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이동형 스마트 팜
지난번 브런치 포스팅 중 그린랩스(Green Labs)와 엔씽(N.thing) 편이 기억나시나요? 두 농업 스타트업은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팜(Smart Farm)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스마트 팜은 농작물에 최적의 생장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각종 센서와 로봇 기술이 접목되어 농장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공장에서 사용하던 컨베이어 벨트(Conveyer belt)를 활용하여 기발한 자동화 농장 시스템을 개발한 ‘코리아팜’을 소개할까 합니다.
코리아팜을 창업한 최훈 대표는 젊었을 때부터 자동차 제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업 경험을 다져왔습니다. 그는 사춘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고졸 학력만으로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최훈 대표는 26세의 나이에 과감하게 미국 행을 결심했습니다. 워싱턴주에 정착한 그는 자동차 정비 학교에 들어가 정비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최 대표는 정비 기술을 습득한 후 직접 자동차 정비소를 차렸고, 그의 근면한 성격 덕분에 손님이 꾸준히 늘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한창 자동차 정비소를 성실하게 운영하던 2002년, 최훈 대표는 국내의 한 타이어용 철제 휠 업체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습니다. 회사 이름을 ‘코리아휠’로 변경한 후 그동안 쌓아온 사업 역량을 쏟아 부으며 회사를 빠른 속도로 성장시켰습니다. 그 결과 코리아휠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1차 타이어휠 협력업체의 지위를 확보하였고 연간 매출 1300억대의 견실한 부품 제조기업으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코리아휠은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1차 벤더로 자리잡음과 동시에 해외 경쟁사들을 제치고 쿠보타(Kubota), 얀마(Yanmar) 등 세계적인 농기계 업체들에게도 타이어휠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하고 있던 타이어휠 업체의 대표가 어떻게 스마트 팜 사업에 도전하게 되었을까요?
최 대표는 코리아휠 공장 근처 4만 평 정도의 텃밭에서 10년 넘게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는 손수 농작물을 관리하면서 비닐하우스 내부에서 농약을 쓰면 질소 농도가 97%까지 상승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렇게 약품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농민이 작업을 진행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흡기를 통해 들이 마시거나 직접 접촉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최 대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농사를 짓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자신이 운영하는 타이어휠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컨베이어 벨트와 자동화의 원리를 접목한 스마트 팜 시스템을 구상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최 대표는 결국 화분을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아 농장 내부를 순환하며 일조량을 높이고, 인력이 필요한 수확 공간을 별도로 분리해 화분이 벨트를 타고 잠시 수확 공간을 들르는 형태의 스마트 팜을 개발해냈습니다. 이를 통해 태양의 이동에 따른 일조량 차이를 줄이고, 농민이 직접 돌아다니는 기존 수확 방식이 아닌, 작물이 다가오는 새로운 형태의 생산방식을 구현해낸 것입니다.
