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지 6개월 차. 퇴사한 이래로 수입은 0원.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고, 아르바이트 조차 하지 않는다.
그동안 벌어둔 돈과 퇴직금을 야금야금 까먹으며 근근이 살아간다.
비슷하게 퇴사하고 곧바로 취직한 전 직장의 동료들이 가끔 물어올 때가 있다.
불안하지 않냐고.
불안하다. 나는 원래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은 인간이다. 매일 불안하고, 초조하고, 조급하다.
재수를 해서 대학도 남들보다 늦게 들어갔고, 휴학에 복수전공까지 하느라 남들보다 졸업도 늦었다.
스펙 쌓는 것도 남들보다 늦으니 취업도 당연히 늦었다.
늘 그렇게 나의 이십 대는 남들보다 한 발, 두 발 계속 늦었다.
서른이 넘어가면 안 그럴 줄 알았다. 그나마 번듯한 직장에 취직했으니 이제 남들만큼은 살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퇴사. 여전히 나는 남들보다 뒤처져있다. 이제는 한 발, 두 발이 아닌 열 발? 스무 발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기로 결정했다.
내 선택에 아주 조금의 미련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난 그렇게 쿨한 인간은 또 아니라서.
그러나 불행보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기로 했다.
회사를 다니는 내내 불행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몰랐다. 퇴사하고 나니 내가 얼마나 불행했는지 알았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화장실 한 번을 제대로 못 가고 거의 10시간을 앉아서 보냈다. 그렇게 일을 해도 내게 돌아오는 건, 고성과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비난들. 스스로를 자책하고 채찍질하며 견딘 시간들이었다. 나날이 늘어가는 건 눈치와 시도 때도 없이 뛰는 심장박동 수. 나조차 몰랐지만 나는 분명하게 망가지고 있었다.
퇴사할 때조차 내가 그렇게 불행한지 몰랐다.
근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나의 무의식이 나를 관두게 만들었다.
"너 지금 너무 불행해. 조금만 더 하면 완전히 망가질 것 같아. 그만하자."
여전히 불안하다. 수입은 계속 없는데, 돈 나갈 일은 끝없이 있다.
그러나 이전보다 조금은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짧은 명상을 할 때,
따뜻한 차 한 잔과 책을 읽을 때,
좁은 방구석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릴 때,
나를 위한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차릴 때,
내 마음과 생각을 마주하고 조금 울다가 이렇게 글을 쓸 때.
분명한 건, 내 삶이 불안하고 초조해도 이전만큼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때만큼 불행하지 않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혼날까 봐, 마음을 할퀴는 상처를 받을까 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원할 때 화장실을 가고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내가 열심히 한 일들이 누군가에 의해 무자비하게 평가받고,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불안함 속에서도 나는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밥을 먹는다, 글을 쓴다.
스무 발쯤 늦어도 천천히 하루를 살아나간다.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덜 불행하다.
이렇게 매일 덜 불행한 하루를 만들어 가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하기만 한 날도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