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결
행복을 가르쳐 주었던 동화
저는 책을 참 좋아했던 아이였어요. 언제 어디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저의 유년시절은 '책 속에 빠져있던' 시간 그 자체였습니다.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는 일이 참 즐거웠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아요. 동화 속 주인공들은 어떤 시련과 난관도 헤치고 일어나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고, 저는 그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때 행복했던 거예요. 특히 저는 빨강머리 앤, 톰 소여의 모험, 미운 오리 새끼,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사랑의 학교, 그리고 소공녀를 좋아해서, 위로가 필요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싶은 순간에 그 책들을 늘 꺼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렸던 제가 그 책들에게서 받았던 즐거움과 감동을 떠올리며, 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해지시길 바라며,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가르쳐 주는 행복의 비결을 정리해 보았어요.
1. 외롭고 비참할 땐 빨강머리 앤처럼
빨강머리 앤은 아기 때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다, 열 살쯤 되어서야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 아저씨 남매가 사는 집에 입양되었던 천애 고아입니다. 빨강머리 앤의 비천한 배경과, 볼품없이 깡마른 외모, 특이한 성격과 행동 때문에 어디서건 쉽게 따돌림당하고 미움을 받는, 무척이나 외로운 아이였어요. 그렇지만 그녀는 불행하지 않았어요. 어두움 감정이나 상처의 기억이 밀려와도 그녀는 순식간에 떨쳐내고 밝은 기분을 유지합니다.
그녀의 상상력이 꽃, 나무, 동물들과도 친구가 되게 도와주었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녀 자신은 항상 ‘코델리아 공주님’이었으니까요.
외롭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마음을 내버려 두지 말고, 스스로를 일으키세요. 어쩌면 우리는 친구에 대해 너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요. 내 나이 또래의 재밌고 착한 나를 좋아해 주고 내 이야기 잘 들어주는 사람. 친구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울수록, 나는 점점 더 외로워지는 법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요, 가족도 있고, 혹은 종교가 있다면 예수님이나 부처님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심지어 나 자신이나 상상의 친구도 상당히 괜찮답니다. 누구든지, 대화할 수 있고 시간도 같이 보낼 수 있는 존재를 친구라고, 친구의 의미를 넓혀서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나는 언제나 많은 친구들에 둘러싸인 사람이 됩니다.
또 한 가지 빨강머리 앤이 가르쳐 주는 것은, 내 머릿속에서는 나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머릿속의 저를 알려드릴까요? 저는 이 세상 만물을 다스리는 왕의 딸, 귀하디 귀한 공주입니다. 발칙하게도,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라고 생각해요. 백화점은 저의 물건 창고이고, 백화점 직원들은 제 창고 관리인들, 식품점은 제 전용 냉장고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없어집니다. 이미 모든 것이 내 것이고, 잘 관리되고 있는데, 내일 당장 필요한 물건 외엔 지금 굳이 힘들게 집에 들고 올 필요가 없으니까요.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물의 주인의 딸이고, 모든 사람들이 내 아버지와 나를 위해 일하는 내 백성들이라는 상상은, 상당히 쏠쏠한 즐거움과 함께 삶에 만족감과 여유를 줍니다.
2.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땐, 톰 소여처럼
톰 소여는 부모님을 잃고, 이모와 함께 사는 소년입니다. 톰 소여가 너무 말썽쟁이 장난꾸러기라서 이모는 때때로 톰에게 야단도 치고, 벌을 주기도 하시지요. 어느 날 톰 소여가 큰 잘못을 했고, 덕분에 날씨 좋은 날, 모두 낚시 가고 물놀이 가는데, 톰은 담장에 페인트칠을 해야 합니다. 처음엔 너무 하기 싫었고, 놀러 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지만, 한 가지 꾀를 내어 상황을 역전시켜요.
너무나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듯 페인트칠에 심히 몰두하는 연기를 해서, 친구들이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하는 걸 지켜보게 만들어요,
결국은 톰에게 자기도 페인트 칠 한 번만 하게 해 달라고 너도나도 조공을 바치며 사정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덕분에 톰은 장난감도 많이 얻고, 담장 페인트칠은 세 겹으로 꼼꼼히 완성, 꿩도 먹고 알도 먹는 1석2조의 성과를 얻어내지요.
저는 가끔 설거지 청소 같은 집안일이 하기 싫을 때, 톰을 생각합니다. 톰처럼, 내가 하고 있는 설거지가 제일 재미있고, 사람들이 하고 싶어 줄을 서는 일, 보람 있고 훌륭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요. 그러면 그 일이 정말 가치 있고 좋은 일처럼 생각되어 일하는 내내 기분이 좋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 싫어하게 된 건, 열심히 해도 돈 안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치 없는 일이라는 사회적 관념 때문인지도 몰라요.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건, 내가 그 일이 좋고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 그 일은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 될 수 있어요. 일 뿐만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 모든 사람에 대한 가치를 타인이 혹은 세상이 정하게 하지 말고, 내가 정해요. 그러면, 항상,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즐겁고 가치 있게 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될 수 있어요.
3. 인간관계로 고통받을 땐, 미운 오리 새끼처럼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유 없이 못마땅해하고, 미워한다는 느낌이 들면 참 괴롭고 힘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면, 그곳은 내가 오래 머물 곳이 아니라는 신호일지 몰라요.
아마도 그들은 오리 무리이고, 나는 백조이기 때문일 수 있어요. 때때로, 우리는 인생길을 걷다, 내 길이 아닌 갈로 잘못 들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잘못된 길을 과감히 돌아 나오고, 넘어진 자리에서 툭 털고 일어서고, 익숙한 곳을 떠나야 하기도 해요. 오리 무리를 떠나고 나서야, 자신이 백조임을 깨닫고 자신감과 행복을 되찾았던 ‘미운 오리 새끼’처럼요.
