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발달과 창의력 교육

사고 회로를 형성하는 시간

by 하트온

'유아기'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지만, 이 글에서 '유아기'는 영아기를 벗어난 이후부터 취학 전까지의 연령대를 의미한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 아이의 두뇌는 처음 일 년 동안은 폭발적으로 다음 3년 동안은 급속도로 발달한다. 유아기는 인생의 어떤 시기보다, 두뇌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지만, 뇌가 어른만큼 완성된 상태는 아니므로,


여러모로 미숙하고, 의사소통이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유아교육의 본질은 이 시기에만 가능하고 적절한 독특한 교육적 경험을 주는 데 있다. 그들의 기질과 요구와 성향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따뜻하고 친밀한 환경에서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경험을 통해 주변 세계를 발견해 가야 하는 과정이다. 이 시기에는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사람들인 부모와 가정 분위기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다. 이때 부모가 보여주는 양육태도와 양육 환경이 앞으로 얼마나 나무가 크고 건강하게 뻗어나갈지, 얼마나 큰 그릇으로 성장할지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창의적이다.


아마 일평생 가장 창의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그림은 세계적인 화가의 미술작품처럼 대담하고 과감하며, 아이들의 성향은 뛰어난 발명가 과학자처럼 호기심이 넘치고, 아이들의 의욕은 혁신적인 기업가처럼 열정적인 도전정신으로 충만하다. 혹시 내 아이가 영재 아닐까? 부모라면 한 번쯤 원대한 꿈과 희망을 품어보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이 중요한 시기에 많은 부모들이 과욕을 부리다 아이의 창의성을 죽여버리는 실수를 한다. 그 실수를 막고, 창의적인 인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이를 낳고 유아 교육을 신경 쓰기 시작하는 부모들을 붙들고 간절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시간은 억지로 공부를 시켜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관심, 상상력을 방해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의 주도하에 그러한 삶의 태도, 사고 습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이 유아를 위한 교육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기술 연마나 학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 결코 아니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주변의 세상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자극과 격려면 충분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아이만큼 창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교육 실패의 원인이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과거 불우한 환경으로 충분한 교육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결핍감에 시달리거나, 경쟁에서 뒤처질까 남보다 못하게 될까 불안 심리에 휘둘리는 어른들의 사고는 너무나 경직되어 있어, 아이들을 자신의 심리대로 휘두르고 방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른이 아이를 방해한다는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유아 발달 과정에 맞게 필요한 교육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의 예들을 아래에 열거해 보았다: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조용히 그림 그리거나 책 봐”
“정신없으니까 뛰어다니지 말고 얌전하게 가만히 있어.”
“귀찮게 자꾸 물어보지 말고, 저리 가서 혼자 놀아.”
“쟤는 너무 별나. 조용하고 순한 애였으면 했는데 말이야.”
“집에서 놀기만 하면 안 돼, 어릴 때부터 기관에 맡겨서, 또래 애들이랑 좀 어울려야지.”
“뭐든 어릴 때 시작해서 최대한 많이 가르쳐놔야 경쟁력이 있지.”
“학벌 없고 무식한 엄마 아빠보다는 똑똑한 선생님들을 많이 붙여줘야 뭐라도 배우는 게 있지.”
“저 망아지 같은 녀석을 빨리 학교 보내버려야지. 선생님들한테 혼 좀 나야,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앉아 공부를 하지.”
“방해되니까 자꾸 부엌에 들어오지 마.”
“이런 거 그리지 말고, 사람이나 동물 그려 봐.”
“하늘은 파란색으로 칠해야지, 땅은 황토색.”
“피아노는 이렇게 앉아서 손 모양은 이렇게 하고 쳐야 하는 거야. 틀릴 때마다 맴매한다.”
“어제 배운 글자 똑바로 써 봐. 어서!”
“어른들 보면 이렇게 배꼽 인사하는 거랬지? 어디가? 이리 와서 다시 제대로 인사해!”
“지지.. 손 더러워지니까 만지지 마!”
“옷에 흙뭍지 않게 얌전히 놀아.”


아이들이 창의적인 놀이를 생각해 내고, 새로운 일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서투르게 시도하고 문제 해결하는 과정을 도무지 인내하지 못하고, 제대로 격려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성급한 반응이다. 특히 아이의 기질과 지능 성향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면,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지속되는 것은 아이에겐 일종의 정서적 학대가 된다.


이 시기에 아이들 교육에 가장 나쁜 것은 스트레스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사람의 심신 건강도 해치지만, 어린이들의 두뇌 발달과 지능 개발을 막고, 호기심과 열정도 단숨에 죽일 수 있는 맹독을 가지고 있다.


