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에게 행복이길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소리의 세계를 미처 알지 못한 농인 부모의 시선 안에 있는 예준이가 늘 어리겠지 하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예준이는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훨씬 더 큰 사람이 되어 가고 있던 기분이었다. 

엄마의 품 안에서만 안겨 있던 그때 그 예준이는 이제 늠름하게 두 다리로 서서 세상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올려다본 세상이 농인 부모의 이야기를 예준이에게 어떻게 들려줬을까 하고

늘 궁금한 엄마의 마음이 닿았을까. 

예준이가 너무 어려 조심스럽게 안아 든 채 어쩔 줄 모르던 그때 그 엄마는 이제 저만치 뛰어가는 예준이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도 ‘시간이 곧 약’이었다. 

그런데도 늘 마음 한쪽엔 예준이가 바라본 ‘농인 부모’의 모습이 어떨까 했다. 

요즘 들어 이 아이와 함께할수록 엄마의 마음은 더 감동에 물들이고 있다. 

조금씩 부모에 맞춰 자라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어느 금요일 저녁이었다. 남편도 모처럼 집에 일찍 퇴근하였고, 나는 저녁 준비를 할까 싶다가 금요일은 역시 배달 음식이지 하며 남편과 나는 열심히 배달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직 배달 음식의 그 강한 맛을 느끼기엔 일러 먼저 저녁밥을 먹였다. 그렇게 메뉴를 고른 후에 배달 주문을 했다. 

우린 초인종 소리를 바로 인식하기가 어려워 늘 배달 기사에게 메시지를 따로 남긴다. “도착하시면 문자 먼저 보내주세요.”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야지만 비로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달 음식이 우리 손에 들려진다.

그날따라 예준이와 노는 데에 열중한 나머지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야지 하는 의무감은 사라져 버렸다. 그런 엄마 아빠를 보며 예준이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외친다. “저거~저거~” 의아해하는 아빠 사이에서 낌새를 눈치챈 엄마는 곧바로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서둘러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나갈 채비를 했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 따끈따끈한 치킨 한 박스를 받았다. 밀린 배달 일정에 마음이 촉박했을 배달 기사에게 고개 한번 숙이며 사과의 표시도 빼먹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빨리 알았을 것 같았다. 

예준이가. 우리가 자기와 다르게 소리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치킨 한 박스를 한 손에 쥔 채 예준이에게 “잘했어. 엄마 아빠에게 알려줘서.” 이 일은 예준이가 우리에게 처음으로 자신이 먼저 나서서 엄마 아빠에게 알려준 ‘효도’ 같은 일이었다. 물론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이 거친다는 그 의무감이 예준이에게 너무 무게감이 크지 않았으면 했다. 

소리를 알지 못하는 부모에게 반드시 소리의 유무를 알려 주어야 한다는 의무가 예준이게 게 버겁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그날 이후로 하게 됐다. 집안에서 끓고 있던 밥솥이 취사가 다 됐다고 말한다는 예준이의 손가락은 세탁기가 돌아간다는 소리로도 향했다가 이제 밖에서 누르는 초인종 소리까지 엄마 아빠에게 알려주기 바빠 괜히 미안하고도 대견스러운 요즘이다. 예준이의 손가락 마디가 커지는 것처럼 엄마 아빠의 마음결도, 눈 맞춤도 진심이 가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