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핼로군 Sep 27. 2023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근무

초보의사일지

- 세종특별자치시 코로나 19 백서에 실림 - 


2019년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가 떠들썩할 때 나는 세종시가 아닌 전라남도 신안군의 한 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섬은 그런 점에서는 참 안전한 곳이다. 모두가 주민등록번호와 신분증 검사를 통해서 배를 타고 섬에 들어오고, 타지인과 관광객도 거의 없는 섬이라 작년에는 코로나의 위험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렇게나 들어가기 싫었던 섬이 안전해 보인단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섬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2020년 4월부터 세종특별자치시로 공중보건의 재배치를 받게 되었다. 얼떨결에 세종특별자치시 공중보건의 대표가 되었고, 그 때부터 선별 진료소와 길고 긴 악연(?)이 시작되었다.


세종시 생활치료센터


내가 대표로서 코로나 근무를 하며 힘들었던 점은, 대응 시스템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이었다. 주로 나의 업무는 선별진료소 근무와 공보의 9명이 주말을 포함한 매일을 근무해야 했기 때문에, 업무표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예방접종이나, 지소 일에도 충분히 바쁜 선생님들의 업무 표를 작성하다 보면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한달치 업무 표를 작성해서 보건소에 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주말 축소근무, 주말 확대 근무,, 평일 시간 축소, 요양원 전수조사, 응급 검사 등등 여러 상황들이 예기치 않게 벌어졌고, 거기에 보건소 전 직원과 공보의들이 최대한 부드럽게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러면 나도 계속해서 업무 표를 새로 짰다. 모든 이유는 ‘저도 처음이라서요’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점도 물론 있었다. 검사 시에 Level D의 방호복을 입고, 장갑을 두 개나 겹쳐 끼고, N95 마스크를 쓰지만, 나도 코로나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선별 진료소를 처음 했을 때에는 혹시 내게 미쳐 닦지 못한 균이 묻어가지는 않을까 싶어서 자주 가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전혀 갈 수가 없었고, 본가에 내려가는 일 조차도 망설였다. 또, 혹시나 내가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평소에 잘하던 취미 생활도 쉴 정도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검사하고 온 다음날에는 꼭 열이 나는 것만 같았고, 조금만 머리가 아프거나 열감이 있으면 코로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코로나 검사도 몇 번이나 받았다. 또한, 분명히 코로나 선별진료를 하는 의사가 코로나에 걸렸고 밖에서 밥을 한 번이라도 먹었으면 사회적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2주간 집에서 치킨만 시켜먹은 적도 있었다. 이제는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해서 그런지 방호복과 N95 마스크, 환기 시설을 믿고, 코로나 19 전에 하던 행동들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세종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환자분들도 코로나가 처음이기 때문에 내가 느낀 불안함을 많이 느낄 거라고 생각했지만, 힘든 일이 많았다. 선별진료소 주변 공기 전파 때문에 자기가 오히려 검사받으러 와서 걸리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환자분, 집회/교회 갔다 왔다고 일부러 양성 만들려고 이렇게 세게 쑤시는 거냐고 물어보는 환자분, 자기 아이가 우는데 선생님이 무섭게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어머니가 직접 검체 채취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환자분, 장갑을 소독했는데 장갑이 입에 닿았다고 코로나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환자분, 열은 안 나고 예약도 안했지만 그냥 공짜로 해달라고 하는 환자분 등등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검체를 채취하다 보니 속상할 일도 많았다. 그때마다 “저희도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우리들이 속상했다.


사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 선별 진료소이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고, 어쩌면 내가 공중보건의사의 의무 복무기간을 끝낼 때까지 근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선별 진료소 근무자들, 핫라인 근무자들이 지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협조와 관심 응원이 있으면 좋겠다. 심적으로 굉장히 힘든 업무지만, 검체 채취하고 사람들이 감사하다고, 덕분에 코로나에서 조금이나마 떨어진 곳에서 편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하면 힘이 된다. 빨리 백신이 나와서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중보건의사 도간이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