당신의 자녀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삐걱거리는 부부관계, 낮은 자존감, 원하지 않는 임신과 육아,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가 받는 스트레스는 집안의 가장 어린 존재인 아이에게 쉽게 전이된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아이를 각종 기관에 맡기기 시작하는 부모의 빠른 열매를 바라는 성급한 욕심과, 집이 어질러지거나 더러워지는 꼴을 보지 못해 (혹은 아이의 떠드는 소리나 끝없는 질문을 참을 수 없어) 마음껏 탐구 탐험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고 엄격한 통제를 하는 부모의 경직된 사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도 아이에겐 큰 스트레스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느냐 그렇지 못하냐, 아이가 겪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 아이의 미래 학습 능력과 감정조절 능력 사고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정이 화목한가, 부모가 얼마나 정서조절을 잘하는 감정적으로 성숙하고 안정된 사람들인가, 부모 자녀 사이가 얼마나 친밀하고 돈독한가, 부모가 자녀의 감정코칭과 구조대 역할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는가가 어떤 사교육보다 아이의 두뇌 발달, 창의력 발달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유아기 교육의 가장 큰 영향, 중요한 선생님이 부모 자신임을 깨닫고, 교육의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해보려는 부모를 위해, 창의력을 키우는 유아교육 환경을 만드는 요령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부족한 것이 과한 것보다 낫다: 무엇이든 조금씩 맛보게 하라. 책 읽기를 예로 들자면, 책을 매일 자주 읽어주되,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읽다가 그만두기도 하고, 재빨리 아이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조금씩 원하는 만큼만 읽어 주라.


천천히 가는 것이 성급한 것보다 낫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도록 이끌어주는 정도에서 멈추라. 아이 스스로 배우고 깨닫고 발전해 가는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학습이나 기술을 주입하여 당장 열매를 보려는 마음을 절제하라.


질문을 환영하고 질문으로 이끌어라: 질문이야 말로 창의력 교육의 핵심 도구이다. 학습 성취능력의 그릇을 넓히는 질문의 힘과 아이의 질문에 대응하고, 좋은 질문을 하는 요령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더 다루겠다.


엄마 아빠, 형제자매와 친한 것이 많은 친구들보다 낫다: 다시 말하지만, 좋은 부부관계의 모델링, 부모와의 탄탄한 애착관계가 진정한 사회성의 근본이 된다. 그것은 물놀이를 하기 전에 기초 체력을 다지고, 물을 두려워하기보다 즐길 수 있도록 모델링하며 천천히 이끌어 주는 안전교육과 같다. 준비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많은 사람들 가운데 무작정 밀어 넣는 것은, 물놀이를 처음 해보는 아이를 물속으로 던져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감정코칭으로 아이의 역량을 키우라: 부모가 아이 스스로 다루지 못하는 감정을 겪을 때마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주고, 공감해 주고, 문제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단계까지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며 훈련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정서적 능력 및 지능 향상으로 이어져, 이후의 학습능력 성취능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이의 힘든 면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라: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다. 수용한다는 것은 상대의 장단점을 다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수용하면, 그 부부는 어느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는 동심 일체, 하나가 된다. 가족 안에서 수용이 이루어지면, 어떤 어려움이든 헤쳐나갈 수 있는 진정 강하고 화목한 팀이 형성된다. 상대의 단점은 부정적으로 생각할수록 더 부정적이 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긍정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 어, 성질 급하고 고집이 센 아이는 장차 CEO가 될 추진력과 그릿을 타고났다고, 귀가 예민한 아이는 훌륭한 음악가의 자질을, 말 한마디에 예민한 아이는 뛰어난 작가가 될 섬세한 감성과 언어 지능을 타고났다고 다르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아이의 단점으로 느껴지는 면까지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부모 입장에서 육아가 훨씬 더 즐거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창의력 교육을 원한다면 깔끔한 집을 포기하라: 우리 집에 피카소가 산다고 생각하고, 집을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라고 발상을 다르게 해 보면 어떨까. 집안 곳곳에서 아이가 멋진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그리고 쓰고 표현할 환경을 마련해 주자.


자연에 나가서 땅을 파고 관찰하며 놀게 하라: 공학과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연구소 실험실에서 10여 년을 보냈던 경험을 가지고 말하건대, 자연에 나가서 만지고 느끼고 관찰하는 것은 과학자 혹은 연구 학자의 그릇을 넓히는 중요한 경험이다.


밥 먹을 때 말하게 하라: 전통적으로 밥 먹을 때 조용히 하는 것이 한국에선 예절이다. 하지만 가족의 얼굴을 달리 마주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밥 먹을 때마저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소통의 기회는 언제란 말인가.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밥 먹는 시간을 중요한 가족모임, 가족회의의 시간으로 여기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문화를 만들기 바란다.


같이 많이 놀아 주라: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그것이 즐겁고 신나는 경험일수록, 그 배움은 평생 쓸 수 있는 재산 같은 기억이 되고 창의력의 바탕이 된다. 아이와 놀아주는 일은 대단한 장난감이나 놀이기구, 특별한 놀이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발달을 지켜보며,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 아이가 상상하는 세계의 일부가 되어주면 된다. 아이가 많이 던지는 시기에는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아이가 병원 놀이나 미장원 놀이를 하고 싶어 하면, 기꺼이 환자나 손님이 되어주자. 아이가 보물 찾기나 숨바꼭질을 좋아하면, 같이 재미있는 공간을 찾아다녀 주고, 아이가 자연에 나가 놀고 싶어 하면, 함께 나가고, 책을 들고 오면 읽어주면 된다. 아이의 소근육이 더 발달하고 자기 조절을 더 잘하는 시기가 되면, 함께 가위질하며 만들기를 하거나, 요리나 청소, 빨래와 같은 집안 일도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아기에 창의적이고 건강한 사고 회로를 형성하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양육자의 수용하고 인내하며 감정 코치하는 양육 태도와, 아이의 창의성을 방해하지 않는 긍정적이고 자유로운 양육환경 조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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