그들을 신경 쓸수록, 그들에게 나를 휘두를 힘을 더 주는 셈이 돼요.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그들의 말도, 생각도, 내 마음을 뚫고 들어올 수 없어요.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나를 어떻게 취급해도, 나 자신은 믿어야 해요. 내가 언젠가는 아름답게 날아오를 백조라는 것을,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굳게 믿고, 내 마음을 잘 지켜야 해요.
4. 심한 고난 속에서 나를 지켜내야 한다면, 제제처럼
때론 조금의 사랑도 받을 수 없는 극한 환경, 모두가 나에게 화풀이를 해야 하는 불행하고 스트레스 가득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생길을 걸어내야 할 때도 있어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야기 속 제제는 영리하고 장난기 가득한 다섯 살 소년일 뿐입니다. 하지만 1920년대 브라질의 리오데네자이루라는 도시의 심히 가난하고 힘든 환경, 일곱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 일자리가 없는 아버지,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엄마, 자꾸 말썽을 일으키는 여섯 번째 아이,… 이러한 상황들이 맞물려 제제는 온갖 언어폭력, 신체 폭력을 당하며 상처 입는 일상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제제는 이런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살려냅니다. 집 마당의 오렌지 나무를 친구 -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 로 만들고, 친절한 어른들과 잘 지내려 더욱 잘 보이려 노력하며 자신이 찾아낼 수 있는 조금의 친절과 사랑도 있는 대로 끌어 모아 자신의 마음속 따뜻한 인간성의 불씨가 죽지 않도록 보살핍니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워내고 스스로를 성장시켜 냅니다.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나를 보호하고 지키기로 마음먹는다면, 사랑 속에 잘 성장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우리 또한 제제처럼 내 마음을 지키고 살 길을 찾아낼 수 있어요.
5. 더불어 살아가는 보다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면, 사랑의 학교처럼
사랑의 학교라는 책을 반복해서 읽었던 이유는, 아마도 책을 펼칠 때마다 그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이 참 따뜻하고 행복해서였던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을 경쟁상대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진실된 마음을 나눌 존재로 보는 마음. 자녀의 잘못을 못 본 척 덮을 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고 깊이 반성하는 부모의 모습,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야단치고 제압할 일이 아닌, 자신이 잘못 교육한 부분이 없는지 뒤돌아 보고 반성할 일로 여기는 교사. 주변 사람의 입장과 마음을 생각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행하자는, 진실하고 성실한 태도로 살아가자는, 가족과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에피소드들이 마치 눈 내리는 추운 날, 좋은 친구들과 벽난로 앞에 둘러앉아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는 것 같은 훈훈하고 보호받는 기분이 들게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사람들 간 경쟁을 부추기고, 진실된 우정과 사랑의 가치를 낮추고 서로를 이용할 대상으로만 보게 만든다 해도, 나는 함께 배려하며 더불어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어요. 내 가치관을 내가 정하고, 지키고, 그 소신을 바탕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어요.
6. 내 삶의 어떤 순간에도, 소공녀 세라처럼
인도에서 부유한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난 세라는, 어머니 없이 크는 딸 세라가 정식 교육을 잘 받고 훌륭한 아가씨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영국의 사립 기숙사 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세라는 사회 계급에 따라 부모 재산에 따라 나이에 따라 무척 다른 취급을 하는 계급 문화와 마주치게 되지만, 그녀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사람을 모두 공평하게 존중으로 대하고, 무시당하는 동기, 하급생들과도, 심지어 학교에서 노예 취급을 당하며 비참한 생활을 하는 하녀 베키와도 친구가 되어줍니다. 어느 날 세라의 아버지가 파산하고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학교로 전해지자, 세라의 위치는 공주에서 하녀로 하루아침에 변하고 혹독한 학대와 모욕을 당하게 되지만,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좋은 날이 올 것을 믿으며, 친구들의 우정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요. 그리고 옆집에 살게 된 인도인이, 사실은 아버지와 함께 일하던 동업자 친구이며,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그 딸에게 돌려주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세라는 아저씨를 따라 베키와 함께 인도로 돌아가는 걸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인생의 굴곡진 현실을 간접 체험했던 것 같아요.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때문에 늘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던 집 분위기 때문에 저는 세라에게 더욱 감정 이입을 했었고요.
자신이 군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고 친구가 되는 세라의 태도가, 강자에게 맞서고 약자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세라의 용기가, 힘든 상황에 처해도 비참해하지 않고 꿋꿋이 주변 사람들과 참된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결코 불쌍한 희생양이 되지 않는 행복한 세라가 저는 참 좋았어요. 그녀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님이 다 일찍 돌아가신 상황이나 너무 세속적이고 비열한 사람을 교육자로 만난 것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렇게 힘든 고난을 겪어내었던 만큼 세라의 꿋꿋하고 밝은 태도가 반짝반짝 빛났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세라와 함께 있으면, 내 삶의 문제들도 쉽게 헤쳐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 처해도 옳은 선택을 해 나가면 될 것 같다는 그런 자신감을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행복을 가르쳐 주었던 동화 속 친구들을 모두 소개드렸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으며 각종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살아간, 행복을 만들어 낸 그들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 제 삶 속에 흐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그들을 만나서 함께 살며 행복의 비결을 배운 것에 대해 참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 나도 많은 사람에게 행복해지는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시금 굳게 마음을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