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어떻게든 추억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바다로 출발했다.
내가 어릴 적 추억을 쌓았던 그 바다로 떠났다.
그 곳에 가면 조금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여름이라 바다에 놀러온 사람이 많았다.
모두 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모래사장에서 마음 껏 뛰어 다니다가 물에 풍덩 뛰어들기도 했다.
그 안에서 내 아이는 우두커니 서있었다.
갈아 입을 옷이 없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갔기에 아이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모두 다 행복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즐겁지 않았다.
사람들의 웃음 소리를 듣고도 나는 눈물이 났다.
모두 다 행복한데 왜 나만 행복하지 않을까.
모두 다 즐거운데 왜 나만 이토록 비참하게 살고 있을까.
혹여나 누군가 볼까봐 얼른 눈물을 닦았다.
나와 아이는 벤치에 앉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 행복을 가질 수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바다에 다녀온 뒤,
나는 이 곳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나와 아이는 무작정 떠나버렸다.
내가 살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밤 11시가 되었는데도 아이 방에 불이 켜있다.
아무리 불러도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
침대 위에 엎드려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니 어렵게 눈을 뜬다.
눈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준다.
아이는 일어나서 양치를 하러 간다.
나는 아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방에서 기다린다.
아이가 침대 위에 눕는다.
이불을 덮어주고 5학년이나 된 아이의 볼에 뽀뽀를 한다.
아이는 싫은 듯 좋아한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지?"
"저요."
"그럼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지?"
"엄마요."
"아니야. 너는 너를 가장 사랑해줘야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줘야하는 사람은 바로 나야.
알겠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
참 감사하다.
너와 매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