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새해 Apr 16. 2020

햇볕도 공부가 된다

햇볕 두 시간 /신영복

                                                

ⓒsehye



할 일은 많은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일은 늘 손에 잡히지 않았다. 똑같은 그림을 그려도, 똑같은 인형을 빚어도, 놀이로 하는 것과   일로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은 실컷 놀다가도  어떻게든 그 약속을 지키는데 기한을 정하지 않은 일은 세월아 네월아 굶어 죽기 딱 좋다. 기한을 정하지 않은 일은  또 내일로 미루고  동네 산책이나 한다. 카페마다 음식점마다 사람들이 복잡 복잡하다. 그새 이래도 되나? 걱정을 뒤로하고 한적한 길을 걷는다. 꽃도 좋고 볕도 좋다.  따뜻한 볕을 누리자니 신영복 선생이 떠 오른다.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은 이유가 신문지 크기만 한 햇볕 때문이었다고 말씀하신 분. 신영복 선생을 생각하면  햇볕도 공부가 된다. 



햇볕 두 시간/처음처럼/신영복/돌베개


내가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 길어야 2시간밖에 못 쬐는 신문지 크기만 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있음의 어떤 절정이었다. 겨울 독방의 햇볕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였고 생명 그 자체였다.

신영복/담론/ 돌베개


매거진의 이전글 꽃들에게도 코로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