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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Sep 14. 2020

나를 사랑하는 훈련: 자아 양육 일기

자아 양육 일기 쓰는 법

사랑할 수 없는 이유


나는 왜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된 것일까요? 왜 나 자신이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처럼 생각될까요? 왜 스스로를 끊임없이 비하하고 경멸하는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게 된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합니다.


나 자신의 외모나 재능, 실력이, 내가 기대하는 만큼 미치지 못해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태어나, 태생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냉대당한 무가치한 존재였기에.
완벽주의자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 들어온 비난이 뇌리에 각인되어서.
혹은 반대로, 나에게 수치심만 안겨주는 모자란 부모를 닮은 나이기에.
내가 저지른 과거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용서할 수 없어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해 보이지만, 사실은 한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실은 어쩌면, 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느낌, ‘낮은 자존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질병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외모/학벌/능력/성격/직업 무엇이건 돈이 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자본주의 물질주의 사회풍조가 높은 외부적 기준이라는 칼날을 시도 때도 없이 우리 마음에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여길 때까지 위협과 공격을 당하고, 우리의 시선이 그 기준에 항복해 버린 것은 아닐까요?


나 자신을 향한 시선이 외부적 기준들에 잠식 당해 버리는 순간부터,  비교의식과, 남들의 시선, 평가에 시달리게 되며,  자꾸만 누적되는 스스로에 대한 깊은 실망감과 함께, 자신을 경멸하고 무가치하게 여기는 자기 혐오감이 마음을 장악합니다.  조그만 일에도, 자신을 향한 분노와 욕설이 부글부글 끓어 올라와 스스로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며, 심한 경우 스스로를 죽음과 파멸로까지 끌고 가게 만듭니다.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무서운 마음의 질병에 걸린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정서적 질병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이 혐오감, 자신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사람을 줄 세우려는 외부적 기준들을 가려내어 차단하고, 동시에, 나 자신을 나쁘게 정의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거짓말들을 걷어내야 합니다. 나는 함부로 비하하고, 비난해도 되는 하찮은 존재가 결코 아니니까요.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거짓말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존재 그 자체가 아름다운 귀한 사람’이라는 자신에 에 대한 새로운 정의, 나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이 새로운 생각들이 내 마음에 각인이 되고 자리 잡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자기 혐오감은 유년기, 청소년기부터 오랫동안 내면에 품어왔던 너무나 익숙하고 강한 감정이어서, 조금만 틈을 주면 다시 밀려 들어와 버립니다. 끊임없이 다시 공격해 들어오는 거짓말, 외부 기준과 싸워 이겨내는 방법으로 저는, 꾸준히 일기 쓰기를 추천합니다. 



자아 양육 일기


이 일기는 내 일과나 마음을 기록하는데 그치는 일기가 아닙니다. 이 일기는 나를 다시 정의하고, 나만의 기준을 다시 정립하기 위한 훈련 과정입니다, 글이 내 마음의 거울이 되어, 내 생각들을 비춰주면, 나는 내 마음 구석구석 거짓말들을 찾아내고,  새로운 기준과 정의를 반복해서 상기시켜, 자아상과 정체성을 바로잡는 뇌 훈련 과정이며, 스스로에게 절절한 사랑의 편지를 쓰는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자, 자신에 대한 상한 감정을 회복해 가는 치유 과정입니다. 


이 많은 훌륭한 목적을 감당하는 이 일기에게 ‘자아 양육 일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이 일기를 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1. 자유롭게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쏟아 놓으세요, (현재의 내 감정을 그대로 담은 글)


2. 앞의 글 (1)에 대해, 사랑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격려하는 답장 (사랑으로 세운 기준을 습득한 성숙한 자아의 글)


예를 한 번 들어 볼게요. 제가 어딘가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고 가정을 하고 써 보겠습니다.


1.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하는 일마다 그르치는 재수 없는 것. 뭐는 되겠냐? 남들 다 하는 그런 것도 못하고, 왜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냐! 머리 나쁜 집안은 암만 노력해도 안 되는 거지. 짜증 난다. 죽어 버리고 싶다.”



