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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May 30. 2024

겨울 揷畵

                  겨울 揷畵


  쌓이는 몇 송이 눈처럼 떠나갈 사람들이 世上에서 이

름을 지우는 동안에도 天地四方 흩날리는 칼바람에 남은 

얼굴마져 빼앗기고, 젖은 풀뿌리에 목숨 기대어 잠이 들면

바람보다 앞질러 쓰러지는 풀잎 목숨보다 앞질러 쓰러

지는 생각들.


   太初의 지억을 더듬어 온땅을 지우며 내리는 눈이여

하늘과 땅을 지우고 또 무엇을 지우랴 우리 연민은 눈

밭속에 젖어 더욱 빛나는데,.

  땅이 되듯 엎드려 슬픔을 죽이고 죽이노라면 문득 풀

잎들 서로 몸 비비며 감춰둔 날을 갈고 가슴에서 녹은

기억들 얼룩져 새로운데,


  그리움도 쌓이면

山이 될까

슬픔의 兵丁들 길을 떠나고

얼어붙어 도리어 꿋꿋한 나무들







  1987년 모 대학 교지 현상문예 당선작. 이 글 역시 유실되어 잊고 지내다 

PDF로 과거 발행물들이 올라오기에 찾아낸 작품,

 이 글도 당시 복잡했던 청춘의 고민을 담담히 적었던 기억이 난다. 새끼줄로 

묶은 연탄 한 장 들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던 날 추위와 시대와 싸우던 날들의

기억이 되새김질된다.

 꽤 쏠쏠한 상금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과친구들 문우들과 막걸리를 나눴던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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