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이 중요하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저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자주 하며 스스로의 삶을 진단하곤 했었어요. 이렇게 행복을 확인하는 버릇이 시작된 건 아마도 학위과정을 모두 마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한 이후부터가 아니었던가 싶어요. 저는 행복한 인생을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때까지의 모든 노력이 행복한 인생을 위해 달려온 것이었기에, 행복을 확신하는 일은 제 삶의 중요한 이정표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 자신의 삶이고, 나 자신의 생각이지만, 저는 때로 이렇게 나 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찬찬히 지켜보고 나서야,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을 때가 있어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저는 과거의 내가 그랬다는 것을, 행복을 그토록 원하고 중요시했다는 것을 지금 새삼 깨닫고 있어요. 당신도 행복한 삶이 그만큼 중요하기에 이 글을 읽고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의 과정에선 내가 지금 행복한지를 따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빠가 벌어오는 돈을 쓰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꺼낼 수도 없었어요. 내가 행복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많이 강요했던 것 같기도 해요. 부모님들 스스로의 인생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던 것도 내 생각과 입을 막았던 것 같아요. 중고생 시절엔 때때로 한창 싱그럽고 아름다운 나이를 창살 없는 감옥 (학교)에 갇혀 보내는 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은 했지만, 사회에 나갈 능력을 갖추기 위해 참고 배워야 하는 시기라는 주어진 설정에 반론을 제기할 용기 또한 물론 없었어요.
그저, 그 길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믿고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에게 그 과거의 시간들은 진짜 행복을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기 하는 것처럼,
이게 행복이 아닐까, 저게 행복이 아닐까
이렇게 사는 사람이 행복해 보여, 저렇게 사는 사람이 행복해 보여
특히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 부모가 바라는 행복한 모습에 맞추어 보려고, 그게 무엇인지 가늠하고 다가가 보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공부 잘하는 학생, 이름 있는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사람들이 대단하네 잘했다고 끄덕거려 줄 만한 삶.
정말 오랫동안 추측과 착각 속에서 헤매고 방황하며 많은 시간을 낭비했어요. 진짜를 몰랐기 때문에, 온몸을 던져 외부적 기준에서 행복을 찾는 방황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과 고통을 끊임없이 몰고 왔어요.
이젠 그 기억들이 모두 겨우 아물어 가는 상처같이 느껴집니다. 상처의 흔적을 지우고 깨끗이 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것만 들여다보며 과거에 사로잡혀 살아갈 수도 없어요.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인생은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상처든 뭐든, 과거의 기억은 익숙한 일부가 되어 더 이상 큰 이슈가 되지 못해요. 인생의 화살은 초고속으로 달려가는 중이니까요!
눈 깜짝할 사이에 10살, 20살, 30살, 40살,... 이 되는 이 엄청난 속도를 감내해야 하는 인생길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아요. 누구나 각종 결핍과 부담감에 짓눌리며, 늙어 죽어 간다는 공포와 불안의 습격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어요.
세상 다 가진 듯, 공중에 붕 떠오른 듯 가슴 터질 것 같은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 원하는 직장 취업에 성공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았을 때,... 어떤 형태로든 원하고 바라는 일을 성취하고 이루고 갖게 되었을 때 인간이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 건 사실입니다. 그 행복감을 최대한 많이 누릴 수 있는 존재가 되라고,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이라도 느끼자고 부모들은 그토록 열심히 자녀 교육과 외모와 스펙을 관리해 주는 것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저는 그런 것들이 주는 행복감은 전체 인생에 비해 너무나 짧은 허니문이라는 것을 깨달아요. 더 높은 성취와 더 강력한 허니문을 바랄수록 더 큰 실망과 권태를 동반하는 위험한 설정일 수 있다는 것도요. 이 세상이 인정하는 일순위 배우자감을 골라 결혼을 해도, 그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는 것처럼, 모든 높은 것, 대단한 성취에 대한 갈망 속에는 추락과 좌절의 위험이 도사립니다.
보다 중요한 일상의 행복
인간이 살아내야 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일상’입니다. 결핍과 부담과 각종 침범이 난무한 일상은 너무 힘들 수 있습니다. 일상이 많이 힘든 사람일수록 열심히 분발하여 허니문 상태에 도달하고 지속시키려고 애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도전하고, 성취하고, 이직하고, 여행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랑을 갈구합니다. 때론 이후에 더 힘들어지는 일상을 감내하면서까지 해야 합니다. 다른 돌파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만들기 힘든 것은 일상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을 잘 구성하고 관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능력과 지혜를 필요로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조화롭고 건강한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고, 평화롭게 밥 먹고, 쉬고, 맘 편히 잠들 수 있는 내 일상을 가꾸고 지켜낼 수 있는 능력, 나를 어떤 정신적 물리적 침범으로부터도 보호하고, 내 생계를 지킬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내 삶의 소중함을 분명히 알고 나를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고요.
그래서, 저의 질문은 더 이상 내가 행복한지를 묻지 않아요. 대신 다른 질문들을 해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가?
내일 더 나아진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오늘부터 달라져야 하는 건 없는가?
10년 20년 30년 후에도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서 오늘부터 실천해야 하는 건 없는가?
행복은 만들어 가는 것
행복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일상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자신을 위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고 만들어 나가는 힘과,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키고 돌보는 관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의 마음이 오롯이 현재에 집중해서 내가 가진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건강하게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 내게 주어진 이 삶에 온전히 집중하고 즐거워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과감하게 끊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아픈 기억들도 잘 정리해서 나의 현재를 방해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실체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내 삶이 잠식되지 않도록, 현재,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만 좋은 감정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잘 지켜내야만 합니다.
내 마음을 구체적인 감사함으로 채울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감사함이란, 지금 현재 나에게 주어진 것들,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내 주변을 꼼꼼하게 돌아보기 바랍니다.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에게 다가가, 그것이 얼마나 나에게 큰 도움이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인정하고 감사를 표하기 바랍니다. 당연히 늘 거기 있어야 하는 것은 없습니다. 내가 오늘 하루 만나고 연락이 닿고 마주치는 모든 것이 내 삶에 필연적인 이유로 주어진 특별한 선물입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매일 새롭게 살려낼 수 있다면, 당신의 하루하루는 충만한 행복감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