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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니 Dec 04. 2023

인생은 파도 위 서퍼처럼

일상을 지탱해 주는 루틴의 힘

‘삶이 지루하다 해서 늘 자극적인 경험을 만들고 매일 여행을 떠날 순 없지 않은가. 살아가려면 늘 고만고만한 일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소소한 성취에서 기쁨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회사 휴게실에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블로그를 구경하다 우연히 발견한 문장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 재빠르게 화면을 캡처해 저장했다. 집에 돌아와 다이어리에 글귀를 옮겨 적으며 문득 생각했다. 그동안 자극만 즐거움이라 여기고 일상은 지루한 것이라 스스로 단정 지으며 산 건 아닌지. 마침 평소 즐겨 읽는 <아무튼> 시리즈의 <아무튼, 계속>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사는 작가. 6년째 다니고 있는 월, 수, 금 저녁 9시 반 수영이 작가의 대표적인 루틴이다. 수영에 대한 열정이나 성취감이 대단해서가 아닌, 휴양지 갈 처지가 안 돼 대안으로 찾은 것이다. 월수금은 약속을 절대 잡지 않고 퇴근 후 화분을 관리하고 세탁기를 돌린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저녁을 간단히 차려 먹으면 대략 8시. 야구를 보며 40분간 쉬다가 수영장에 간다. 이 루틴을 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나에게도 수영과 같은 루틴이 있다. 바로 요가다. 늘 같은 시각 같은 길로 출퇴근하고 매일 마주치는 동료들과 반복되는 업무로 회사 생활이 지루할 대로 지루해진 무렵. 일상에 요가만 살짝 얹었는데 신기하게도 반복되는 일상이 즐거워졌다. 퇴근 후 매일 저녁 8시 요가 수련. 평일엔 약속을 잡지 않고 퇴근하자마자 옷과 방을 정리한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면 대략 7시 반. 10분 정도 쉬다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집 근처 요가원으로 향한다. 이 루틴을 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이는 사람들. 수련 시작 전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웃는 얼굴로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서로의 에너지를 느끼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한다. 수련 후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오늘 한 요가 동작에 대한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온기와 안락함. 사람들의 얼굴은 개운한 미소로 가득하다. 적당한 거리감과 따뜻함이 공존하고 그 속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이 반복된다. 그 시간 덕분에 무미건조한 일상을 버텨낼 수 있었다.


요가를 접하기 전 변함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한 것이라 치부하며 매일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매일 돌아오는 루틴이 기다려진다. 걱정과 고민이 아닌 평온함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 흘러가는 시간을 외면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파도에 순응하지만 스스로 중심을 잡는 서퍼처럼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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