3~4평 정도 되는 수확 전용 공간에는 작업자가 자리와 에어컨, 공기정화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작물이 성장하는 온실과 작업자가 있는 공간 사이의 경계선에 설치된 ‘에어커튼’이 산소 농도는 낮고 이산화탄소가 높은 온실의 공기가 수확시설과 섞이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런 농민 친화적인 설계 덕분에 코리아팜에서 근무하는 농민들은 건강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로 구성된 이 스마트 팜의 가장 큰 장점은 농작물이 360도로 골고루 햇빛을 받으며 자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컨베이어 벨트가 비닐하우스 내부를 돌면서 화분이 사방으로 회전하게 되면서 햇빛을 많이 받는 쪽으로만 작물이 자라던 기존 농작 방식과 차별점을 둘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컨베이어 벨트에 설치된 센서가 10분마다 작동하고 있어 스마트 팜 내부의 온도, 습도, 채도를 비롯하여 농작물의 생장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바로 인건비 절감입니다. 코리아팜의 스마트 팜에서는 중강도의 물리적 작업으로 남성 작업자 7~8명이 필요한 업무량을 여성 1명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버튼을 눌러 물과 식물 영양제를 뿌릴 수 있고 온도 조절이 원격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이 우려하는 체력 손실과 건강 악화 문제가 상당히 줄어들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장애인이나 고령의 노인들도 어려움 없이 스마트 팜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농장 내부 컨베이어 벨트에는 어떤 작물이 매달려 있을까요? 코리아팜의 시설에서는 오이, 고추, 감자, 상추 등 다양한 엽채류와 딸기, 참외 같은 과일류, 인삼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재배가 가능합니다. 계절과 품종의 제한을 받지 않는 스마트 팜 운영이 상시 가능하다는 점, 파프리카와 인삼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쉽게 재배할 수 있다는 점이 코리아팜 만의 굉장히 매력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리아 팜의 자동화 농장은 동일 면적의 비닐하우스와 비교했을 때 4~10배 높은 생산량을 자랑합니다. 그 비결은 바로 고밀도 화분 설치입니다. 사람이 직접 작업하기 위해 작물 사이를 이동할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보니, 그 공간까지 화분을 설치하고 트롤리 컨베이어를 2단이나 3단으로 구성하여 수직으로 쌓음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추를 예시로 들면, 일반 재배 시 100㎡에서 1,400송이를 수확하는 데 코리아팜의 농장에서는 6단 트레이를 활용해 5,000송이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19년 기준 코리아팜의 연간 매출액은 127억 원을 달성했고, 최근 러시아와 중동 지역에 플랜트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2개의 디자인권과 특허를 취득하며 자가의 기술력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타이어휠 제조업체를 운영하다 농사를 짓는 최훈 대표는 미래에 더욱 커질 농업의 잠재적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아침마다 스마트 팜으로 가서 작물이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관찰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트롤리 컨베이어 벨트와 자동화 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 팜 설비를 전국에 보급하고 농민들이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훈 대표의 코리아팜처럼 다른 산업군에서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농업 분야의 혁신을 가져오는 인재들이 앞으로도 많아진다면 농업 비즈니스 세계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기존 기술을 활용하여 고강도의 노동을 저강도의 물리적 작업으로 분산시키는 스킬셋으로 정립하여, 노동 생산성 극대화하였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혁신 사례가 우발적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체계 안에서 집합적 혁신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까요? 무엇보다 선구안적 시각을 기반으로 한 정부의 정책지원과 창업 관련기관들의 체계적 농업벤처 육성체계가 구축되어야 하겠지요. 현재 농업부문의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 등으로 국내 스마트팜 시장의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어떻게 농업 혁신으로 탈바꿈해 가려고 하고 있을까요?
국내 스마트 팜은 아직 시설 내부 모니터링과 제어 단계의 기술 보급 단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로봇과 연계된 자동화된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국내 스마트 팜 기술 수준은 농업 선진국들 대비 약 5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스마트 팜을 혁신 성장 선도사업으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 농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0년도 예산으로 2,477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53% 늘어난 예산 규모로 미래형 농업 방식에 대한 관심과 투자 가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2022년 한국 스마트 팜 시장 규모는 대략 6조 원으로 전망되며 경북 상주시, 전북 김제시 등 전국 4곳에 스마트 팜 혁신밸리가 조성되어 전문적인 인력양성과 기술 연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부 주도의 혁신밸리에서 생산되는 농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우리나라 농업 환경에 적합한 첨단 정밀 농업기술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정부는 물론, 창업가 양성에 부심하고 있는 대학이나 관련기관에서도 다른 산업에서의 비즈니스 경험을 농업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주목할 만한 성과가 창출될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컨베이어 벨트로 스마트 팜을 만든 혁신 기업’ 코리아팜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충청남도 보령시
When? 2011년
What?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스마트 팜 시스템
Who? 최훈
Why? 농민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작업 환경 조성
How? 컨베이어 벨트 위에 화분을 매달아 이동형 스마트 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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