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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NC 28731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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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in Jul 12. 2024

잠 못 드는 비행기

목적지 : 산너머 그곳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윙 소리와 함께 귀가 멍해지고 비행기가 이륙한다. 14시간의 서늘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밤새 겨우 세 시간밖에 못 잤더니 잠이 쏟아진다. 30분 정도 짧게 단잠을 자고 기내식으로 나온 묵밥을 개운하게 들이켜고 커피 한 잔을 마시니 피로가 가신다. 기내에서 읽으려고 챙겨 온 책을 펼치니 이내 불이 꺼졌다. 앞으로 애틀랜타까지 12시간이 남았다.  


 독서를 중단하고 잠을 자보기로 했지만 잠은 안 오고, 영화를 보려고도 했지만 집중이 안 된다. 어리숙한 십 대 남학생이 주인공인 미국 학교생활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원어민 미국 학생도 힘든 학교생활을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들이 미국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는지 당연한 걱정이 앞선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지루한 비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차라리 비행기에서 영원히 내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비행기가 흔들리자 더 불안해졌다.

 내가 정착할 그곳은 정말 아시안 가구가 희박할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아시안 혐오 범죄가 급증했다는데 괜찮을까?

 잊어도 잊어도 잊지 못할 상처로만 가득한 경험이 될까?

 지루한 비행에 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생각의 꼬리물기로 잠은 틀렸다.


 걱정은 내려놓고 잠시 비행기에서의 즐거움을 누려봐야겠다. 면세품으로 구하기 힘들었던 비타민제를 주문하고, 컵라면을 먹고, 잠을 청하기 위해 맥주도 마셨다. 내가 마신 맥주는 카스였는데 카스를 좋아하는 아빠 생각이 난다. 한국에 돌아가면 아빠의 단골 생맥줏집에 가서 아빠랑 생맥주 한 잔을 기울여야지. “아빠 건강하게 지내고 계세요.” 부모님 생각도 해보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동생의 일이 잘 돼야 하는데 옆에서 응원을 못해주네, 잘하겠지 하는 생각도 해보고, 별의별 생각을 떠올려봐도 겨우 한두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지루한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난 것 같다. 승무원에게 앞으로 나올 메뉴를 체크하고, 직접 라면이랑 콜라도 주문하고, 옆자리에 앉아있는 흑인 아저씨의 질문을 알아듣고 대답하고 뿌듯해한다.

 맥주 한 캔을 더 주문했다. 맥주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만을 상상했던 십 분 전의 나에게 몽롱하고 나른한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시니 술기운이 올라오다가도 문득 또렷해진다. 아무래도 자는 것은 실패한듯하다. 가벼운 마음이 된 것으로 북맥의 소득이 있다.


 미국에 도착하면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우리 가족은 친구 집에서 동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말렸던 친구와의 동거가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겠지만 좋은 날들이 더 많기를. 친구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머물며 그녀의 일상을 하나씩 공유하게 되다니 오래도록 나와 친구 사이에 어떤 인연의 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사뭇 궁금해지고 친구와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은 나에게 무엇을 일깨우기 위함인가?!라는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져본다.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간식으로 나온 주먹밥과 따로 요청한 컵라면을 먹고, 서늘하다 못해 오들오들 떨리는 기내 온도에 담요를 덮고, 지루함에 온몸을 수백 번 꽈배기로 틀어보며 시간을 보내다 종아리의 붓기로 다리의 감각이 없어지려니 곧 애틀랜타에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왔다.


 5개의 대형캐리어와 2개의 이민가방, 2개의 기내 캐리어 그리고 2개의 백팩. 또 면세점 봉투까지! 친구의 차에 다 실릴 수 있으려나 싶다. ‘아~~ 될 대로 되라지!’ 빨리 침대에 간절하게 눕고 싶을 뿐이다. 비행기가 어서 착륙하기를 기다리는 한편 비행기에서 제일 늦게 내리고 싶다. AFTER YOU PLEASE!


 굿모닝 웰컴! 굿모닝 웰컴!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하니 영어가 쏟아진다. 이럴 줄 알았다.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수화물을 모두 찾고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입국심사를 마쳤다. 짐을 챙겨 공항 주차장 앞의 도로에서 친구를 기다린다. 7년 만의 만남인데 얼마나 변해있을지 궁금하고 다시 이방인이 된다 생각하니 긴장이 된다.


 그녀의 하얀색 낡은 밴이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초췌한 나를 덤덤하게 안아주었다. 그녀의 변함없음이 커다란 안심이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짐을 싣고 우리를 태운 그녀의 차는 애틀랜타 공항을 빠져나와 4시간 정도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주 헨더슨빌로 출발했다.


 헨더슨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친구의 집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 노스캐롤라이나주 헨더슨빌을 아는 이는 없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고, 다음 NC 한인 카페에 가입을 했지만 Research Triangle 리서치 트라이앵글 주변 몇 개 도시들의 정보만 보일뿐 헨더슨빌 지역 정보는 딱히 검색되지 않았다. 어떤 곳일까? 시간이 지나서 뒤돌아보면 이곳에 오게 된 것은 맞는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Welcome to NORTH CAROLINA!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벗어나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들어서니 도시에서 시골 풍경으로 바뀌며 잠시 뒤 노스캐롤라이나주 이정표가 보였다. 헨더슨빌에 들어 선 순간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무성한 나무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이는 산이었다. 사방이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강원도 인제 혹은 속초가 연상되었다. 단지 산들의 높이가 더 높고, 나무가 더 빽빽하고 금방이라도 산신령이 나올 것처럼 연기구름이 자욱한 것이 차이가 있었다.  전 세계에서 북적임으로는 탑 5안에 드는 현대적 도시 서울에서 14시간의 비행 그리고 4시간의 자동차 이동으로 산너머 미지의 숲 속 세상으로 떨어져 버린 것 같다.


 친구 집에 도착하여 친구가 준비해 놓은 만두를 먹고, 짐을 풀었다. 밤은 칠흑같이 깜깜하고, 정말로 밤이 밤이었다. 침대에 몸을 눕히니 눈이 스르르 감겨온다. 얼마나 잤을까? 압력밥솥 추가 돌아가는 듯한 새소리에 잠에서 깼다. 데크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희미하지만 동이 터오고 멀리서 하얀 토끼가 깡총깡총 뛰어온다. 가만 보니 다람쥐다. 세상에 흰 다람쥐가 존재했다니! 아무래도 나는 미국 깡촌에 온 것 같다.


 헨더슨빌의 첫날을 새소리와 함께 눈을 뜨며 이곳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아이들이 적응해야 할 학교, 우리 가족이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일상들. 앞으로 무슨 일들이 펼쳐질까 ……헨더슨빌, 잘 부탁해!


Hendersovnville, NC에 대하여.

 헨더슨빌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애쉬빌 남쪽에 있습니다. 산과 호수가 많아서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기 좋고, 가을에는 Blue Ridge Parkway를 따라 피어있는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사계절이 있는 이곳의 여름은 인접한 테네시주,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비해 서늘하고, 겨울은 비교적 온화합니다(겨울에 방문한다면 롱패딩재킷은 꼭 빼세요). 헨더슨빌은 사과 과수원으로 유명하며 매년 가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사과 축제가 헨더슨빌에서 개최됩니다. 또한 라이트 형제들이 이 도시에서 비행을 시작한 장소로서의 역사적 중요성도 갖추고 있으며 시인 칼 샌드버그가 거주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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