첫 문단에는 이렇게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적어 주세요. 때론 욕설도 터져 나올 수 있어요. 다 괜찮습니다. 나만 보는 일기니까요. 그리고, 나서 그 아래에, 나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자녀에게 편지를 쓰듯 격려의 말을 해 주는 겁니다. 


2. “네가 해보고 싶었던 것인데, 떨어지니 많이 실망되고 속상하겠다. 나는 네가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최선을 다 해본 것 자체가 참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이번은 첫 도전이라, 혹시 준비가 부족했을 수 있으니, 한 번 더 잘 알아보고 다시 준비해서 도전해 보면 어떨까? 이번에 실패한 이유를 잘 분석해서 한 번만 더 최선을 다해보자. 그렇게 최선을 다 했는데 또 떨어진다면, 그건 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길이 아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나는 믿어, 너의 길이 분명히 있고, 넌 그 길을 반드시  찾아낼 거란 걸. 넌 점점 더 지혜롭고 훌륭한 사람이 될 거란 걸. 너무 조급해 말고 매일 1%씩만 발전하자. 내가 항상 네 곁에서 도우며, 네 인생길 끝까지 함께 걸어가 줄게. 내가 널 격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거 알지? 내가 항상 네 곁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 잊지 마. 우리 둘이 함께 하면 우린 분명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이루어 낼 수 있어!”


또 다른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이번엔 누군가가 하는 공격적인 말에 상처 받는 상황을 가정하고 써 볼게요. 


1.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 사람은 왜 자꾸 나를 밟지 못해서, 나를 끌어내리지 못해서 안달인 걸까. 왜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걸까. 왜 차별하는 걸까. 왜 저 인간이 나쁜 걸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 왜 그냥 넘어가 주는 걸까. 왜 나만 당해야 하는 걸까. 착하게 친절하게 다 받아 주는 척하지만 속으론 이렇게 아픈 나의 이중적인 모습. 딱 부러지게 나를 방어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답답하다. 늘 인간관계가 상대는 함부로 나를 대하고 이렇게 나만 속을 끓이는 패턴으로 가는 게 짜증 난다. 일을 같이 해야 해서 피할 수도 없고 매일 얼굴 봐야 하는데, 너무 괴롭다.”


자 이번엔 부모의 마음이 되어서 글을 써 봐요.


2. “네 마음이 아프니 나도 아프구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너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니 나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너는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고 그럴 사람이 아닌 거 알지. 회사란 곳이 사람을 경쟁관계로 만들고, 현대 사회가 사람을 줄 세우고 차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지만, 너 자신을, 특히 마음을 잘 보호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 네 마음을 지키기 위해 선을 세우고 때론 세게 방어하는 연습 우리 같이 해 보자. 그 사람이 잘하는 말들을 적어 봐.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는 말을 연습하자.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착하게 친절하게 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자.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한 목표로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하자. 일을 하는데 심한 방해를 하는 사람들, 부조리한 일들, 계속 나에게 가져와서 말해. 내가 늘 들어주고 함께 의논해 줄게. 나는 네가 결국 너를 잘 지키는 법을 배우고, 강해져서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될 거라는 걸 믿어. 그러면서도 훌륭한 인격으로 아랫사람도 품을 수 있어, 언젠가는 모두가 존경하는 상사가 되리라는 것도 믿어. 너는 너를 행복한 길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고, 하는 일도 성공적으로 해 낼 사람이라고 믿고 기대해. 나는 언제나 너를 돕고 응원할 거야. 너를 가장 사랑하는 내가 늘 너를 지지하고 있으니, 어디서건 기죽지 말고 힘내자!”



이 일기를 계속 쓰다 보면, 자기 혐오감이 점점 잦아들고, 나를 극진히 사랑하는 성숙한 자아의 목소리가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소중해지고, 끊임없이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일기를 쓰는 것이 습관이 된 지 10년 이상 되었는데, 그렇게 압도적이던 자기 혐오감,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어느새 다 사라지고 없는 것을 느껴요. 저는 이제 제가 힘들거나 속상할 때, 슬플 때, 실망될 때, 스스로를 어떻게 따스하고 온화한 사랑의 말로 다독이고 격려해야 하는지 알아요. 이 일기는 제 내면의 상처를 회복시켰고, 제 내면 자아를 성장시키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자아의 성장 변화를 당신에게도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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