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구분보다 ‘상황’ 구분이다
최근 몇 년 동안 HR 쪽에서 아주 핫한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세대 구분’인데요.
70년대생이 주축인 X세대와 80년대 이후 세대가 주축인 MZ세대가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죠.
아마 ‘90년대생이 온다’ (임홍택 저)라는 책이 나온 이후로 이런 구분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주요 리더십 교육 커리큘럼에도 'MZ세대 대화법‘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
때로는 ‘이게 정말 중요한 요소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프로야구를 보면서 ‘이런 세대 구분이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든 계기가 있었습니다.
아주 좋아하는 야구선수가 있습니다. 어떤 팀의 주장이죠.
불과 며칠 전이었습니다. 올해 데뷔한 한 선수가 경기에서 실수로 공을 놓쳤습니다. 데뷔 첫 실책입니다.
이 주장 선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선배들, 코치들은 신인선수가 기죽을까 봐 괜찮다고 엉덩이도 툭툭 쳐 주고 했죠.
그런데, 이 주장 선수.. 그 신인을 부릅니다.
왜 실수했는지 물어보고, 짧고 간결하게 포인트를 잡아줍니다.
주자가 있더라도 일단은 공을 잡고 주자를 봐야 한다고요.
(야구용어니 모르셔도 됩니다. 신인선수가 실수한 부분에 포인트를 잡아준 겁니다)
그다음 회가 시작되고, 다시 그 신인선수에게 공이 날아갑니다.
주장선수의 메시지가 생각났겠죠? 온전히 날아오는 공에 집중해서 잡습니다.
그리고 아웃카운트를 올립니다.
제가 주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다른 코치들처럼 괜찮다고, 처음에는 다 그렇다고 기를 살려줄 것 같았는데요.
그게 배려일 수도 있지만, 배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야구경기는 ‘승리’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죠.
놀랍게도 이 주장 선수.. 90년생입니다. 물론 이 주장선수도 어린 선수에게 말하는 게 쉽진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아.. 요즘 애들 (저희 때랑) 완전 달라요”라고 하더군요. 쉽진 않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이 주장 선수는 필요한 말을 한 거죠. “낄끼빠빠”를 시전 한 겁니다.
‘세대 구분’ 보다는 ‘상황 구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야구는 승리라는 목적이 있습니다.
‘배려’가 ‘승리’라는 목적에 필요한 상황이면 ‘배려’를 해야겠죠.
‘조언’이 필요하다면 ‘조언’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겠죠? ‘이 후배는 MZ니까...’라는 구분보다는
‘지금 이 후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상황 구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먼 훗날 이 후배도 현재 우리의 마음을 깨닫고 훌륭한 리더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 여담1 : 다른 세대와의 소통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나누는 목적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여담2 :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란 여담1에서 말하는 소통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