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걱정 속에 떠나는 당신께
지금 이 순간, 미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고 있을 신입 이방인들에게 작은 정보가 되기를 바라며, 떠오르는 대로 몇 자 적습니다. 출발 전에는 "정말 가야 하나?" 고민하고, 도착하고 나서는 "왜 왔지?" 후회와 깊은 빡침이 몰려왔던 게 사실이지만, 여행이란 결국 글자 없는 책이라는 말이 맞더군요. 백 권 이상의 책을 한꺼번에 속독한 기분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은 고생과 시련이라는 겹겹이 싼 포장 속에 둘둘 말려서 온다고 하지요. 타국 생활이 힘들더라도 그 고생과 시련을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잠시만 더 참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차분히 곱씹어 보세요. 예상치 못한 순간, 그 어려움 속에서 한층 더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성장이야말로, 인생이 주는 뜻깊고 놀라운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긴 글 주의하세요.
미국 학교, 내향인 아이들의 도전
내성적인 아이가 미국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물론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초등학교는 다소 여유롭습니다. 한 교실에서 하루 종일 같은 친구들과, 같은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천천히 적응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쉬는 시간은 짧고, 과목마다 크롬북을 들고 교실을 이동해야 하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점심시간도 예외가 아닙니다. 도시락을 싸 오기도 하지만, 스쿨 런치가 무료라 많은 아이들이 그냥 학교에서 주는 점심을 빠르게 해결합니다. 아, 물론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는 추가 비용이 있어, 미리 충전해 둔 계정으로 결제하는데, 학생 ID만 말하면 간편하게 끝납니다. 초등학교 점심시간은 대체로 12시 25분부터 시작되어 1시까지 이어지고, 그 후에는 리세스 시간이 주어집니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마음껏 활용해 학교 놀이터에서 뛰어놀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축구, 농구, 아메리칸 풋볼 같은 활동에 몰두하며,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모든 에너지를 그 작은 운동장에 쏟아붓습니다.
문화적 차이, 감정 표현의 신중함
미국에서 일어났던 여러 학교 총격 사건의 가해자가 학창 시절 대개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일까요. 내성적인 성향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는 듯한 인식이 떠돌고 있는 듯합니다. 반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더라도 자기 의견을 당당히 밝히고 활발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다소 마음이 아픈 현실이지만, 한국과는 다른 사회적 정서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생활이 힘겹게 느낄 때, 집에서 엄마한테 혼나서 기분이 상하거나, 친구가 나를 외면해 속상하거나, 눈을 찢는 인종차별을 당해 마음이 상하거나, 혼자 급식을 먹으면서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라면 위로를 받을 만한 상황일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 “같은 한국식 표현은 절대, 절대, 절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그런 말이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상황이 복잡하게 꼬일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정서가 다르니, 감정적으로 너무 한국식 표현을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예상을 뒤엎는 ‘매너’의 미국 아이들
한국에서 ‘미국 아이들은 매너가 좋다’는 말을 듣고 왔지만, 내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난 현실은 달랐습니다. 장난이 넘쳐나고, 심지어 총 쏘는 시늉을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장난일지 몰라도, 막 한국에서 온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될 행동입니다. 이방인으로서 우리를 보호해 줄 장치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기분이 나쁘다면 곧바로 "쏘왓!" 혹은 "아임 낫 오케이!"라며 반응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분이 나쁘면 그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혼자서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반드시 선생님께 리포트를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방어력을 키워가며 세상을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각자의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아 보이.
특히 중학생인 첫째는 방과 후에 스포츠팀에 들어가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는 적지 않은 숙제들을 해야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스트레스도 꽤 받았습니다. 중간중간 짓궂은 사춘기 미국 청소년들을 상대하느라 아이가 내적으로 좋든 싫든 정말 많이 성장한 느낌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는, 매일이 해피데이입니다. 등교하고, 반 친구들하고 수업 듣다가, 쿠커 타임에 간식 먹고, esl 수업 듣고, 점심 먹고, 축구하다가 집에 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 근처 Camp에서 운영하는 애프터 스쿨에 가서 친구들과 올챙이도 잡고, 바깥 놀이를 하고 옵니다. 숙제도 없고, 교과서도 없으니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하지만 가끔 학교에서 가져오는 유인물로 학습 현황과 학교생활을 추리를 해보는 수밖에 없네요.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 생활한다고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이 이야기해주고 하니 그걸로 됐다 다행이다 싶습니다.
