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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정원 Feb 02. 2024

주택에서 살고 있다

마치며

어느덧 주택으로 이사 온 지 2년을 꽉 채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두 번 돌았다. 이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참 느리게 갔던 것 같은데, 첫해는 이사를 통한 송두리째 변한 것들과 거기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갔고, 둘째 해부터는 반복되는 계절과 생활에 대한 감이 약간은 생겨나는 과정에 있다. 새로운 것 투성이었던 첫해의 실패와 반복을 통해 일 년의 루틴이 점점 익숙해지고 3년 차를 준비해 봄 직해 졌다. 봄이 오면 올해 정원에 꽃을 어떻게 늘리고 변화를 줄지 텃밭에는 뭘 심어서 어떻게 키울지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 집도 2년의 시간이 흘러서 인지 약간의 잔고장이 보이기도 한다. 집이 커졌기에 청소할 구역도 넓어졌다. 주택에 태양광이나 차광막이 추가되는 등 작은 공사도 있었다. 정원의 나무와 꽃들, 텃밭의 작물들도 해마다 달랐다.


이런 과정에서 주택살이를 시작하는 설렘과 변화의 새로움을 담아 글을 남기게 되었다.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가끔 포털 메인에 올라갔을 때는 부족한 글임에도 꽤 많은 사람이 읽었다. 아름다운 사진으로 시선을 끌고 주택살이에 대한 궁금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주택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는 감당해야 할 일들이나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 감이 잡히지 않았고, 두려움이 컸다. 


그렇게 주택으로 이사를 왔음에도 불구하고 2년간 못 살겠으니 이사 가자는 마음이 전혀 안 들었다. 오히려 내 몸에 맞는 옷처럼 주택 살이가 재미있고 만족스러웠다. 이는 지난 2년간 현실적인 벽을 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가족들과 우리 집을 보면 주택에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역할이 필요하다. 바로 집내외의 각종 보수와 문제 해결을 미루지 않고 해낼 수 있는 기술자 역할과 마당의 잡초와 식물들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우리 집에서는 기술자는 남편, 마당 담당은 나와 어머니이다. 미리 이야기하고 온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자기 역할을 좋아하고 알아서 내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 이런 역할을 억지로 해야 한다면 주택살이를 오래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사를 오기 전에는 아파트에 사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해서 여행을 가서 독채를 쓰면 그렇게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같았다. 외국에 나갈 때 수많은 사람들이 주택에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주택에 사니 관점이 달라졌다. 아파트의 편리함에 가려져 놓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가족이 집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 집 안팎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당을 통해 자연과 계절의 영향을 더 받고, 집 밖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주택에 살며 할 일이 많아졌지만 이상하게도 삶의 여유를 얻었다. 그런 면에서 이사를 정말 잘 온 것 같고,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도 주택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책이 완성될 수 있었다. 먼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아름다운 집을 지어주고,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내 글에 대한 피드백과 사진을 제공해 주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편에게 감사한다. 남편 덕분에 책 작업이 무사히 완료될 수 있었다. 건강하게 잘 커주는 착한 아들과 마당을 함께 가꾸는 어머니께도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이웃들의 배려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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