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어
영어 몰입 환경을 찾아서. 이민이 아닌 방문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영어를 늘리기 위해 한국 사람이 드문 이곳에 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한국어 사용 환경이 줄어드니 단기간에 영어가 정말 많이 늘긴 했는데 그것도 딱! 첫 3개월 초기 정착을 위한 영어 수준에서 도무지 늘 기미가 안보였다. 그러다 친구집에서 나오기로 결심하고, 우리 가족의 ‘Home Sweet Home’을 구하기까지 3개월이 추가로 걸렸으니, 총 6개월 동안이 쏟아지는 영어를 가장 많이 흡수했고, 모르는 단어는 무조건 찾아내고, 하고 싶은 표현은 반드시 찾아보는 기특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었나 싶다.
슬픈 발음. 처음에는 현지인들의 남부 액센트가 도무지 들리지 않아서 애를 먹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신기하게도 귀가 뚫려서 제법 들려오는 단어도 많아졌고 굳게 닫혔던 내 입도 조금씩 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내 한국식 영어 발음을 알아듣는데 꽤나 애를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스몰토크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존이라고 하니 한참을 갸우뚱거리더니 곰곰이 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오 애머존!이라고 단어를 알아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한국식 영어 액센트로 이야기하면 왜 이렇게 못 알아듣는지 답답해졌다.
나를 애 먹였던 몇몇 단어들이 바로 떠오른다.
Manhattan. 지명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맨하탄 아니고 맨허든?? 오! 맨핱은!
Coyote. 코요테. 내 속이 너무나 터져버렸던 코요테!. 코요테라고 발음하니 진심으로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다. 코요테를 왜 모르지? 늑대랑 비슷하게 생긴 동물 말이야! 스펠링을 말해주니 그제야 아하! 캬이요리! 어떻게 코요테가 카요리가 되냐고요?
Salman. 살몬? 샐먼? 아니고 새먼ㅠㅠㅠ (L발음이 묵음인데 늘 망각한다)
Breakfast. 난 분명 브렉퍼스트라고 했는데 Black First로 들린단다.
Receipt. 너무나 미운 R사운드. 정말 못 알아먹는다. Check Please, 하는 걸로!
McDonald. 맥도널드. 먹ㄷ날드. 중간 발음을 꿀꺽 삼킬까 보다.
Chipotle 치포틀레? 치퐅레!
아!!!!!!! 몰랑 더 헷갈린다. 발음은 포기포기!할란다.
버거가 문제라니. 발음 문제가 아니고 한국식 영어표현과 달라서 당황스러웠던 단어가 있었다. 친구와 점심 메뉴를 고르며 치킨 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더니 평소 다정한 친구가 매섭게! 돌변했다. 노! 치킨 버거! 치킨 샌드위치라고 해야 한다나. 한국에서는 치킨 버거라고 하면 다 알아듣는데 뭐가 잘못되었나? 알고 보니, 오로지 쇠고기 패티를 사용한 경우에만 '버거'라고 해야 하고, 치킨이나 생선을 사용하면 '버거'가 아니라 '샌드위치'라고 해야 한다고 한다. 이게 정말 맞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세 명의 다른 친구들에게도 "치킨 버거"라고 말해봤더니, 신기하게도 평소에 엔간해서는 지적질을 하지 않는 그들 모두 내 영어 표현을 짚어가며 교정해 주었다. “치킨 샌드위치라고 해야 해!”라는 말을 하나같이 들었다. “치킨 버거“는 미국인들에게 ‘발작’ 버튼인 것이 분명하다. 까다롭지만 꼭 기억하겠어요! 치킨은 버거 아니고 치킨 샌드위치!입니다
까짓 거 배우자.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러하듯 영어 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문법과 독해를 열심히 공부하긴 했지만 영어 발음을 신경 쓰며 공부한 적은 없었다. 헨더슨빌에서 한국사람의 영어 액센트를 노출하겠어! 라며 의기양양했는데 여러 차례 소통에 불편함을 겪으니 발음과 인토네이션을 교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간절해졌다. 때마침 함께 살고 있었던 중국친구가 내 발음을 못 알아듣겠다고 이야기하는 통에 진심으로 기분이 상해버렸다. 彼此彼此! 피차 액센트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중국 친구는 나는 적어도 영어로 컴플레인할 수 있는 영어 수준은 된다며 노골적으로 내 영어 발음을 깔아뭉갰다. 친구 말이 맞기도 했지만, "What? I don't understand what you're saying “이라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이들 학교도 등록을 했고, 배가 아프다고 집에 오겠다고 우는 전화도 줄어들고, 아직 정착완료가 아닌 진행 중인 상황에 정신없이 바쁜 생활이지만 영어 공부를 위해서 조금만 부지런을 떨어보기로 결심을 했다. 하루하루 지역사회를 알아가고 있는 것도 너무나 바쁜데 시간을 내서 별도로 영어를 공부하러 다닌다고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이왕 영어에 대한 오기가 생겼을 때 딱 삼 개월만 노력해 보자! 마음먹었다. 매일 만나는 이웃들, 마트 직원들, 공원의 산책하는 사람들, 학교의 교직원들, 사커맘들까지 사방에 영어 연습할 사람들이 천지인데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핑계일 뿐이다.