미국 학교 시스템과 이벤트
학교 Term: 미국의 학교는 1, 2, 3, 4 쿼터로 나뉘어 운영되며, 대부분의 학교는 7월 말이나 8월 초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됩니다. 학기 초에는 iReady Reading이나 iMath 같은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학력을 진단하고, 학기 말에 비슷한 테스트를 통해 학업의 성과를 평가합니다.
가을 학기 동안에는 할로윈,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집니다. 각 축제는 학교 안팎에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듭니다.
*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등교하는 이벤트가 있어, 미리 의상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 상점에서 할인 상품을 찾거나, 아마존 리턴 제품 판매처에서 저렴하게 코스튬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할로윈은 마을 전체가 함께하는 큰 행사 같은 분위기라, 종교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할로윈을 진심으로 즐깁니다.
* 땡스기빙: 아이가 다닌 초등학교에서는 땡스기빙을 맞아 부모님들을 초청해 아이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감사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소소한 이벤트를 통해 PTO가 주관해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는 아니어서 부담은 덜합니다.
* 크리스마스: 이웃, 선생님, 친구들에게 다정한 마음을 전하는 미국 최대 명절입니다. 이때 작은 선물을 준비해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금액보다는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작은 마음이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늘 따뜻하게 맞아주는 오피스 선생님들께 초콜릿이나 쿠키 같은 작은 선물을 전하는 것도 센스 있는 방법입니다.
겨울방학은 보통 12월 20일부터 1월 3일까지로 짧은 편이며, Teacher's Work Day에는 선생님들만 출근해 학사 준비를 합니다.
3, 4 쿼터에는 발렌타인 데이(2월 14일),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3월 17일), 부활절(4월) 같은 이벤트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학교에서는 각 쿼터가 끝날 때 방과 후에 댄스파티가 열리며, 아이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이 됩니다. EOG 테스트라는 학기말 시험도 여름방학을 앞두고 대기 중입니다. 매년 이 시기가 오면 아이들은 긴장과 흥분이 섞인 감정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미국 학교에서의 한 해는 이렇게 다양한 이벤트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국 학교는 한국보다 출결을 훨씬 중요하게 여깁니다. 여행을 가려해도 한국에서 흔히 쓰는 체험학습 신청서 같은 개념이 없어, 모든 결석은 그대로 결석으로 처리됩니다. 따라서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 시험 기간이나 중요한 퀴즈가 있는지를 미리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가 직접 각 과목 선생님들께 결석 예정에 대해 설명하고, 빠지는 동안의 과제나 숙제를 미리 확인하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 학교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책임지고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기본으로 여깁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조금씩 배워나가며, 그 속에서 자라는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이 지역의 학교에서는 PowerSchool이라는 앱을 통해 자녀의 전반적인 학업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앱은 아이의 숙제와 과제 알림을 보내주며, 현재 출결 상태와 시험 성적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PowerSchool은 단순한 성적 확인을 넘어, 각 과목별로 성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까지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부모와 학생 모두 앱에 접근할 수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성적을 관리하고 과제를 확인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의 도구로도 유용합니다. Elementary, Middleschool 모두 파워스쿨을 사용하고 있지만 Elementary는 형식적인 성적의 표기일 뿐이고, Middle school에서 구체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선생님과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Dashboard : 전체 수업 진행 사항, 과제 및 성적, 출결 확인
Classes : 해당 학년도에 어떤 수업을 듣고 있는지 수강신청 상황을 보여줌
Calendar : 오늘 일정(과제, 시험 등)
Schedule : 학생이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있는 수업
문제 해결사, 교장과 교감 선생님들.
미국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담임 선생님이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교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저희 아이들은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안 학생으로, 인종차별을 겪은 적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한 번은 반 친구가 아이를 보고 눈을 찢는 행동을 해서 아이가 직접 학교 상담 선생님에게 리포트를 했더니, 교감 선생님께서 곧바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설명해 주셨고, 이후 상황이 종료된 후 이메일로 결과를 알려주셨습니다.
