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기술 3: 문화 차이 이해 - 집단주의 vs. 개인주의
모범생 민석이의 좌절
민석이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그는 한국에서 착실한 모범생이었으므로 미국에서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리라고 온 가족이 믿고 스스로도 자신감이 있다. 선생님 및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조용히 듣고 말대꾸를 하지 않는 공손한 성품 때문에 어딜 가든지 순하고 점잖다고 칭찬을 받고 자란 민석이는 자존감도 높다. ESL 과정을 좋은 성적으로 마쳐야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음을 알게 된 민석이는 대학 ESL 과정에 등록했다. 첫 영어 수업에서 만난 선생님은 어머니 뻘의 중년 여성이었다. 민석이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서로 이름(first name)을 부르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른에게 Pam이라고 이름을 부르려니 꼭 이모나, 엄마 친구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민석이를 당황시킨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설명해 주면 받아 적으려고 노트와 필기도구를 꼼꼼히 챙겨갔는데 한 장도 제대로 필기를 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학습 주제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대신 학생들이 직접 조사해서 발표해 보라고 하고, 그룹 활동에 참여하고 토론을 하라고 한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선생님이 학생들과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지켜보는데 갑자기 마음이 울컥한다. 늘 선생님에게 특별한 아낌과 모범생이라는 칭송을 받게 했던 그의 성품과 수업태도가 이 교실 안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에, 자신이 가진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상대적 빈곤감이, 그리고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소외감이 와락 밀려온다.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나라마다 지역마다 그 역사적 문화적 배경의 차이, 혹은 지리 산업적 차이 같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철학과 가치관이 다르다. 이 차이는 생각의 차이를 만들고 생각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사회의 방향과, 미래 목표마저 다르게 만든다. 오늘 칼럼에서는 미국과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다른 면들 중에서도 두 사회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집단주의(collectivism)의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차이가 어떻게 교실/교육 문화를 지배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은 개인주의 문화가 굉장히 강한 나라다. 워낙 서구사회의 문화가 그러하기도 하지만 이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조상에게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땅이 아니라 이민자로 와서 개척하고 일구어 낸 곳이라는 점이 더욱더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팽배한 사회로 이끌었다. 개인주의 사회에서 각 사람의 관심은 자신 및 직계 가족의 이익에 머무른다.
반면 집단주의가 강한 문화권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떼내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소속감을 보인다. 그 그룹은 한 가족(대가족을 의미)/집안일 수도 있고, 당이나 조직, 혹은 민족이나 국가일 수도 있다. 이들 각자는 자신보다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다른 멤버로부터도 영원한 충성을 기대한다. 한국 문화도 개인주의 문화가 깊숙이 침범하여 서구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사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아주 강한 집단주의적 문화유산 또한 쉽사리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게임이라든지 국가 비상 상황에서 보여주는 국민들의 결속력은 이 집단주의적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집단주의/개인주의 영향을 받는 교육 문화와 가치관
교육에 대한 가치관 및 교육방식 또한 이 집단주의/개인주의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다고 주장한 Geert Hofstede (1986)의 정리를 다음 표에 요약해 보았다.
이런 두 문화의 차이가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나 학습방식 등 교실 문화에 있어서 큰 차이를 낼 뿐만 아니라, 교육의 사회적 가치마저 굉장히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 참 놀랍다. 오늘 글을 통해 나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행동방식이 집단주의나 개인주의 문화의 영향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 자신과 자녀를 위해서 영어 및 여러 가지 교육을 추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