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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공감의 기술

소통의 기술 1: 공감(Empathy)

by 하트온 Jun 12. 2021

미국에 살면 영어를 더 잘하게 될까?


언어는 개인과 개인이 소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를 이루도록 돕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가진다.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미국에 도착한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사회와 소통할 수 있기 위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국 땅에서 공부를 하고 10년 20년을 살아도 영어는 좀처럼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왜 그럴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문화권마저 다른 타인과의 소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여러 가지 기술과 조건을 요한다. '소통의 기술'이라는 글 시리즈를 통해 이 어려운 영어 소통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 보려 한다. 그 시도의 첫 번째 주제로서 특별히 오늘은 '공감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소통에 있어서 공감 기술의 비중


공감이란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 입장과 기분을 이해하는 감정이입 기술이다. 이는 타인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기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속해 있는 작은 사회, 가정을 생각해 보라. 부모나, 배우자, 자녀가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면, 서로에게서 기분과 입장을 인정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의 작은 사회는 곧장 붕괴 위기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은 고도의 공감 능력을 필요로 한다.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소통기술이 없다면 경솔한 넘겨짚기나 지레짐작을 피할 수 없는데, 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갈 수 없게 만드는 주범이다. 이러한 소통의 위기를 막기 위한 대화의 다른 기술로서 오해의 여지가 있는 단어나 표현에 대해 질문하고 다른 표현으로 재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데 그 모든 과정에도 공감이라는 소통 기술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영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공감 기술


제2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려고 할 때 공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모국어로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대화하기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내 말처럼 입에 붙지 않는 영어로 나와 극단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미국인을 이해하고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이다. 상대방이 감정이입을 위한 노력의 시도로 확인 질문을 하면, 내 발음에, 문법에 문제가 있어 지적당하는가 하는 자격지심까지 가중되고, 다른 표현으로 다시 설명할 수 있으리 만치 풍부한 어휘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곧 대화는 차단되고 만다. 


언어와 문화가 생소한 곳에서 타국살이를 해 본 경험이 없는 원어민들이 이러한 복잡 미묘한 이민자의 입장과 영어에 대한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알 리도 없거니와, 나의 생각과 감정 및 가치체계에 대한 그 사람의 이해가,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해 오해와 편견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을 볼 때, 보통의 사람들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더 이상의 소통을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 나를 이해하기엔 문화배경이 너무 먼 타인과 대화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인과 효과적으로 공감하며 소통하는 대화 경험을 하지 못하면 영어 대화능력에 대한 자긍심에 손상을 입게 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영어에 자신이 없다는 말은 달리 표현하면 미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없고 그들에게 내 마음과 생각을 전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감 기술, 배울 수 있는 것일까


공감 기술이 핵심적인 소통기술이라는 점은 확실히 알겠는데, 막상 이 기술을 가르치기엔 난해한 점이 많다는 것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제2 언어 습득을 다루는 학계의 숙제이다. 공감능력이라는 것이 나라마다 문화마다 그 가치와 표현방법이 다를 수 있고, 따라서 그것을 측정할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에, 가르칠 수 있는 하나의 학문이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공감이라는 대화기술이 어딘가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공감을 잘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한국어로 대화할 때 내가 발휘하는 공감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나도 모르게 상대를 이해하고 진실된 내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보다 겉으로 보이는 포장된 이미지만을 중시하여 인사치레에 불과한 대화만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면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은 고려하지 않는 하대 정신, 가르치고 고치려 드는 태도가 뼛속까지 깊숙이 박여있지는 않은지. 집단주의적 문화 수직관계에 매여있는 사고방식이 자유롭고 효과적인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열고 나의 자녀와 배우자를 비롯해서, 내 주변에 사는 이웃이나 친구, 직장동료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누군가가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당신과 또다시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한다면 대화에 자신감이 생겨 즐거운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토양으로, 효과적인 소통 능력, 더 나아가 영어실력의 토대가 꾹꾹 잘 다져지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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