또한, 무리 지어 아이에게 "칭챙총"이라며 조롱하거나, 심지어 도그이터”(Dog Eater)“라는 민감하고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심각한 인종차별적 발언들은 학교에서 결코 용인되지 않았고,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도 사안의 민감성을 깊이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그때마다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저희 부부를 만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차별을 가장 많이 한 학생들은 대개 히스패닉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도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고, 이방인의 경험을 공유할 텐데…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인종차별을 직접 겪어본 경험이 있는 이들조차 또 다른 이방인에게 이런 차별을 가한다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미국 학교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부모들끼리 껄끄러운 학교폭력 신고 상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의 교직원, 특히 교감과 교장 선생님들이 관리하며, 부모가 개입하기 전에 학교에서 직접 책임을 지고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아침 교감 선생님은 교내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살피고, 교장 선생님은 밖에서 차량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맞이하며, 허리춤에 무전기를 차고 수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이처럼 교장과 교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보호하기 위해 늘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방과 후 활동, 새로운 만남의 장
학교 끝나고 무엇을 할지 고민이 된다면 여러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해 보세요.
1) 교내 스포츠 클럽: 혼자 피부색이 다르다고 기죽지 말기를. 운동장에서만큼은 다들 똑같이 땀 흘리고, 서로 부딪히며 친해지는 법입니다. 가을이 되면 축구와 농구, 풋볼, 크로스컨트리가 있고, 여학생들은 풋볼 대신 배구와 치어리딩 같은 선택지가 있으니, 관심 가는 종목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엔 레슬링이 , 봄엔 골프와 트랙이 기다립니다.. 인기 있는 종목은 트라이아웃을 통해서 선수가 선발되니 학교의 스케줄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미국 학교의 스포츠 클럽은 운동을 넘어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팀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곳입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으며, 어제보다 조금 더 자신감 넘치는 아이가 되어 갑니다.
2) 학교 오케스트라 : 학교 오케스트라: 한국에서는 중학생이 되면 예체능 활동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학교는 오히려 스포츠와 음악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운동에 관심이 없다면? 음악이라는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악기는 학교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며, 학부모들의 든든한 지원과 선생님들의 뜨거운 열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날 수 있으니 청소년기에도 예체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곳의 문화는 심히 부러운 환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몰입하는 대한한국의 청소년을 떠올리니 더욱더요.
3) Cub Scout: 실내에 답답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는 곳이 바로 컵스카우트입니다. 이곳에서는 하늘 아래서 텐트를 치고 나무를 탐험하며 자연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웁니다. 부모의 참여는 절대적입니다. 함께 울창한 숲을 거닐며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야생 속에서 아이들의 눈이 반짝입니다. 컵스카우트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작은 모험입니다. 부모의 참여가 많아서 초기 정착에 에너지를 쏟느라 컵스카우트 경험을 놓친 것이 가장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4) Boys and Girls Club : 보이스 앤 걸스 클럽은 돌봄 교실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돌봄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이들이 다양한 취미와 활동을 통해 사회성과 리더십을 기르는 기회입니다. 사실, 보이스카우트(Boy Scouts)와 걸스카우트(Girl Scouts) 클럽은 컵스카우트와는 다른 프로그램입니다. 컵스카우트는 보이스카우트의 초등 저학년 단계로 주로 부모가 함께하며 자연 탐험과 야외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반면, 보이스와 걸스카우트는 더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며 실내외 활동을 병행합니다.
5) YMCA : 저렴한 가격에 가볍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친근한 곳입니다. 미국 어느 지역이나 YMCA는 있는 듯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위한 수영, 체육관에서의 다양한 활동들, 그리고 저녁에는 실내 농구 수업 등 다양한 실내외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계절마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를 수 있으니 확인해 보시길). YMCA 가족이 멤버십에 가입하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온 가족이 함께 합리적인 가격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6) Park&Recreation center : 지역 County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모두의 운동장'입니다. 프로그램은 사계절 내내 이어지고, 축구, 농구, 테니스부터 요가, 미술 클래스까지, 나이와 취향에 맞춘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꼭 학교 운동부에 들어갈 필요 없이, 이곳 스케줄만 따라가도 1년이 풍성해집니다. 무엇보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지역 주민들이 일상을 활력 있게 채울 수 있습니다. YMCA와 비교하면 이곳은 더욱 단순하고 실용적입니다. YMCA가 피트니스 센터와 실내 수영장을 갖추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캠프까지 제공하는 커뮤니티 허브라면, Park & Recreation Center는 더 소박합니다. 요금도 부담 없고 회원 자격 없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 그야말로 ‘동네 사람들의 운동과 여가를 위한 장소입니다.
