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되기 / 권분자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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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되기


권분자



먼지 수북한 방 안에서

동네 여자들과 인절미 오물오물 나눠먹는다


전봇대, 담벼락 한껏 기어오른 나팔꽃은

오후가 되자 모두 입을 닫았다


파마하고 꽃치마 갈아입고 명품가방 어깨에 둘러매볼까

소문낼 꽃도 없으니 나이트클럽에 가볼까


낯선 남자가 다가와 말 걸어올 때에도

스르르 뚜껑열리는 깜짝쇼에도

흠칫, 놀라 얼른 가방부터 감추는 내 동작이

헛발 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멋지다 진품이다 혼자 감탄하던 내가

가방 다칠까 몸이 먼저 땅을 짚고 말았으니

손목 퉁퉁 부어오르고 말았다


그래! 회복될 기미가 없이 불어나는 부채라 해도

앞으로 몇 번은 더 손목발목 삐끗해 통증에 시달린다 해도

모처럼 장만한 가방만큼은 내게 위로가 되지


함부로 쓰레기 내다버린 담벼락 아래서도

진동하는 악취 속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봐주지 않아도

명품가방을 들었으니 나는 명품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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