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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03. 2024

젊은 날의 죽음은 어떤 것일까

 나는 늘 여름이 되면 죽고 싶었다. 내 생일은 8월인데, 꼭 그 전에 죽고 싶었다. 왠지 낭만적일 것 같았다.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거라면 내가 원하는 때에 죽고 싶다. 안그래도 나는 살 이유를 도무지 못 찾겠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가끔은 살아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죽고 싶은 마음은 깊게 박힌 가시처럼 도무지 빠지지 않는다. 이러다가 정말 낭만을 실현하게 되는 거 아니야? 나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룬 것도 없고 사랑도 못 하는 머저리니까.

 젊은 날의 죽음은 어떤 것일까. 남겨진 사람들은 나를 추억하다가 차츰 잊겠지. 본인의 삶이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날은 유서를 쓰다가도, 찢어버린다. 핸드폰의 내용물을 정리하고 내 모든 감정이 담긴 메모장을 다듬는다. 그러다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핸드폰은 던져둔 채 침대에 퍽 하고 쓰러지듯 눕는 것이다. 

 할머니를 모신 납골당에 같은 방에는 지금 나와 비슷한 나이에 세상을 떠난 분의 유골함이 있다. 갈 때마다 유골함 주변이 정돈되어 있다. 아마도 가족이겠지. 가족, 삶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그렇지만 나는 내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걸. 가족은 나를 사랑할까. 내가 죽으면 매일같이 나를 보러 올까. 내 유골함 주변을 정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줄까.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낭만적인 죽음이 있을까. 죽음은 그저 끝에 불과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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