7) Local Church : 미국의 지역 교회들은 단순히 예배만 드리는 장소를 넘어, 지역 사회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과 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회들이 많아서,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커뮤니티와 같은 곳입니다. 학습 지원부터 스포츠, 예술 활동까지, 방과 후 시간을 보람 있게 채울 기회가 넘쳐납니다. 일요일에는 Youth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리더십과 봉사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교회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지역 교회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가족을 위한 이벤트도 자주 열립니다. 피자 파티, 야외 피크닉, 하이킹 같은 특별 행사들은 가족 간의 유대감을 키워주고, 지역 주민들과 친밀해질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무료이거나 최소한의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적습니다.
자원봉사, 커뮤니티와 소통의 기회
미국 학교에서는 다양한 봉사 기회가 많습니다. 학급 행사 지원, 체육 대회 보조, 시험 복도 모니터 등 활동 범위도 다양해 시간과 용기, 그리고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아이들 학교 행사에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면 아이의 학교생활도 지켜볼 수 있고, 학교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학교나 내가 사는 커뮤니티에 소속감이 많이 생길 거고, 더 이상 미국이 나를 외롭게 하는 곳이 아니게 됩니다. 자원봉사가 끝나면 대부분 자원봉사자에게 감사의 엽서를 보내줍니다. 엽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미국의 소소한 감사 문화를 경험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의 표시
선생님께 혹은 반 친구들과 선물을 주고받을 일이 꽤 있습니다. Teacher’s Appreation week (선생님이 선호하는 리스트를 따로 알려주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뭘 할지 마땅히 떠오르지 않을 때는 소소한 기프트 카드가 실용적입니다. 기프트 카드는 마트에서 살 수 있고, 금액은 대략 15~25달러 정도가 적당하며, 스타벅스 상품권이나 비자, 아마존 상품권 같은 것이 제법 편리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커다란 기프트백을 들고 다니는 것을 매우, 정말 싫어하니까, 손편지와 기프트 카드의 조합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높은 미국 물가와 다양한 행사에 마음을 전하려니 선물에서 포장까지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그럴 때 Dollar Store, Thrift store 같은 착한 가게 덕분에 사람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마트 카드 섹션에 있는 카드들을 대여섯 개 사다 보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올라가니, 미리 저렴한 카드를 준비해 두면 그때그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옷, 겉치레는 가라.
다들 옷에 크게 신경 안 씁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은 이곳에서는 본 적이 없네요. 특히 남자아이들에게는 나이키나 언더아머 종류의 운동복이 최고입니다. 그러나 초등학교는 학교 행사 때 취지에 맞는 옷을 사야 할 일은 많습니다. 예) 크레이지 삭스데이, 그린데이, 100 day, 핼러윈 코스듐, 10월, 12월은 행사가 아주 아주아주 쏟아집니다. 급하게 옷을 사야 할 때는 월마트에 웬만한 물건은 다 있으나, 티제이 맥스나, 타겟에 예쁜 것들이 더 많습니다.
겨울에도 두툼한 겨울 파카는 거의 입지 않고, 후디가 재킷입니다. 각종 학교 후드, 소속 스포츠 클럽 후드등 후드 구입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자주 가는 단골 가게, 유명한 장소등 기념품 가게에서도 종종 후드를 살 일이 많아서 평생 살 후드를 미국에서 단기간에 왕창 많이 사게 됩니다
그리고 학교 후드나 티셔츠, 소속된 운동 클럽의 옷을 입고 다니면,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아보며 인사해 줍니다. 아시안 불모지에 사는 우리는 마치 학교 셔츠를 갑옷처럼 입고 다니는 기분입니다. 멀리 타주 여행을 갔을 때도 학교 후드를 입고 있다가 누군가를 만나면, 허그하고 윙크를 주고받으며 “너도 거기 다녔어?” “나도 거기 살았어!”라고 대화를 나누면 정말로 반갑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누군가 우리와 통하는 그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가슴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미쿡! 우리가 남이가 정신 살아 있더라고요.
학부모회의 드레스코드.
