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다시 생각해 보자
창의력이라는 것은 뇌의 어떤 한 부분으로 위대한 예술가나 발명가들은 이 부분을 크게 타고났으리라는 것이 창의력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창의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의하면 창의력이라는 것은 특정한 뇌의 부분이나 한 가지 종류의 특정 생각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뇌에 들어 있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생각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배열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의 과정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멋진 글을 쓰는 세익스피어나 세기의 화가 피카소를 직접 만나보면 어느 정도 그 분야에 지식과 기술을 쌓은 일반인들과 별다를 게 없는 비슷한 지식과 생각을 가진 평범한 사람으로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상황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때는 머릿속의 평범한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정리한 결과가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 표현이 새롭고 특별한 것일수록 타인이 받는 인상과 감동은 강렬해진다.
이러한 창의적인 사고능력은 뇌가 기분 좋게 릴랙스 되어 있을 때, 즉 알파 웨이브 상태에 있을 때 가장 활발하다고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말한다. 논문을 집필하는 학자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디자이너가 한참을 책상 앞에서 씨름해도 떠오르지 않던 생각이 일을 잠시 접어두고 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거나, 목욕을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하는 일화들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뇌는 창의적일 수 없고 업무능력도 떨어진다는 것을 아주 잘 이해하는 회사는 사원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는지 가장 쉽게 구글회사 캠퍼스의 예를 통해 볼 수 있다. ‘구글회사 사무실’이라고 인터넷 검색창에 띄워보라. 마치 어른들의 놀이터나 쉼터 같은 재미있는 공간 이미지가 뜨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 모든 환경은 직원들의 뇌가 알파 웨이브 상태를 유지하도록, 쉴 때 충분히 쉬며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돕기 위해 계획적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환경 또한 같은 원리로 만들어질 수 있다.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잘 노는 것이 창의력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창의력 학자들이 말한다. 놀이 속에서 신체능력, 언어능력, 대인관계 능력, 리더십, 공감능력, 자기 조절 및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포함한 그 이상의 여러 가지 능력들 이 키워진다. ESOL 교사로서 다양한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함께하며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 있는데, 놀이를 통한 영어학습만큼 효과적인 교육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른들도 미국인들과 기분 좋게 놀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면 훨씬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술을 한 잔 곁들이며 릴랙스한 분위기에서 영어를 배우면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 발표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대학원 수업시간에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각자의 문화 안에서 뇌가 굳어져,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재미있게 노는 법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별 효과도 없는 책, CD 혹은 영상, 딱딱한 교실 수업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영어학습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배움을 어렵게 하고, 현대인들의 삶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가 놀 줄 모른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놀거나 빈둥거리는 것을 시간 낭비로 느껴 스스로를 쉼 없이 분주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이 노는 것도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레슨 캠프 하나라도 더 가고 공부 한 자라도 더 해서 남보다 실력이 앞서고 있다고 느껴야 안심을 하는 극도로 불안한 심리상태의 어른들. 그 어른들이 형성해 주는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위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바쁘게 쳇바퀴 돌림을 당한다. 아이들은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인생이 망한다고 하니 꾹 참고 착한 아이가 되어 부모를 따라다닌다.
이러한 아이들의 잠 못 자고 애쓰는 고통과 스트레스가 성공적인 삶을 준비하기 위해 정녕 필요한, 값어치 있는 희생일까?
두뇌학자들이 말한다. 수면부족과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두뇌를 포함한 심신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학습능력을 저하시키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심리적 질환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미래학자들이 말한 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인재는 잘 놀고 행복한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창의력 학자들이 말한다. 아이들을 빈둥거리게 내버려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 방법을 생각해 내고, 스스로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내고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라고.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해 볼 여유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단추 하나만 누르면 모든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만들려고 궁리할 필요도 없이 완제품의 도구와 장난감들이 가게마다 가득 들어차 있다. 정보는 카피하면 되고, 물건은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를 피하고 이길 방법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굶는 날을 대비해 여분의 음식을 저장해 놓을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이 풍족하고 편안한 삶을 사는 아이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너무 편리해서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그 속엔 심한 경쟁과 비교의식이 틈만 나면 공부하고 기술을 익히라고 아이들을 몰아세우고 억누르는 현대 사회 문화가, 아이들의 성장환경이 이대로 좋은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