near me. 단골 검색어 near me를 이용하여 “adult english class near me.” 로 검색을 했다. 몇 군데가 나오는데 집에서 가장 가깝고, 리뷰가 좋은 Community College에 첫 번째로 방문했다(전화 영어는 나도, 듣는 사람도 서로 불편하다). ESL 수업이 무료인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새 학기 개강에 앞서 Grammar, Listening, Speaking, Writing , 네 가지 파트에 대한 레벨 테스트를 실시하였다.
BR Community College. 수업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며, 시간대&요일별로 문법, 독해, 발음, 말하기, 작문 그리고 미국 시민권 취득에 필요한 미국에 대한 상식 과목인 Civic 수업까지 알차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발음과 강세를 교정받고 스피킹 연습을 하면서 골고루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정말 많이 생겼다.
클래스에는 몰도바, 중국 그리고 대부분 멕시코 국적의 학생들이 있었다. 특히 멕시코 사람과 멕시코 음식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들은 한국인과 비슷한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다정하고, 손이 커서 항상 맛있는 간식은 물론 가끔은 음식을 만들어와 반 학생들과 푸짐하게 나누어 먹곤 했다. (처음 먹어보는 멕시코식 서브 샌드위치, 몰레 뽀블라노 Mole poblano를 따끈한 또띠아에 싸 먹으면 맛은 얼마나 좋았는지)
다만, 문법과 단어를 열심히 외우며 대한민국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나로서는 어드밴스드 레벨이라고는 하나 지나치게 기초 문법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게 아쉬움이 컸다. 더 많은 시간을 회화, 발음, 인토네이션 그리고 문화에 대해 알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약간의 비용을 더 투자하여 커뮤니티 칼리지의 ”english 101 “ 과목을 수강하면 writing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내가 원하는 부분에 집중하여 수업을 들을 수가 있었지만 미국의 살인적인 물가에 내 영어 수업을 위하여 따로 비용투자도 적합하지 않아서 고려대상에서 제외를 했다.
First Baptist Church. 교회에서도 ESL 코스가 있어 방문해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 오전에 무료 영어 수업이 개설되어 있었으나 기초 단계의 문법을 중점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학생 수는 한 명.
나중에 축구 클럽에서 알게 된 멕시코 엄마가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매주 수요일 저녁 6시에 ESL 수업이 있고 선생님의 실력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영어를 배우고 친목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헨더슨빌에서 적어도 10년 이상 살고 있는 베테랑 이방인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들과 함께 영어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귀뜸해줬다.
Volunteer. 은퇴자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어렵지 않게 자원봉사자 영어 튜터와 1:1로 매칭되어 무료로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두둥! 주 3회 커뮤니티 칼리지, 주 2회 튜터 수업—이렇게 하다 보니 내 귀한 오전 시간이 전부 영어 수업으로 꽉 차버렸다. 바쁜 와중에 더 바빠진 셈이다. 그래도 시간을 이렇게 쏟아붓고 나면 영어가 늘겠지, 하고 기대해 보았다.