한국에서라면 아이의 학교에 가는 날 아침은 그야말로 작은 전쟁입니다. 브랜드 가방에 깔끔한 구두, 단정한 옷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야 했지요. 그런데 미국 학부모회의에 처음 갔을 때, 그곳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정말 편안한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하더군요. 심지어 레깅스를 입고 온 학부모도 있었고, 야구모자에 후드티, 운동화를 신은 아빠들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저에게는 작은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재킷을 걸치고 단정하게 입은 제가, 의도치 않게 그날 가장 신경 써 입은 사람이 되어버린 겁니다. 조금 과하게 꾸민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옷차림보다는 아이와 학교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가 훨씬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차림으로 아이의 교육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 학부모회 문화의 매력이었습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이 드레스코드 속에서 학부모와 학교가 주고받는 편안함과 실용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 학부모회의에 참석할 때는 단정한 편안한 차림이면 충분합니다.
미국 마트에서 장보기.
월마트는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한국 라면의 가격은 심지어 한국마트보다 저렴합니다. 월마트에 있는 부대찌개 라면이 꽤 맛있고, 삼양라면, 안성탕면, 신라면, 너구리, 김치순라면, 불닭볶음면도 있습니다. 일본 제품인 시푸드라면도 즐겨 먹었네요. 비비고 만두는 로컬 어느 마트 냉동코너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고, 대부분의 마트에 soft dofu가 있으니 두부 사러 다니느라 힘들일은 없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두부의 맛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코스트코에도 한국 식자재가 아주 많습니다. 또, 트레이더조는 조상회라고 불릴 만큼 한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합니다. 잡채, 갈비, 파전 등 한국 냉동식품이 제법 있고 맛도 가격대비 훌륭합니다. 한참 냉동김밥이 판매되어 히트가 되기도 했지요. Aldi에는 주로 쪽파를 사러갑니다. 물건 값이 착하고, 규모는 작지만 알찬 곳입니다. 채소가 싱싱하고, 유럽 간식들이 많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유럽 간식을 착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눈여겨보세요.
마트에 갈 때마다 저희 아이들이 요청하는 반드시 사야 하는 세 가지 간식 목록이 있습니다.
1. 미국 아이들의 국민과자, Takis! 시큼하고 매콤한 이상한 맛으로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두 아이들은 파란색과 빨간색을 가장 좋아합니다.
2. 그리고 다양한 오레오와 에어헤드.
3.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으로 인기가 많았던 프라임(prime) 음료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초록색 프라임).
* 이미지 출처 amazon.com
외식.
미국에서는 음식값 이외에 15-20프로의 팁을 꼭 내야 하니 더 뜯기는 기분입니다. 가성비를 따지면 패스트푸드가 최고지요. 지역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차이가 많지만 매우 보편적인 프랜차이즈 CHIPOTLE, 브리토는 한국인 입맛에 딱입니다. 재스민쌀로 지은 밥이 맛있고, 닭고기, 소고기, 콩, 아보카도, 여러 야채들의 조합을 한입 먹으면 저절로 으흠 소리가 나옵니다. 미국식 멕시코 음식점인 Chillis, 양도 푸짐하고 맛있습니다. 스파게티로 유명한 Olive garden은 식전빵과 수프가 맛있고, 스파게티도 무난합니다. 피자는 무조건 파파존슨 페페로니 피자만 먹었네요. 다양한 토핑은 영어가 귀찮아서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맛있던 도미노피자를 주문해 봤는데 미국에선 왜 이리 맛이 없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네요. ;;
남부가 원조인 치킨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Chick Fil-a, Drive thu에 차가 늘 밀려있습니다. 미국 아이들의 최애 치킨 샌드위치! 가게입니다. 맥도널드, 버거킹 모두 평균 이상입니다. 왠디스는 칠리가 괜찮고, 하디스 아침 메뉴가 알찹니다. 밀크셰이크가 먹고 싶을 땐 Cookout!, Bo time!!!! 이라며 마케팅하는 헨더슨빌에서 정말 흔하게 보이는 Bojangles는 더티 프라이와, 프라이가 맛있고, DQ(Dairy Queen)는 아이스크림과 버터 프레즐을 추천하지만 가격이 착해서인지 모든 메뉴가 골고루 맛있습니다. 그리고 와플하우스는….. 정말 눈에 많이 띄지만… 그저 그렇습니다. 저의 최애 브런치 가게와 단골 로컬 맛집들은 다음 기회에 소개해드릴게요.
미국의 교통과 운전 환경.
