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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디 Nov 02. 2023

퇴사 후 무기력증에 빠지는 과정

퇴사 3개월차가 무기력증에 빠지는 과정 | 퇴사 후 우울증 극복 의지

퇴사만 하면 몇 년 동안 겪어온 섭식 장애, 만성 우울증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할 줄 알았다. 

물론 처음엔 행복했다. 한 두 달 동안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적당히 부지런하게 살며 만나고 싶던 사람도 다 만나고, 재밌는 편집숍들 구경에, 이곳저곳 여행 다니는 건 4년 간의 직장인 시절을 위로해주듯 참 달콤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에 인생이 이렇게 재밌는 거였는데, 왜 지금까지 나는 아등바등 살았을까 생각했다.


퇴사 1~2개월 차. 해외와 국내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지겨워져 가고 돈을 벌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 눈 앞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여행보다는 한국에서 루틴이 있는 생활을 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내 루틴은 점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아침 기상 시간이 7시에서 8시, 8시에서 10시로 점점 늦춰져 갔다. 비교적 부지런히 일어나 할 일을 하던 퇴사 1~2개월 차와는 달리. 더 이상 일찍 일어날 그 어떠한 이유도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무기력감과 우울이 커지며 잠으로 현실의 괴로움을 잊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과거의 직장인으로서의 성공 경험은 모두 과거일 뿐이었다. 더 이상 성공한 나는 온데간데 없이 없어지고, 남들 열심히 살 때 집에서 아침 10~11시까지 자는 내가 되어 있었다.


나의 의지대로 몸을 일으키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더 큰 자괴감에 빠져갔다. 나빼고 모두 잘 나가고 대단해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현실을 한탄했다. 퇴사만 하면 이것저것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탄탄대로를 밟을 줄 알았는데. 분명 퇴사 후의 삶에 확신이 있어서 퇴사를 했던 건데 난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유튜브에 ‘퇴사후 무기력증’ 이라고 검색해봤다. 그때 이세상에 이렇게나 퇴사 후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많은 영상에서 퇴사하고 알바까지 짤리는 현실 등 녹록치 않은 퇴사 후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나와 너무 흡사했다.


그런 암울한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더욱 우울해지고 작은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할꺼 같았다. 퇴사할 때 부장님과 이사님 대표님에게까지 저는 퇴사 후에 책을 쓸거에요. 라고 의기양양한 말투로, 결코 회사에는 돌아올 일이 없을 것처럼 자신감 있게 퇴사를 했는데 회사에 돌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탄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유튜브에 이젠 ‘퇴사 후 성공 사례’를 검색하고 그것들을 하나씩 따라해보기로 시작했다. 


앞으론 커밍 쏜님과 퇴사선배 해다님의 영상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가장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시작해볼 계획이다.


우선 유튜브 영상 제작이 그 첫 번째이다. 구독자 27명. 작은 채널의 영상을 누가 봐줄진 모르겠다. 하지만 겁을 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난 평생 두려움에 유튜브를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기로 했다.


우리는 무기력해지려고 퇴사한 것이 아니다. 퇴사한 후의 삶에 확신이 있었기에 퇴사를 한 것이다. 분명 나만의 길이 있을 것이고 그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퇴사한 후 갈피를 못잡고 있는 분이 있다면 나와 함께 이 암흑 같은 시기를 이겨냈으면 한다. 이불에서 무거운 내 몸을 일으켜 지금까지 미뤄왔던 첫 영상 제작을 한 것에 스스로를 셀프 칭찬하며 글을 마친다.





댓글로 여러분의 퇴사 후 무기력증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함께 응원해드리겠습니다.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 https://www.youtube.com/watch?v=RW8ph1Bmtu4&t=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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