문화 익히기. 미국에 살다 보니,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여러 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영어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눈치가 늘었다. 왜 "Bless your heart"를 남발하면 안 되는지, “레몬이 주어졌으니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야지, 뭘”이라며 긍정적인 친구에게는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게 더 나은지, 그리고 Car Line에서 누가 죽었다는 농담을 들었을 때 내 다크서클부터 확인해야 하는지—이 모든 것은 그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할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배경 지식이 풍부하면 발음이 조금 서툴러도, 어설픈 문장으로도 대화의 맥락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
영어 몰입 환경 속에서 발음 교정을 열심히 한 덕분에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그들의 문화와 배경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상하게 점점 더 잘 들리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렇게 피부에 와닿을 줄이야. 특히나 매번 수업 때마다 신문 기사를 프린트해서 가져오시는 튜터 선생님 덕분에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기사를 통해 알게 된 건, 발음이 아무리 좋아도 그 나라 사람들의 농담이나 암묵적인 문화적 배경을 모르면 대화는 반쪽짜리라는 사실이다.
얼굴 근육.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날에는 왜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지 고민해 보니, 얼굴 근육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는 것 같다. 작정하고 스몰토크를 시작할 때면 우선 입 근육을 풀어주고, 입을 옆으로 쫙 벌려서 크게 말하면 이상하게도 상대방이 더 잘 알아듣는 것 같다. 입이 큰 사람이 영어 발음에 유리할까? 나는 입이 작아서 오물오물거리며 말하다 보니 발음이 뭉개져 들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발음과 강세.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란 참 어렵다. 발음에 온 신경을 쏟아 말해도, 강세를 제대로 살리지 않으면 엉뚱하게 들릴 수 있다. 수업을 들으며 R 발음에 신경을 쓰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강세 역시 정확하게 기억하라는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끝 소리, 그 작은 소리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끝 소리를 뭉개지 말고 정확하게 발음해야 상대방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식 발음을 하려고 하다 보면 끝 소리가 사라지기 일쑤라는 거다. 그러니 결국 상대방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알아듣지 못하고, 나만 멍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론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한없이 복잡해진다. 이게 나만 그런 건지, 아니면 영어 자체가 문제인지... 진짜 어렵다. 아휴.
자책금지. 내 발음 때문에 한숨을 쉬고 있었더니, 테네시 출신 남편을 둔 미국인 친구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나도 남편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어. 문제는 영어 자체야. 이게 너무 복잡해!" 그녀가 내 대신 영어를 실컷 탓해주는 걸 들으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동부로 여행을 갔을 때는 갑자기 모든 영어가 너무 잘 들려 깜짝 놀랐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발음 난이도 '최상'인 지역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괜히 나만 문제인 줄 알고 자책했구나 싶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아닌데, 한국에서 갓 온 내가 처음부터 다 알아듣기를 바랐던 게 무리였다. 하지만 그런 좌절감이 있었기에 오기가 생기고, 그 오기가 나를 계속 노력하게 만들었다.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니 앞으로도 발음과 강세는 꾸준히 연습해야겠지만, 가끔은 좀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그냥 오늘은 영어가 잘 들리는 날이고 어제는 좀 덜 들리는 날일 뿐이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찾아보고, 발음이 어렵다면 몇 번 더 연습하면 되는 일이다.
페이스북. 혼자만의 시간 대부분을 이 지역에 대한 생활 정보를 찾는데 할애했다. 처음에는 한인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다가 한국사이트를 끊고, 미국 현지인들이 정보를 나누는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 헨더슨빌에서 일게 된 친구가 “너 페이스북 하니?”라고 물어보고 메시지로 링크를 보내겠다고 하면서 나를 친구로 추가했다. 그러자 내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도 줄줄이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됐다.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았는데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나이 불문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 내가 아는 사람들은 전부 페이스북에 있었고, 헨더슨빌에 관한 정보도 죄다 거기에 있었다니. 페이스북이 알아서 내 친구들이 관심 있는 이벤트와 헨더슨빌의 주요 행사들을 추천해 주기 시작했다. 진작에 이걸 알았다면 그렇게 애쓰며 정보를 찾지 않았을 텐데! 페이스북 여러 그룹에 가입하여 정보를 얻으니 그제야 헨더슨빌의 4계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페이스북에서 서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이 우리나라 온라인 맘카페나 지역 카페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페이스북에서는 대부분 실명과 프로필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정보를 나누기 때문에 정보가 신뢰할 만하고, 대부분 선플이 많고 악의적인 글이나 댓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덕에 나도 모르게 실용 영어 회화 표현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사람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정말 다양한 표현들을 쏟아낸다. 페이스북에 여러 사람들이 올려놓은 게시글과 댓글로 실용 회화를 배울 수 있었다. 지역정보를 얻기 위해 Nextdoor라는 사이트도 들어가 보긴 했지만, 역시 나는 페이스북에서 글을 읽는 재미를 느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SNS를 찾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를 한다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지금은 영어 공부할 자료가 정말 널려 있는 시대다. 스마트폰만 열면 수백 개의 리소스가 내 손안에 들어오는 세상에서, 영어 공부를 못 할 이유는 딱 하나다. 그냥 안 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유용한 앱. 남편과 나는 구글맵만 있으면 미국 어디서도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여행을 떠나거나 맛집을 찾을 때도 구글맵의 리뷰를 샅샅이 읽어본다. 직접적으로 표현을 안 하고 돌려 말하는 미국 사람들의 습관을 간파하고 문장의 의미를 잘 유추해 보면 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영어로 된 리뷰를 읽는 게 수고스러워서 얼른 번역하기 버튼을 누르거나 그냥 대충 사진만 넘겨 봤는데 원문을 꼼꼼히 읽어 보며 탐정처럼 정보를 캐는 재미가 여간 쏠쏠했다.
