, 남녀노소 불문하고 선호하는 크루즈 회사이자, 여행지로 디즈니 크루즈는 1년 내내 성수기이다. 월트 디즈니에서 운영하는 크루즈 회사이다 보니 크루즈 내 공연 역시 월트 디즈니의 공연들을 선보이는데  <프로즌> 이외에도, <알라딘>, <라푼젤>, <미녀와 야수>, <제다이 트레이닝>, <마블 히어로즈> 등 공연 제목만 봐도 벌써 재밌을 것 같고, 감동적인 공연들을 크루즈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크루즈 안의 공연의 규모나 특징을 설명하려 하다 보니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의 규모부터 괜히 거창하게 이야기를 작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크루즈 안의 공연장을 단순히 대극장이라고 설명하며 '대극 장안에는 이런, 저런 공연이 있습니다.'라고만 전달하려니 그 공연들이 괜히 삼삼한 나물처럼 느껴질까 양념을 조금 쳐보았다. 물론 삼삼한 나물도 맛은 있지만 크루즈 안의 공연은 마라탕처럼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인데 이 맛을 전달하기 위해선 다른 음식과 맛을 비교하는 방법이 가장 쉽겠다고 생각도 들었다. 


필자는 크루즈를 타면 식사는 대충 때우더라도 좋아하는 공연은 두 번 이상 보는 편이다. 봐도 봐도 재밌고, 신기하고, 어쩜 이런 공연이 크루즈 위에서 펼쳐지는지 신기할 정도다. 특히 로열캐리비안 크루즈의 Two70에서 150인치의 스크린 6대로 이루어진 ABB로봇이 움직이며 연기자들과 함께 선보이는 공연들은 공연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40분간 물 한 모금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 있고 강렬한 공연이었다.


훗날 크루즈를 타게 된다면 꼭 크루즈 안의 공연들은 빠짐없이 챙겨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크루즈 선사별로 선사들의 프로덕션팀의 공연 스타일이 다르고, 크루즈 선별로, 사이즈에 따라, 선박의 건조 연도, 리모델링의 연도에 따라 공연의 규모도, 퀄리티도 다르다. 각 크루즈선에서 어떤 공연을 선보이는지는 크루즈 회사의 홈페이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크루즈를 타기 전 어떤 공연을 볼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 역시 크루즈 여행을 준비하는 그리고 그 크루즈선을 알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며 필자 역시 적극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바다 위에서 보는 브로드 웨이라니 상상만 해도 너무 멋진 일 아닐까?


Written by Kim @bakku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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