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트온 Feb 18. 2024

겨울잠을 자고 있어요

독자님들께 근황 전합니다 

계절의 변화를 겪는 것은 자연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요즘 저는 사람의 시간에도 계절이 있구나 깨닫고 있습니다.


저의 시간, 지금 제가 지나고 있는 이 계절은, 모든 생명활동이 멈추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인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팔다리를 뻗어 움직여 보려 해도 움직일 수 없고, 도무지 힘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눈물이 나고, 억울하고, 나 자신을 깊이 병들도록 몰아간데 대한 죄책감이 들고, 언제까지 이 상태에 머무를까 두려움이 절로 밀려오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 계절에 조금 더 적응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자연 겨울도 3개월은 주어야 하니, 그만큼의 시간만이라도 인내해 보자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 보자고, 기다려 보자고 받아들이고 동면하듯 죽은 듯 묵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던 길을 완전히 멈추고 보니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 마음속 깊숙이 켜켜이 쌓여있는 감정 응어리들- 지난 세월 동안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 도 보이고, 저라는 사람 본성이 생긴 모양도 그대로 드러나는 듯합니다. 두 달 가까이 글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글이 제게 무엇이었는지도 더 적나라하게 솔직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가 그나마 즐기며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무엇으로 꼭 붙들고 있었던 글. 저 삶에 마지막 보루 같았던 글. 매일 같이 쓰던 글을 어쩔 수 없이 멈추고 보니, 제가 그토록 귀하게 생각했던 글도 예상치 못한 큰 파도 앞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인 것만 같습니다. 


요즈음 저의 근황을 독자님들께 전하려는 노력으로,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는 의식 조각 같은 글을 남기고 갑니다. 겨울잠에 빠져 생각이 지나치게 땅속에 가라앉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지난 두 달간 댓글 남겨 주신 독자님들께 일일이 답장을 못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도 덧붙입니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alanajordan)


작가의 이전글 연말에도 새해에도 '복'만 많이 많이 받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