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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 숲 혜림 Nov 07. 2024

손끝으로 따라 쓰는 감사 명언-24일

내가 도망친 그 곳에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가 있었다.

언니에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모두 다 말했다.

언니는 나에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에게 직접 도와주겠다고 말한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었다.

언니는 아이를 셋이나 키운 사람이었다.

이 정도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서 아무 것도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에 모든 걸 알려주는 언니가 좋았다.

언니가 하라는 대로 모두 다 했다.

언니만 있으면 이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언니가 있는 이 곳으로 오고 싶었다.


친정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드디어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기뻐하셨다.

모든 걸 정리하고 이 곳으로 오겠다고 했다.

부모님은 그건 안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는 없었다.

나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있는 돈을 모두 다 털고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이혼을 하고 5년 만에 얻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모든게 다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함께 쓸 침대도 사고 냉장고도 샀다. 

언니는 나의 독립을 축하하며 집에서 쓰던 물건을 나에게 주었다. 

그 때는 그게 호의라고 생각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갔는데 할 일이 태산이다.

바구니에 가득 쌓여 있는 옷을 세탁기에 돌리고 쌀을 씻어 밥을 얹혔다.

그리고 바닥에 흘린 머리카락과 먼지를 치우기 위해 청소기도 돌렸다.

출근하며 그냥 두고 간 그릇을 설거지하고 나니 또 다른 할 일이 눈에 보인다.

왜이리 할 일이 많은지 투덜거리고 싶다.

하지만 순간 감사함이 밀려왔다.


내가 이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감사하다.

할 일이 아무리 많으면 어떠한가.

그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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