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너무 당돌해. MZ라 그런가?"
"3개월 다니고 퇴사한대요? MZ세대는 끈기가 없더라. 그래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 친구는 눈치가 없어요. 요즘 MZ세대들이 그렇대요. 이해가 안 가"
"말 한 마디 하기가 겁나요. 꼰대 소리 들을까봐."
MZ세대란 무엇인가. 1980년대 초 부터 2000년 초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와 1990년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무려 30년을 넘나드는 범위다. 그래서 여기엔 40대 초반의 부장님과 10대 초반의 초등학생이 함께 들어간다. 그러니 'MZ가 어떻고' 하는 말이 얼마나 무색한지.
사람들이 말하는 MZ는 예의가 없고, 끈기가 부족하고, 눈치가 없고 제멋대로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다양한 MZ들을 만났다.
인사를 잘 하지 않고, 눈치가 없는 사람이 있었다.
꼼꼼하고, 싹싹한 사람이 있었다.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있었다.
성실하면서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교성이 좋고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그냥 개인이었다. 'MZ형' 인간이 아닌 그 사람 자체.
만약 어떤 사람이 선을 넘고, 예의가 없다면 그건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거다. MZ라서가 아니라.
이 세대가 어려움을 모르고, 부족함 없이 사랑 받으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자랐다고 한들 그게 뭐 어떤가. 나보다 어린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주 먼 옛날부터 그래왔다.
어차피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 문제를 만들었던 건 'MZ스러운' 사람들이 아닌, 'MZ가 어쩌고~'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이게 비단 'MZ'들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들을 'MZ'라는 틀 안에 가두고 바라보는 사회가 문제인가.
"제인씨는 요즘 MZ스럽지가 않네."
입사 초기 내가 들었던 말이다.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그 말이 칭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란 맏딸이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예절교육을 엄격히 시키셨고, 상하관계를 명확하게 가르치셨다. K-장녀로서 책임감, 성실함, 인내심 등의 덕목을 몸소 익힌 건 당연했다.
그러니 나는 불합리한 일도 조금은 견뎌내고, 어렵고 불편한 자리도 얼마든지 참고, 부당한 지시에도 책임감을 지고, 의문이 생겨도 성실하게 임했다. 그게 'MZ스럽지 않은'것이라면 나는 'MZ스럽고' 싶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확실히 빠르다.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한다. 아니다 싶은 일에는 곧바로 반기를 들고, 의문을 제시한다.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재빠르게 발을 빼고 회사를 나간다. 그게 누군가의 눈에는 버릇 없고, 끈기 없게 보일 수 있다.
그럼 그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불합리한 일도 참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저 묵묵히 견디며 의문이 생겨도 입다물고 있으라고? 그렇게 죽은듯이 살다보면 승진해서 나처럼 될 수 있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지켜야할 최소한의 선은 지키되, 그들의 심지가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
본인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본인의 판단을 믿는 그 굳은 심지를.
그렇게해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해도 그건 그들이 헤쳐나가야 할 인생의 스테이지다.
그들에게 모든 불합리와 부당함, 불편과 의문을 참고 견디며 죽은듯이 조용히 살라고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은 어쨌거나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추신. 누군가 'MZ들은 권리의식이 뛰어나다'고 했다는데, 어떻게.. 그 뛰어난 권리의식 행사 좀 해드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