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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krsnrn Sep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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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물 신문 조판 택시 수수료





살아있다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말투는 옮는다 그것이 텍스트든 목소리든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 사람의 목소리를 상상해본다 그 목소리와 글의 접점을 알고싶다고 어떤 목소리로 그런 단어들을 모아 그런 글들을 적었을까하는 그 사람의 뒤에 흘러가는 배경의 모습을 맨눈으로 보고싶다고. 생각한다

글만이 그 자리에 남아 지나간 주인의 자리를 지킨다 고의인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고 의심하기 어려운 글자라는 모습으로 남아 의기양양하고 무던하게 그 자리에 서있듯 놓여있다 그렇기에 그것을 관찰할 때 나는 그것의 코앞까지 바싹 붙어 있어볼 수 있다

마침표를 찍는 것을 까먹은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작가’일지 ‘좋아하는 글’일지 ‘좋아하는 구절’일지 아직 내가 좇고있는 텍스트의 윤곽을 지어볼 수 없다 언제나처럼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그 윤곽에 대해 물어본다면 과정의 굴곡을 들켜 주인이 누구인지 잊은채 변명이나 늘어놓을 것이다



몇주전 예매했던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2주 앞두고 취소했다 돌아온 돈을 조금은 반갑지 않은 척 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돈으로 앞으로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는 책을 사고싶어졌다 아직 고민 중이다



지금보다 더 얼마전 생각했다 내가 나로 사는건 돈이 드는 일이구나 내가 나로서 확신을 갖는 일에도 비용이 든다



2년전에 당연히 보일리가 없는 미래에 대해 덜컥 겁 먹고 있을때 이게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누가 말해줄 수 있지?라는 생각을 곱씹었던 적이 있다 얼마나 곱씹었으면 그때의 생각의 뉘앙스까지 기억이 난다 그때 받았던 타인으로부터의 위로와 비슷하게 오늘도 어떤 위로를 받아 읽었는데 처음엔 그저 고맙다가 금방 내가 내린 답과 똑같은 말인 것을 보고 마음으로부터 소중함을 얻었다 지금마음으로는 그 답을 적고싶지 않은데 나중에 이글을 볼때 정말 까먹어서 궁금해 미쳐할까봐 적어야겠다 답은 나였다



마침표를 찍지않은 글의 흐름은 글보다는 생각의 모양에 가깝다 읽는 것보다 일단 적는 것에 더 맞춰진 모양새다



비용이 든다는 건 누군가 대신할 수 없기때문이다



일기에 썼던 말도 메모장에 적었던 말도 블로그에 올렸던 말도 종종 그 말의 위치가 기억이 안난다 어디에 썼던 말 같은데 어디에도 없고 쓰지 않은 줄 알았는데 어딘가에 고여있다

오늘 찾은 딱 저번 주의 말. 이 말을 요약한다면 어떤 말일까 아직 마땅한 함축이 무엇일지 감이 오지 않는다



2020.08.22 10:42pm 레퍼런스 삼아온 낭만들을 경험하기에 지금 나의 엉덩이가 닿아있는 바닥과 날개뼈 사이가 맞닿아있는 벽은 버스가 멈출때 나는 큰 한숨이 뿜어져나오는 소리와 자동차의 배기관소리, 선풍기날개가 돌아가는 낮은 바람소리로 가득하다. 그곳에 재생시켜놓는 ‘낭만스러운 노래’는 그 이름을 다시금 눈길을 줄 필요가 있을 정도로 거슬리다. 누군가 비웃기도 전에 스스로 허무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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