다들 왜 이리 빨리 달리는지, 덩달아 과속을 했다간 속도위반으로 과태료를 엄청 물게 되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미니밴 정도는 타야 아이들을 싣고 이동이 편하고, 도로에서도 큰 차에 밀리지 않습니다. 미국 교외 지역의 도로 위에는 픽업트럭 정도가 매우 평범한 사이즈입니다. 큰 차들이 도로를 장악한 이곳에서, 저 역시 그 흐름에 합류하여 운전하는 법을 익혀갔습니다. 하나 불편했던 것은 왜 미국 차들은 선탠을 하지 않습니다. 차 안은 온통 훤히 들여다보여서 늘 신경이 쓰이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집니다.
미국의 고속도로
미국의 고속도로를 처음 운전해 본 사람이라면, 깜깜한 도로 위에서 가로등을 찾기 어려워 놀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가로등을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일 뿐 아니라, 자연보호를 위한 빛 공해 감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니 가로등의 숫자가 적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고속도로는 헤드라이트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미국의 광활한 고속도로는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듯, 밤하늘 아래 아무런 빛 없이 펼쳐집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두워도 너무 어둡습니다. 다행히 미국 고속도로는 비교적 직선으로 쭉 뻗어 있고 넓은 도로 설계 덕분에 차량의 헤드라이트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차량들이 적절한 속도로 이동하고 서로 간의 거리가 넓기 때문에, 가로등이 없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공사 구간을 지나기라도 하면 가로등이 없는 상황은 정말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부자나라가 가로등에 참 쩨쩨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로드트립. 세끼를 느끼한 미국 음식으로 때우는 일은 생각보다 곤혹스럽습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만 계속 먹다 보면 속이 더부룩하고 느끼해집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에게 전기밥솥과 김치와 마른반찬은 미국에서의 로드트립에 필수템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고속도로는 밤이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많아 어둠 속을 달릴 때는 오로지 자신의 헤드라이트만이 길을 밝혀주니 이런 상황에서의 밤 운전은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일찍 찾아오는 어둠이 더 짙게 내려앉기 때문에, 저녁 7시쯤 되면 어디든 스탑 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좋습니다. Best Western, Days Inn, Red Roof Inn 같은 숙소는 안전하고, 익숙한 이름이 주는 안도감도 있어 여행자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동부 여행을 하며 뉴욕과 워싱턴을 돌아다니며 가장 유용했던 것은 단연 Bestparking.com이었습니다. 이 사이트는 미국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고, 가고 싶은 날짜와 장소를 입력하면 주변 주차장을 쉽게 찾아줍니다. 특히, 미리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현장에서 주차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걸을 일이 많았던 맨해튼과 워싱턴 DC 같은 붐비는 관광지에서 주차 자리를 찾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일정을 모두 마치고 차로 숙소까지 이동하니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여행자들에게는 필수로 알아두어야 할 사이트라고 할 만합니다.
미국에서 잠시 지내다 보니, 무엇보다 자연의 축복을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가득 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을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고, 인생의 새로운 경험들을 하나씩 더해가시길 바랍니다.
7월부터 시작한 연재가 어느새 10월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헨더슨빌에 다녀온 여행기를 쓰면서 내 안에 무엇이 남았는지 돌아볼 수 있었고, 글을 쓰는 동안 제 자신을 성찰할 기회도 얻게 되어 참으로 의미 깊었습니다. 하지만 매주 한 번씩 글을 올리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연재일에 얽매이지 않고 천천히 매거진 또는 브런치북에 그 추억을 기록하며 헨더슨빌에 대한 제 마음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심지어 좋아요까지 눌러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제 이야기에 함께해 주신 것이 글을 쓰게 하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르실 겁니다. 여러분의 일상도 언제나 따스한 이야기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Travel isn’t always pretty.
It isn’t always comfortable.
Sometimes it hurts, It even breaks your heart. But that’s Okay.
The Journey changes you; it should change you.
It leaves marks on memory,
On your consciousness,
On your heart, and on your body.
You take something with you.
Hopefully, you leave something good behind.
- Anthony Bourdain
여행은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편안한 것만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씩 아플 때도 있고,
때로는 마음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여정은 당신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는 필요합니다.
기억에 흔적을 남기며,
의식에 흔적을 남기며,
마음과 몸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무언가를 가져가지만,
바라건대 좋은 것을 뒤에 남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앤소니 부르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