영어 방해꾼. 초기 정착 6개월 동안은 Chat GPT를 모르고 살았었다. GPT를 알고부터 신세계가 열렸다. 학교 오피스 혹은 선생님들과 GPT를 이용하여 이메일을 주고받으니 화기애애하게 소통이 마무리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나보다 더 정학하게 알아내며, 완벽하게 턱 내놓는 G선생님을 어떻게 신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이후로 내 영어는 온전히 GPT를 의지하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서 더 추가해서 수정해 주거나, 친절하게, 정중하게, 명료하게, 사무적으로 여러 버전의 문장을 만들어냈다.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읽어주며 미국 사람들과 깊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다니!!! 어찌 Chat GPT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반면에, 직접 전화하고, 방문하며 부딪혀가며 익혀갔던 귀와 입이 바빠던 생활을 점점 회피하게 되었다. 정착을 위해 6개월 동안 쏟아지는 영어를 안간힘으로 받아들이며 겨우 늘려놨는데, GPT를 만난 후 내 영어는 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GPT가 큰 도움을 준 건 부정할 수 없다. 그 덕에 곤란한 순간들을 쉽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영어 연습에는 방해가 된 면도 있었다. 만약 GPT로 내가 소통했던 문장을 달달 외웠더라면, 나도 어쩌면 고급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을까?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 수많은 망설임을 안고 다녔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Certification을 받아오던 날 뭉클해졌다. 영어 튜터 선생님과 한국 음식점에서 마지막 점심을 함께하고 돌아오는 길에, “비공식 한국 대표”라는 황송한 칭찬을 들으니 비록 내가 목표했던 영어 레벨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나를 통해 헨더슨빌 사람들은 한국을 배웠고, 나 또한 그들을 통해서 미국을 배웠다. 내가 바라보는 미국에 대한 내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다는 점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기분이다.
“Safe travels 000! You earned so much more gold than that! You both were wonderful to study with and such good and unofficial “representatives of your home country! Of course I miss you too and was hoping I would get an update from you today. Keep in touch, please!! ”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헨더슨빌 소식을 듣고 있다. 페이스북 헨더슨빌 그룹에 매일 게시물이 올라오는데, 익숙한 장소와 내가 아는 행사들이라 딱히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영어로 지역 뉴스를 접하니 게으르게나마 영어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 덕분에 여전히 헨더슨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고, 이맘때쯤이면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한다. 문제라면 그곳에 대한 향수병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3 things that I’ve learned today from facebook.
페이스북에서 익힌 세 가지 표현들
1. When life throws you lemons, make lemonaid.
“인생에서 시고 힘든 일(레몬 같은 어려운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걸 이용해 달콤한 결과(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는 뜻으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좌절하지 말고, 그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며 성장하라는 의미의 격언입니다.
2. Come hell and High Water
“지옥이 와도 홍수가 나도"라는 뜻으로 어려움이나 도전이 생겨도 행동 방침을 고수한다는 의미의 관용적 표현입니다. 어떤 장애물이 닥쳐도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겠다는 결의를 전달합니다.
3. #Appalachiastrong
자연재해나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애팔래치아 커뮤니티의 회복력과 힘을 강조합니다. 커뮤니티가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견뎌내고 강하게 남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