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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소금 Dec 16. 2021

밤의 작별인사

어둠이 흩어지고 다시 빛이 스며드는 아침에 감사하며

소란스러운 빛도,

소음도 모두 멈추는 시간


깨끗이 빨다린 베갯잇에

무거운 머리를 누이면

나도 모르는 새

툭 - 하고 무언가 끊어져.


육체의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불도 꺼지고

나도 힘없이 탁 꺼지는 느낌이 행복해

잠자는 게 좋아.


잠을 자는 것,

이것도 작은 죽음이야

우리는 매일 죽음을 연습해


삶은 어쩌면

죽음을 연습하는 시간,

죽음을 연습해서 삶이고 생(life)이야.



가끔은

또 아침이 주어질까?

다시 또 눈 뜰 수 있을까?

그런 겁쟁이가 되어서,

급하게 너의 작은 손발을 더듬어

머리칼도 쓸어보고 이마에 키스해

코 밑에 손가락을 대어보고 숨을 느껴야

잠이 들어



자, 작은 죽음을 한번 느껴보자

캄캄하지만은 않지

음침한 어둠의 골짜기라 말할 수만은 없어

오히려 깃털같이 가볍고 보송해


야무진 손발톱이 자라고

다시 세포가 깨어나

살결이 보드랍게 돋는단다


겹겹이 쌓여

속살을 덮었던 각질이 떨어져 나가듯이,

모든 죽어야 할 것들은 스르르 소리없이 죽어

그렇게 밤사이 작은 죽음이 일어나


울지마

무서운 것이 아니란다

잘 자렴, 내 아가




안녕, 내 아가

또 한 밤

죽음을 깨고 일어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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